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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해안에서 보내는 하루 캠핑의 매력
청정해안에서 보내는 하루 캠핑의 매력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06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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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캠핑장

캠핑지도를 그린다
파란 바다와 황금빛 낙조가 만나는 곳

 
텐트 안에서 보내는 바닷가에서의 하루는 낭만으로 가득하다. 철썩이며 발을 간질이는 파도와 아득히 펼쳐진 하얀 백사장, 그리고 황금빛으로 온 누리를 물들이는 낙조. 시선이 멈추는 곳이 그림이고 발길 머무는 모든 곳이 편안한 쉼터다. 딱히 할거리가 없다면 휘적휘적 해안가를 산책해보자. 어느 갯바위 위에 올라섰다면 잠시 자리하고 앉아 푸른 바다와 마주한 채 망중한을 즐겨도 좋다.

글 김민수 객원기자(월간 MOUNTAIN) | 사진 조준 산악사진가

몽산포와 학암포 등 이름난 해수욕장들이 즐비한 태안반도에는 긴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캠핑장들이 들어서 있다. 캠핑 인구가 늘어나며 익히 알려진 대상지 외에도 많은 곳들이 소개되었고, 또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있다. 하지만 조금은 소란스러운 기존 캠핑장들의 분위기는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한적한 곳에서 자연과 마주하길 원하는 마음은 매한가지, 주말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에 눈을 돌려보자.

▲ 사진1
▲ 사진2
여유로움 묻어나는 알려지지 않은 캠핑장
태안반도 북쪽, 도로가 끝나기 직전 위치한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는 작은 캠핑장 하나가 숨어 있다. 해송 사이에 사이트를 구축하면 되는데 찾는 이들의 수가 적어 호젓한 캠핑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하루에 드나드는 버스가 한 손으로 헤아릴 정도고, 캠핑보다는 나들이나 인근 숲길을 거닐기 위해 찾는 이들이 대다수여서, 캠핑장 앞 작은 백사장을 내 집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물론 성수기가 아닐 때의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연 캠핑인구 60만을 헤아리는 가운데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처럼 여겨진다. 수도권 기준 소요시간 두 시간 반 안팎,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다는 것도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해수욕장에 도착했다면 자동차를 송림 가까운 공터에 주차토록 한다. 낮은 모래언덕을 넘어 바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크고 작은 소나무 사이로 사이트가 구획되어 있다. 사이트의 크기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전실이 딸린 4인용 텐트 정도는 거뜬히 수용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해안가 캠핑장의 특성상 평소보다 긴 팩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간혹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텐트 폴을 잡고 안간힘을 써가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 사진3
사이트를 구성했다면 주위를 둘러볼 차례다. 캠핑장 바로 앞 백사장으로 나서면 좌우로 늘어선 갯바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해의 대표어종인 우럭 포인트로 낚시를 좋아하는 캠퍼라면 도전해볼만 하다. 해안가 왼편에는 독살이 설치되어 있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흔히 행해진 전통 어로방식으로, 지형을 이용해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와 갑각류 등을 수확하는 식이다. 물이 빠져나가면 수면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바위들이 드러나는데 무심히 지나쳐선 안 된다. 씨알은 굵지 않지만 자연산 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캐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의 손을 덜 탄 청정해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반대편 오른쪽 갯바위를 이리저리 넘어서면 바다로 떨어진 낮은 능선과 이어진 지점과 만난다. 이곳으로 올라서면 어른 무릎 높이의 수풀을 넘어 임도로 이어지는데, 태안군에서 조성한 ‘솔향기길’로 알싸한 나무 향을 맡으며 아기자기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숲길에 들면 바람소리는 잦아들고 대신 어디선가 울어대는 산새소리만 가득하다.

유일한 옥의 티는 편의시설 미비

반달 형태를 한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은 파도가 낮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한 해수욕도 부담이 적다. 단 하나, 피서를 위해 찾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여름철이면 샤워장과 수도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문을 열지만, 겨울이나 비수기에는 물 부족을 이유로 수시로 단수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인심 좋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물을 얻을 수 있긴 하나 수시로 취사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캠퍼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매점이 항상 문을 열지 않으므로 이곳으로의 캠핑을 계획한다면 이원면 소재지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들어가야 수고를 덜 수 있다.

