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마무리 투수 박범계 ... 검사들과 소통 입장 밝혀

2021-01-04     김정현 기자
박범계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로 나서겠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첫 출근길에서 "정의와 인권이 함께 어울리는 보편타당한 공존의 정의"를 설파하며 "이 화두를 갖고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상견례에서 "법심(法心)도 경청해야 한다"고 했던 박 후보자가 다시 한번 검사들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당장 2월로 예상되는 검찰 정기 인사에서 전임 장관과 달리 각종 논란을 불식하고 검찰 조직을 설득할 만한 인사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15층에 마련된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 1층 기자실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장관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가 돼 달라'는 뜻으로 안다"며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동참해 달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향후 중간간부, 검사장 인사에 관한 질문에 "그 역시 왜 생각이 없겠냐"며 말을 아끼면서도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장관은 제청권자다. 검찰총장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장관 임명이라는 감사한 일이 생기면 정말로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에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임기 내내 검찰 조직의 반발과 논란을 불러온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검찰 인사를 단행할 당시 추 장관은 '법무부에서 먼저 검사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달라'는 대검의 요청과 검찰총장과의 대면 협의를 모두 거절했다. 이후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30분 앞서 검찰총장을 호출하며 갈등을 빚었다.

두 차례 이뤄진 정기인사에선 윤 총장의 의견을 사실상 무시하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권력 비리 수사팀을 해체하거나 수장을 좌천시키는 동시에 친정권·호남 인사를 대거 영전시키며 논란이 일었다.

이번 인사도 윤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추 장관의 최측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실무를 주도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총장을 고립시켰던 앞선 인사 관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자가 "공존의 정의"를 피력하며 "검찰동일체 원칙에 따른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직접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보면 극도의 혼란과 불만을 부추길 수준의 인사는 아닐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추 장관과 박 후보자가 서로 논의를 할 순 있겠지만 사실상 청와대와 박 후보자의 교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추 장관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서울고검에서 진행 중인 윤 총장 관련 징계절차 위법 의혹 수사에 연루된 심 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등이 '보은 인사' 대상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절차상 문제로 실패로 돌아간 것에 책임을 묻는다면 '좌천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동시에 조상철 서울고검장과 월성 원전 1호기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에 대한 인사를 어떻게 단행할지도 박 후보자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채널A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한동훈 검사장을 직무에 복귀시켜야한다는 여권 내 일부 목소리가 반영될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검찰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검사 출신 민정수석으로 부임한 신현수 변호사(62·사법연수원 16기)가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조직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맡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신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탈(脫) 검찰 기조로 인해 민정수석이 아닌 국정원 기조실장에 발탁됐다. 윤 총장보다 7기 선배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도 윤 총장 징계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법무부와 검찰 간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주문한 만큼 신 수석이 배후에서 검찰과의 소통을 담당할 것이라 내다본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