우리나라에도 '탐정'이 등장한다 ... 퇴직 형사들 사무소 개업 가능

2020-07-21     김정현 기자

 

사생활 침해 우려속에 국내에서도 '탐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무소 개업이 가능해진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탐정 명칭 사용 금지 조항이 삭제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통과된데 따른 것이다. 

약 2000여명이 종사 중인 국내 탐정 관련 시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특히 그동안 사설탐정 법제화를 염원했던 경찰 인력들이 해당 업종으로 대거 유입될지도 관심사다.

다음달부터 가능해진 탐정사무소 개업이 사설탐정 합법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공인탐정제 도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탐정사무소를 표방하는 모든 사무소는 사설 업체다.

그럼에도 일단 일선 경찰들은 이번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퇴직을 앞둔 형사과 근무 경찰들의 관심이 높다.

이는 퇴직 이후 노후대비 때문이다. 그동안 퇴직 경찰들의 일자리는 극히 한정돼 있었다. 고위직 퇴직 경찰들은 명성을 이용해 대형 로펌 등에 취직하는 경우가 있으나 일선 경찰들이 갈 자리라고는 경비업체와 보험사 등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자리 마저도 경비과나 교통조사계 근무 경찰들에게만 특화된 자리로 형사과 출신 경찰들은 기존의 경찰 업무를 살릴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았다.

서울의 일선서 형사과 모 경위도 다음달 탐정사무소 개업이 가능한 변화를 두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경위는 "경찰 내부에서도 특히 50대 퇴직을 앞둔 형사과 직원들이 탐정사무소 취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며 "PIA 민간조사사 등 탐정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따려는 동료 직원이 꽤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공인탐정 합법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변화를 계기로 탐정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기대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에 앞서 민간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도 미리 따두자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이 경위의 설명이다.

서울 일선서에 근무하는 한 경감도 최근 탐정사무소와 관련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다분하다고 전했다.

'탐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관련법이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서울 일선서 모 경감은 "일반 시장에서 탐정업에 대한 수요가 있고 탐정사무소라는 이름도 걸 수 있게 된 만큼 법적으로 명확히 권한을 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법제화에 대한 진전이 없는 만큼 퇴직을 앞둔 경찰들도 여전히 관심만 갖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탐정업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불투명한 상태다. 신용정보법에는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탐정 업무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행 및 잠복이 스토킹에 해당하는지도 현행법 상으로는 모호하다.

따라서 이번 텀장사무소 개업이 검증되지 않은 일종의 흥신소만 난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이 역시 탐정 공인제가 도입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여전하다. 법적인 제한을 둔다고 하더라도 애초의 일 자체가 비밀스럽다 보니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0여년 동안 공인탐정법은 국회에서 표류돼 왔다. 다만, 이번 21대 국회에 경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고 자치경찰제 도입과 맞물려 치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라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