▲ 사진5
어지간히 캠핑장 주변을 살펴봤다면 다가오는 밤을 준비해야 한다. 꾸지나무골해수욕장 캠핑장은 큰 바람이 불지 않는 한 화로사용이 자유롭다. 따로 숯을 준비해도 좋지만 해안가 곳곳에는 파도에 밀려온 땔감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편하다. 솔방울과 마른가지 한 아름이면 가족, 친구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다.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소리와 벗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는 밤이 깊도록 끊이질 않는다.
▲ 사진6
이른 아침, 밀려들어오는 파도소리에 눈을 떴다면 커피 한 잔을 벗삼아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보자. 갯냄새 가득한 시원한 바닷바람과 마주하면 간밤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진다. 지난 밤의 흔적은 캠핑장 인근에 자리한 매점에서 판매하는 쓰레기봉투로 마무리한다. 겨울철 1박 이상의 캠핑일 경우 점프선 휴대를 권한다. 간혹 낮은 기온 속 강한 바람에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INFORMATION>

 
솔향기길
생태문화탐방로태안절경 천삼백리를 연결한 솔향기길은 바다와 솔숲을 거닐 수 있는 걷기코스다. 태안의 대표적인 상징인 바다와 소나무를 테마로 하여 자연환경, 생태, 문화자원 등을 체험 학습할 수 있다. 이원면 북쪽 지역의 만대항부터 원북면 갈두천까지 4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코스는 10km 내외로 이루어져 있다. 캠핑장이 있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은 2코스의 출발점으로, 1코스를 역순으로 걷거나 2코스를 걸어보기에 적합하다.

 
만대포구
이원반도의 끝에 위치한 만대포구는 조선시대 산에서 내려온 한 스님이 인가가 없는 곳을 찾다가 ‘가다가다 (그)만(둔)데’라는 말이 이름이 된 곳이라 한다. 1987년 도로가 나기 전만해도 태안까지 걸어 다녀야 했던 바닷가 오지였던 곳으로, 지금도 한적한 어촌 갯마을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인근 펜션들을 통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만대항 인근으로 마주보고 있는 두 횟집, 운영수산ㆍ만대수산에서 신선한 회도 맛볼 수 있다.

 
신두사구
태안팔경 중 5경을 차지하고 있는 신두사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구지대로 태안군 신두리해수욕장에 위치하고 있다. 바닷가임에도 사막처럼 펼쳐진 모래벌판으로 이루어진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천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해안사구만이 지니는 독특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 치, 갯완두, 갯매꽃 등의 희귀식물들이 분포해 있으며, 동물군으로는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크게 7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른 토질, 기후, 기존 식물상 등을 고려하여 관리하고 있는 수목원이다. 세계목련학회 유치, 국제수목학회 및 호랑가시학회 유치 등 수목유전자원의 수집, 보존 및 학술연구에 기여하고자 건립된 곳이지만, 2009년 3월부터 민간 개방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목련,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 약 1만 5천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하절기로 접어드는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을 허용한다.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875

실치회
태안에는 봄철에만 맛볼 수 있는 ‘실치’라는 물고기가 있다. 실치는 3월 중순부터 태안의 곰섬과 마검포항 인근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봄철 계절음식으로 4월 중순을 넘어서면 뼈가 굵어져 제 맛을 느낄 수 없다. 실치는 그물에 걸리면 바로 죽어버리는 급한 성격 탓에 어장에서 가까운 일대가 아니면 회로 맛보기 힘들다. 한편 실치는 5월 이후에는 5cm 정도까지 자라 뱅어로 불리는 물고기다.

01 너른 백사장에서 보드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캠퍼들
02 해송으로 이어진 방풍림 사이에 텐트를 설치하면 된다. 사이트가 크지는
않지만 코베아 아웃백 골드 정도의 4인용 텐트는 거뜬히 수용한다.
03 바다와 마주한 캠핑장에서의 하루, 캠퍼들의 표정과 몸짓이 다채롭다.
04 온 바다를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서해의 낙조
05 썰물 때면 드러나는 갯바위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산 굴
06 커피를 볶은 뒤 내려 마시는 커피의 진한 향은 캠핑에 멋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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