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숙원 실손청구 간소화 ... 의료계 반발 못넘고 또 공전

2021-07-27     김정현 기자
21일

 

12년째 이어져 오는 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7월 국회에서도 논의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5월까지만 해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른데다가 금융당국,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며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으나 의료계 반발이 다시 거세지면서 국회가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고 관심열기도 다시 식었다.

27일 보험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7월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간소화 관련 법안은 6월에 이어 또다시 안건에서 제외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놓고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5월까진 분위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이슈 관심도가 떨어졌고 정무위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상황이어서 올해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이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종이서류를 떼서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라고 권고한 뒤 12년째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공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초반에만 해도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국민 편의라는 당위성에다가 보험금 지급 간편화로 이에 따른 운용비용을 줄이고, 디지털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20대 국회에서 좌절됐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처리와 관련해선 올해 5월부터 다시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여당에서 고용진·전재수·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까지 가세하며 21대 국회에서만 다섯번째 법안이 나왔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편익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더 미루기는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수차례 국회 공청회·토론회를 거치며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당위성이 부각됐고 의료계와의 시각차도 좁혀지는 듯했다. 다만 6월 초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가 다시 극렬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분위가 급변했다. 의료계는 환자 의료기록 유출과 심평원과 보험사의 의료 데이터 악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의 통제가 강화돼 병원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의료계 반발의 본질이라고 얘기한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토론회를 마친 후 "어느 하나도 잘 합의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의원들 간에) 법안 강행처리는 하지 말자고 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물론 8월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도 남아있고 9월 정기국회 이후에도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문제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일부 의원이 물러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료계에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커 당분간은 국회 논의에서 진전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를 넘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Queen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