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헤어 디자이너 커플

1991년 3월호

2021-08-01     양우영 기자

세종뷰티아카데미 원장 전갑평 & 세종미용실 원장 조갑례

분필 대신 가위를, 붓 대신 빗을 든 전직 국어 교사와 미술 대학생

참 이상하다. 나이가 들어도 여잔 역시 여자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나면 할머니들은 거울 앞에 모여 앉아 예쁘네 미우네, 퍼머가 잘 나왔네 못 나왔네, 자기네들끼리 품평회를 여는 것이다. 어떤 할머니는 여기를 이렇게 고쳐 달라고 추가 주문을 해오기도 한다. 머리 모양이 맘에 들면 사탕 몇 개로 사례를 해오는 할머니도 있다. 

매달 첫째 · 둘째 · 셋째주 목요일엔 빗 들고 가위 들고 양로원으로···

1991년
1991년

 

매달 첫째주나 둘째주 혹은 셋째주 목요일이면 전갑평씨의 주머니에는 보통 사탕이 예닐곱 개쯤 들어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그가 군것질을 좋아한다거나 아니면 담배를 끊을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날 그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사탕들은 그럴 만한 사연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2월의 셋째주 목요일이라고 치자. 여느때보다 조금 일찍 점심 식사를 마친 전갑평씨는 예닐곱 명의 미용학원 원생들과 함께 봉고차에 오른다. 가위 · 빗 · 퍼머약 등 미용 도구들을 챙겨 싣고. 아내인 조갑례씨가 동반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미용실을 지켜야 하니까.

오후1시쯤, 이들을 태운 봉고는 하남시에 위치한 영락 양로원 앞에 멎는다. 그렇다. 그날은 그 곳 노인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무료로 미용을 해주는 날인 것이다.

양로원 안에는 금새 간이 미용실이 차려진다. 가위질 소리며 퍼머약 냄새가 공간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린다. 

개중에는 대소변을 못 가리는 노인들도 있다. 심하게 손과 발을 떨거나 머리가 짓무른 노인들도 없지 않다. 그런 노인들을 상대로 전갑평씨 일행은 가위를 놀리고 퍼머를 말고 머리를 감겨 준다. 

참 이상하다. 나이가 들어도 여잔 역시 여자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나면 할머니들은 거울 앞에 모여 앉아 예쁘네 미우네, 퍼머가 잘 나왔네 못 나왔네, 자기네들끼리 품평회를 연다. 어떤 할머니는 여기를 이렇게 다듬어 달라고 추가 주문을 해오기도 한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