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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착한봉투, 마음을 두드리다
스타들의 착한봉투, 마음을 두드리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4.28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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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마케팅? 화려하지 않은 기부

톱스타 이효리의 ‘4만 7천원’ 봉투가 화제다. 손편지와 함께 보내온 이 기부금은 아름다운 재단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노란봉투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시민들은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스타들의 기부활동은 이제 단순한 연예 소식에 그치지 않는다. 각처의 사회문제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다가간 스타들의 선행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 함께하도록 이끈다.

취재이윤지 기자 사진 매거진플러스

2012년부터 ‘효리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빈곤층 노인들을 위한 기부를 통해 비영리 재단법인 아름다운 재단과 연을 이어온 이효리가 지난 2월 재단에 기부금 4만7천원과 함께 손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 내용이 이슈가 되면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을 일으켰고 일반인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소소한 돈과 함께 전달한 편지는 단순히 이효리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일종의 ‘스토리’였을까? 이미 오래 전부터 자선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기부 프로젝트를 묵묵히 이어온 이효리의 필체에는 담담하고도 익숙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이효리의 노란봉투, 김희선의 쌀, 한지민의 목소리 기부

<노란봉투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법원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내린 회사 측 손해배상 소송 배상액 47억원으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알게 된 한 주부가 “47억원이라는 돈이 크지만 십시일반 나눠서 모으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안한 캠페인이다. 제안과 함께 이 주부는 47억원의 10만분의 1인 4만7천원을 기부했다. 이효리가 이 주부의 이야기를 접하고 같은 액수의 돈과 손편지를 보내오게 된 것이다. 현재 ‘노란봉투’ 모금액은 33일만에 2차 목표액인 9억4천만원을 넘겼으며 만화가 강풀,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노암 촘스키 MIT대 교수 등 국내외 유명 인사와 시민 등 1만 명 이상 참여했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 엄마의 4만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됐듯 제 4만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기 바랍니다”라고 쓴 이효리의 편지는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을 이끌어 냈다.

▲ 이효리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추위와 폭설로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은 요즘 다들 안녕하신지요.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어서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천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그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 편지는 '너무나 큰 액수다', 또는 '내 일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모른 척 등 돌리던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엄마의 4만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 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힘 내십시오..

“한 아이 엄마의 4만 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 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이효리는 편지에서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취하는 것에 있어 ‘본래 뜻과 달리 세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내서기가 어려웠다’는 내용을 밝혔고, 그럼에도 소박하고 감동적인 한 어머니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해 뜻있는 일에 동참하고자 함을 솔직히 써내려갔다. 엔터테이너로서의 이효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몇 년 전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방송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초창기 톱스타의 모습에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실천적인 태도는 그녀를 다시 보게 한다.

▲ 한지민
배우 한지민 역시 평소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년여 가까이 사단법인 한국 JTS와 함께 거리모금에 앞장서 온 한지민은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우물파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필리핀 오지 민다나오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기부 프로젝트와 함께하기도 했다. 또한 한지민은 한 기아퇴치 캠페인 화보에서 "기부에 관심 없는 이들도 나로 인해 남을 돕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지민은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의 장애인을 위한 버전 상영에 화면해설로 목소리를 재능기부했다. 배리어프리 영화 위원회에서 상영하는 2014년 첫 번째 배리어프리 영화 '늑대아이' 화면해설에 한지민이 참여해 목소리를 기부했다. 영화 '늑대아이'는 평범한 여대생이 늑대인간과의 사랑으로 얻은 특별한 두 아이를 키우며 엄마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2012년 9월 개봉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화면해설과 한국어 자막을 제공해 상영하는 것이다. '늑대아이' 배리어프리 버전은 재능기부를 통해 민규동 감독이 연출하고 한지민이 화면해설로 참여했다. 2014년 배리어프리 영화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한지민은 지난 2011년작 '엔딩노트'에도 목소리를 기부했다.
지난해 화보 수익금을 국제백신연구소에 기부했던 김희선 역시 팬들과 함께 기부미쌀화한으로 모인 쌀 280kg을 기부미결식아동지원센터에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 션 정혜영 부부
활동 수입의 대부분을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수 션 배우 정혜영 부부는 올해 서울 홀트아동복지회 측에 ‘2014 꿈과 희망 지원금’ 1억 원을 전달했다. 올해로 6년 째 ‘꿈과 희망 지원금’을 기부하고 있는 션-정혜영 부부는 홀트아동복지회의 홍보대사를 맡아 2009년부터 CF모델료 1억 원을 취약계층 아동교육 지원금으로 매년 기부 해왔다.
‘연예인의 선행’에 대해 일부 대중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해 왔다. 기사를 통한 ‘기부, 쾌척, 선행’과 같은 타이틀로 선한 이미지를 가져보려는 기획의도 역시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기부 열풍은 그 진정성 면에서 남다르다. 연예인 자신의 관심사나 활동 영역 및 캐릭터와의 연계성이 반영된 마음이 더해진 여러 형태의 ‘나눔’은, 단순한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니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선 사람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캐릭터와 역할에 맞춘 기부 트렌드는 흥미를 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큰 인기를 끈 배우 이종석은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를 기부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연기를 소화한 배우 송혜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독립기념관 점자 안내서를 발간하고 비용 전액을 후원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하얼빈 안중근기념관에 한글 안내서를 기증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제공 앱을 오픈했다. 영화 <도가니>에서 열연한 공유는 최근 유니세프 아동권리 특별 대표로 공식 임명됐다.

스타들의 나눔 행보, 이슈 메이킹 아닌 ‘릴레이’ 효과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김연아의 너무 헤픈 씀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낚시성 제목 덕분인지 조회수는 폭발적이었는데, 그 내용은 그간 김연아 선수가 해 온 기부를 목록화한 것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과 저소득층 자녀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거액을 기부해 온 김연아 선수가 기부한 내역은 비공식 기부를 제외하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약 25억여원이다. ‘기부천사’ 김연아의 팬들은 기부 통장을 만들어 십시일반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모으는가 하면 직접 꾸린 자원봉사단을 통해 김연아의 기부활동에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스타 팬클럽들의 기부 문화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백청강, 백퍼센트 록현, 씨엔블루, B.A.P 젤로, 인피니트 호야 등 연예인 팬클럽이 캄보디아 우물과 어린이 공부방 운영을 지원해 눈길을 끈다. 백청강 갤러리, 제스트 록현, 씨엔블루 홍콩 팬클럽, B.A.P닷컴 팬클럽은 최근 국제개발협력단체 위드아시아를 통해 캄보디아 최빈곤 지역에 우물을 기부했으며, 원해-인피니트 호야 팬페이지는 경제적·지리적 문제로 교육에서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공부방 운영을 지원했다. 아이돌 팬클럽의 연이은 쌀 기부가 화제가 된 가운데 해외 아동을 위한 연예인 팬클럽의 적극 지원까지 행해지고 있는 것.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옛말처럼 입 밖에 내지 않아야 진정한 선행이라는 인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부의 목적과 현황은 널리 알려질수록 빠르게 모금이 될 것이고, 도움과 나눔이 필요한 현장에 대한 안내 역시 유명인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된다. 액수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돕는 일에 자신의 것을 내놓고 그 소식에 힘입어 또 다른 이의 보탬을 기다려 도움의 무게를 더해나가는 그들. ‘기부하는 스타’의 얼굴은 스크린에서와는 다른 따뜻함과 희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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