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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 있어서 증거 능력과 증명력
형사재판에 있어서 증거 능력과 증명력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06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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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을 통해 본 생활 법률

영화 <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굳이 정치색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회상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이 변호사 개업을 한 1978년부터 부림사건 재판이 이루어진 1981년까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요즘에야 변호사들이 시장경제원리의 한복판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만, 당시만 해도 변호사 하면 일단 자격증만 따 놓으면 시쳇말로 ‘잘 먹고 잘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송우석은 적당히 잘 먹고 잘사는데 만족하지 않고 수완을 발휘하여 당시 다른 변호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동산등기사건, 조세사건을 특화시켜 경제적으로 성공한다.
그러던 중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시완 분)가 불온서적을 읽는 독서모임에서 활동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재판을 받게 되자 송우석은 자청하여 진우의 변호인이 된다. 하지만 진우는 송우석의 열정적이고도 치밀한 변호에도 불구하고 징역 3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도대체 어떻게 유죄판결이 나온 것인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하면 정답에 가깝겠지만 과연 유죄판결이 나오기까지의 법적인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봄직하다. 물론 비판 말고는 달리 할 건 없겠지만 말이다.

1. 증거재판주의와 ‘자백’이 갖는 의미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는 증거재판주의는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대원칙이다. ‘자백’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이다. 자백은 증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증거이며 일단 자백이 있으면 형식적인 보강증거만으로도 유죄판결이 나오게 된다. 영화에서는 피고인들이 독서토론 주제로 사용하였던 서적들이 보강증거로 제출되었다. 군사정권 때 자행되었던 고문은 바로 자백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탄생하였던 것이다.

2. 증거 능력과 증명력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해 사실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증거를 유죄판결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건은 증거 능력과 증명력이다. 증거 능력이란 ‘형식적으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며 오로지 법률에 의해서 증거 능력 여부가 결정된다. 고문에 의한 자백이나 도청장치를 이용하여 청취한 진술은 증거 능력 자체가 없다. 즉,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한편, 증명력이란 ‘증거의 실질적 가치’이다. 즉, 증거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것이 실질적으로 신빙할 수 있고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이며, 이는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에 맡겨져 있다. 여러 정황이나 진술의 내용에 비추어 증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판사는 증명력을 배척할 수 있다.

3. 영화 속 부림사건에서의 증거 능력과 증명력
영화 속에서 피고인들은 고문에 의한 자백을 하였다. 송우석은 이를 주장하여 자백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려 하였으나 고문 사실 자체를 입증할 수 없었다. 이는 피고인들이 수사 전에는 특별히 외상을 입은 바 없으며 재판 진행 중인 현재 상해를 입고 있음을 신체 감정이나 사실 조회를 통해 입증하면 간단하나 그 당시 이런 수단들은 철저히 차단되었다. 한편, 고문을 직접 목격하였다는 군의관의 증언은 군의관이 탈영병이라는 누명을 씀으로 인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판사에 의해 증명력이 배척되었다. 이에 피고인들은 자백과 보강증거에 의해 유죄판결을 선고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피고인’과 ‘피고’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 민사재판에서는 ‘피고’. 스마트한 퀸 독자들은 더 이상 이를 혼동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사진 Queen

 
강신범 변호사는…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이메일 volkisad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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