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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김종엽 씨의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국악인 김종엽 씨의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2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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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예술, 그리고 동심이 공존하는 삶
 

모두가 오가닉 라이프를 꿈꾸지만 막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간편하고 쉬운 도심 생활과 문명을 포기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 그러나 편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진정한 친환경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국악인으로 유명한 예술가 김종엽 씨의 경기도 양주 아트밸리를 보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알 수 있다. 30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일구어낸 김종엽 씨의 오가닉 라이프 스토리.
진행 | 김홍미 기자 사진 | 이성용 촬영협조 | 아름솔 유치원(031-826-0320)

마당놀이의 대가, 국악인 가족이 되다

마당놀이의 대가이자 국악인, 연극배우인 김종엽 씨가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은 20년 전의 일. 강남의 아파트에 살던 그가 서울 외곽의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단다. 하루가 다르게 빽빽이 들어서는 고층 건물과 유흥가를 보며 이대로는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결심한 그는, 서울 진관동에 목조 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고. 주택으로 이사하고 땅을 밟고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족의 삶은 180도 바뀌었단다.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집을 보살피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만큼 대화 시간도 늘어난 것.
“그때 알았어요. 가족이 땅을 밟고 함께 집을 돌보며 우애가 쌓이고 화목해진다는 것을 말이죠. 특히아이들에게는 머리가 크고 가슴이 자라는데 그 시간들이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덕분일까, 김종엽 씨의 아들과 딸은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스스로 커갔고 아버지를 이어 국악을 전공하며 예술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사방에 산을 거느리고 평생 살 집을 짓다

2008년 어느 날, 김종엽 씨는 그동안 꿈꿔왔던 일을 실행하기로 한다. 다름 아닌 김종엽 아트밸리를 만드는 것. 우리의 전통문화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이 공존하고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복합 문화생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그가 선택한 곳은 경기도 양주의 산아래 마을. 도봉산, 삼각산, 오봉산, 노고산을 다 거느리고 있는 듯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된 그는 오래된 주택을 사서 기존 골조만 남긴 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집을 고칠 때 가장 중점을 둔 곳은 바로 온실. 목조 주택에 살 때 정성껏 키
워온 커다란 벤자민과 선인장을 방치할 수 없어 고민하던 중, 집 안에 온실을 만들어 그들의 집을 마련해준 것. 온실 덕분에 독특한 모양의 계단이 나오고 집의 채광도 한결 밝아져 집을 찾는 이들도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단다. 바쁜 와중에도 평생을 텃밭을 가꾸며 친환경적으로 살아온 결실이 드디어 맺어지는 듯, 이곳에 와서는 산의 공기와 정기를 받아 건강해 지는 것은 물론 텃밭에서 농작물 가꾸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단다.

 
가족이 함께 만든 국내 최초의 예술 교육 전문 유치원

그가 이곳에 터전을 잡은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국내 최초의 예술 교육 전문 유치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오랫동안 유아 교육에 힘써 온 부인 민연옥 원장과 그 뜻을 같이 하면서 우리 전통문화를 어린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 인재를 발굴해 내고, 우리 문화를 세계화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 2천여 평의 넓은 공간에 자리 잡은 아름솔 유치원 건물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유명 건축가 조병수 씨에 의해 지어져 2008년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곳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계곡과 능선의 흐름이 잘 보이도록 만든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유치원 내부도 획일화된 네모칸막이 대신 독특한 구조와 실내 정원 등을 토대로 색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은 전면을 강화유리로 만들어 밝은 채광과 탁 트인 시야를 제공했다. 하버드 건축학도들이 현장 체험을 오고 다양한 이들이 찾아올 정도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해졌다고.

우리 아이들 미래 교육의 답은 ‘숲’에 있다

“우리 세대는 어린 시절에 농악 소리, 상여 소리, 노동요 등 장단과 음악을 들으며 풍요롭게 자랐지만 고층빌딩 속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런 까닭에 자연 속에서 국악을 배우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국악 전문 유치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김종엽 씨와 민연옥 원장의 교육 철학 때문에 이 유치원의 아이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땅을 밟게 된다.
유치원 뒤로 나 있는 산길을 산책하고, 비 오는 날은 비옷과 장화를 준비해 비 오는 땅을 밟아보기도 한다. 유치원 아래 마을에 있는 논과 밭을 관찰하며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도 하고, 메뚜기와 귀뚜라미 등 다양한 벌레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자연 속에서 국악을 유치원 교육에 접목시켜 소고와 장구 등의 기본 사물놀이의 리듬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고, 연극 수업과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과 발표력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아름솔 유치원은 다양한 생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연환경도 갖추었다. 모래놀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앞마당에 위치한 모래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뒹굴며 게임을 한다. 진흙으로 오븐을 만들고 케이크도 만들며 모래로 할 수 있는 온갖 체험을 다해 보는 것. 아이들은 이렇게 조물거리며 할 수 있는 활동을 가장 좋아한다고.
또한 고구마, 감자, 배추, 고추,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텃밭에서 가꾸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가끔씩 유치원 주변 숲과 산책길에서 꽃과 풀을 찾아 풀각시 만들기, 꽃반지 만들기 등 자연 놀이를 하고, 깨끗한 자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곤충도 관찰한다. 옥상 정원에 꾸며 놓은 한 허브 농원에서는 ‘생태학습’을 한다. 토종 야생화와 허브를 직접 만지며 촉감을 느껴 보기도 하고 종류별로 향기를 구분해 보며 자연친화적 수업을 하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속에서 현장 중심 교육으로 짜인 생태 프로그램 덕에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추구하는 김종엽 씨의 오가닉 라이프

 
유치원 맞은편에 세워진 어린이공연전문극장 ‘김종엽 아트홀’은 유치원 아이들의 예능 실습과 공연 발표장으로 출발해 국제적인 어린이 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공간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름솔 유치원은 이 지역에 조성될 ‘김종엽아트밸리’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뜻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예술활동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문화마을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국악과 전통문화 등을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보급하고자 하는 열의도 있다. 그래서 김종엽 아트홀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단다.
이런 그가 제안하는 친환경 생활은 바로 자연을 사랑하자는 것. 편리한 아파트 생활, 도심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면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주말 농장을 꾸릴 수 있는 버려진 땅이 많고, 주말 농장이 아니더라도 산과 숲을 찾아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이렇게 조금씩 자연과 가까워지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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