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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에 담은 고즈넉한 섬마을 풍경
두 바퀴에 담은 고즈넉한 섬마을 풍경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06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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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섬 신도·시도·모도 자전거여행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삼형제섬’으로 불리는, 고즈넉한 낙도의 분위기를 간직한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인천 옹진군 수많은 섬들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 중간의 바다에 일렬로 줄을 서 이룬 세 섬, ‘신도’, ‘시도’, ‘모도’다. 서로 다른 섬이지만 연도교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섬이 되는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고 지하철과 열차, 배를 이용해 섬으로 갈 수 있다는 독특한 맛 때문에, 요즘 수도권 자전거 여행지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지하철, 열차, 배, 자전거 타고 섬으로
나그네에게 ‘섬’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아마도 세상과 단절된 듯한 미지의 공간이 주는 신비감이 뭍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때문일 것이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그런 신비감을 간직한 섬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 중간의 바다에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섬 3개,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다. 섬과 섬 사이가 연도교로 연결된 사이좋은 삼형제섬이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각각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외로운 섬이었다. 하지만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 후로 세 섬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수도권 당일코스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자전거로 이들 삼형제섬으로 가려면 자동차보다는 지하철과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그 재미도 쏠쏠하다. 지하철 5, 9호선을 이용해 김포공항역으로 가서 인천공항행 공항철도를 타고 가면 된다. 불과 1~2년여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이나 열차에 오르려면 눈치를 봐야 하고, 앞바퀴 뒷바퀴를 분리해야 하는 수고가 따랐지만 지금은 자전거가 녹색에너지의 선두주자로 부상하면서 전용칸이 따로 생겼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관심만 있다면 소수를 위한 배려는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삼형제섬으로 가려면 공항철도를 20여 분 달리다 영종도 운서역에서 내려 가까운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이곳 삼목선착장은 영종도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태양이 질 때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여 낙조와 비행기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여기에서 10여 분 배를 타면 세 개의 섬으로 가는 첫 관문인 신도에 도착하게 된다. 차를 가져가면 배에 자동차를 싣고 이동할 경우 운임이 2만원을 넘기 때문에 차는 삼목선착장 근처에 세우고 자전거만 싣고 가는 것이 경제적이고 간편하다. 요금은 1인당 3천600원, 자전거 운임 2천원을 합쳐 5천600원이다. 신도행 배는 오전 7시부터 6시까지, 매시 10분에 출발한다. 신도에서 뭍으로 가는 배는 매시 30분 출발하는데 막배가 오후 6시30분이므로 놓치지 않도록 일정을 잘 조정해야 한다.

아름다운 바다풍경에 드라마세트장으로 인기
신도는 삼형제중 맏형답게 가장 큰 섬으로, 갯마을이면서도 농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섬에서 벼가 자라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해풍이 좋아 쑥쑥 잘 자란다고 한다. 섬의 유래가 재미있다. 정직하고 신의가 두터운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믿을 신(信)을 넣어 신도(信島)로 불렀다고 하니 왠지 이 섬에 대한 정감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이 섬의 중심에는 해발 178m의 구봉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4월 중순부터는 산허리에 솜사탕 같은 벚꽃이 하얗게 피어나기 때문에 신도를 ‘벚꽃섬’으로 부르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정자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상쾌한 미풍에 몸을 맡기고 바라보는 서해의 풍경은 장관이 따로 없다. 구봉산 산기슭에는 5km의 일주 임도가 나 있지만 경사가 있고 길이 거친 편이어서 산악자전거 경험이 없다면 무리다.
신도 선착장에서 마을을 지나면 구봉산 자락에서 일주도로와 만난다. 3개의 섬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넉넉히 3시간. 어차피 돌아와서 만나겠지만 일단 우회전으로 코스를 잡는 것이 편하다. 오른쪽으로 갯벌이 펼쳐지고 30여 분쯤이면 드라마 <연인> 세트장에 도착할 수 있다.세트장은 입장료가 꽤나 비싸 일부러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주변을 돌아본 뒤 되돌아 나와 다시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시도로 이어지는 연도교가 나타난다.
둘째 시도(矢島)는 이름 그대로 화살섬이다. 고려 말 이성계와 최영 장군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시도를 과녁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포를 쏜 것도 아니고 저 먼 곳에서 화살을 쏴서 맞혔다고 하니 과장되기는 하지만 영웅호걸의 호방한 기개가 참으로 유쾌하다. 모도로 넘어가는 길에는 그 전설을 사실로 알려주는 기념탑까지 있다. 게다가 그 밑에서 당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촉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허풍과 진실 사이에서 잠시 혼란스럽기도 하다.
시도를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명소는 이 섬에 자리한 드라마 <풀하우스>와
<슬픈 연가>의 세트장이다. <풀하우스> 세트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 수기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세트장 구경을 하면서 해변을 산책하면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아직도 드라마 세트장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그들을 만나면 정성이 참 대단하다 생각되면서도 극성스러운 느낌이 들어 빙그레 웃음이 돈다. 수기해변에 드러누우면 강화도 마니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세트장은 신시도 연도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있는 염전을 지나 2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일주도로 나와 시도리에서 우회전해 작은 고개를 넘으면 갯벌 사이로 모도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인다. 푸른 파도는 일렁이지 않지만 시야를 가로막지 않고 시원하게 펼쳐진 갯벌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섬의 끝에서 만나는 에로틱한 조각공원
막내섬 모도는 삼형제섬 중 가장 작다. 옛날 이곳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때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만 걸렸다고 해서 ‘띠 모(茅)’ 자를 써서 모도라 불렀다고 한다. 시도에서 모도로 넘어가는 바다에는 옛 잠수교 터가 남아 있는데 낚시꾼들에게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연도교를 지나 조용하고 소박한 모도의 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 ‘배미꾸미’라는 이름의 작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삼형제섬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로, 해변 주변으로는 대형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모도 조각공원과 아늑한 카페가 있어 여정을 마무리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배미꾸미 해변 앞 바다 너머엔 인천공항이 자리하고 있어 수시로 창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모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 나올 때는 같은 길로 나오다가 신·시도 연도교를 건너면 된다. 신도에 도착하면 올 때와 반대쪽 길인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얼마 안가 신도 선착장이 나타난다. 삼형제섬 라이딩은 높은 고개가 별로 없고 평일에는 차량 통행이 없어 수월한 편이지만 주말에는 배를 타고 건너오는 차들이 많아 주의해서 자전거 여행을 해야 한다. 3개의 섬을 한 바퀴 돌면 24㎞ 정도이고, 어려운 코스가 없어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돌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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