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 ... 학생수 감소에 수시 이월 인원 48% 급증

2021-01-11     김정현 기자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지방대를 중심으로 수시모집 이월 인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방대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지방대 가운데 계획한 신입생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뚜렷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올해 수시에서 미충족 등으로 모집인원이 정시로 이월된 인원을 분석한 결과, 지방대 사이에서 이월인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대 같은 경우 이월인원이 지난해 2만1818명에서 올해 3만2330명으로 48.2%(1만512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대학이 2592명에서 2674명으로 3.2%(82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월인원 증가는 학생 수 감소가 미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실제 시험 응시 인원은 총 42만1034명으로 역대 최소 규모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전년도(2020학년도)보다 13% 줄어든 수치"라며 "지방대는 정시도 경쟁률이 더 떨어지고 모집정원을 채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입학가능인원 감소도 계속될 전망이다. 입학가능인원은 해당 연도에 재수생 등을 포함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대학 진학 의사가 있는 인원을 말한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는 오는 2024년 대학 입학가능인원이 38만4002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45만7477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6.1%(7만3475명)가 감소하는 셈이다.

신입생 모집에 빨간불이 켜지자 지방대들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에 나서거나 지원자를 대상으로 경품 응모 이벤트를 여는 식으로 신입생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광대는 최초합격자 전원 장학금 50만원 지급, 신입생 1년간 기숙사 입사보장 등 신입생 혜택을 제시했으며 청주대는 수시와 정시 지원자를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학교마다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마주한 현재 지방대 상황을 위기라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전국대학노조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일반대·전문대 등에서 근무 중인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57명 가운데 95.9%(822명)가 현재 대학이 위기라고 답했다.

어떤 점에서 대학이 위기인지 묻는 문항(복수응답)에는 79.6%(662명)가 '학생모집 어려움'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또 위기 원인(복수응답)으로는 75.8%(628명)가 학령인구 감소를 꼽았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지방대 신입생 모집은 해가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학 정원을 줄이고 있지만 등록금 수입 감소를 우려해 무조건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등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도이탈 신입생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들을 바에 재수나 삼수를 해서 더 좋은 대학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실정에 따라 앞으로 지방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면 방법은 있을 것"이라며 "시대 상황에 맞게 대학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