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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투어
경주 남산 투어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7.12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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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는 걸음마다 천년왕조의 숨결이 흐르네

경주 남산 투어

불상 하나, 탑 한 기에도 의미가 서린 곳
내딛는 걸음마다 천년왕조의 숨결이 흐르네

▲ 지방유형문화재 21호로 지정되어 있는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이처럼 음각으로만 새겨진 불상은 경주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글·사진 노규엽(월간 MOUNTAIN 기자) | 취재협조 경주남산 연구소

천년 신라의 도읍이었던 서라벌 경주. 긴 세월동안 장수한 국가의 중심지였던 만큼 화려한 유적들이 만들어졌고, 국가적으로 불교를 장려했던 만큼 관련 유적들이 수도 없이 남겨진 곳이다. 사찰을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석탑이 길거리 조형물처럼 장식된 도시 경주는 산만한 크기의 왕릉과 불국사, 석굴암 등의 관광명소가 도처에 널려 있다.
그 중에서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과 볼거리, 이야기를 지닌 곳이 있으니 바로 경주 남산이다. 도시의 남쪽에 있어 이름도 단순하게 남산인 곳이지만, ‘경주 남산’으로 고유명사화 된 이 산은 문화재들이 자연스럽게 산과 어우러져 있는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경주 최고의 볼거리다.
2010년 11월부터 KTX 운행이 시작되며 타도시와의 거리를 한층 좁힌 경주는 이제 쉽게 찾아가 즐길 수 있는 명품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경주 볼거리의 최고봉 남산

한 마리의 거북이가 경주 깊숙이 들어와 월성(신라시대 왕궁)을 향해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는 경주 남산은 동서 너비 4km, 남북 길이 9km의 타원형으로 산군을 늘어뜨리고 있다. 정상인 금오봉(468m)과 그보다 조금 높은 고위봉(494m)의 두 주봉이 솟아있는데, 높이는 낮지만 골이 깊고 능선의 변화가 무쌍하며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루어 산행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은 산이다.
이곳 남산 일대에는 왕릉 13기, 산성지 4개소, 절터 150개소, 불상 129채, 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등 694점의 문화유적이 남아있으며, 이 문화유적들 중 국보 1점, 보물 12점, 사적 13개소, 중요민속자료 1개소 등 44점이 지정되어 있다.
경주 남산의 유적들은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 그 자리에 남아있거나 복원되어 직접 만져볼 수도 있어 산 자체가 자연 속의 야외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 (위)보물 186호 용장사지 삼층석탑의 모습. 산의 바위를 하층 기단으로 삼은 점으로 신라인이 자연과 조화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자연 암벽에 6m 높이로 양각된 상선암 마애대좌불은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불상으로, 바위 속에서 부처님이 나오는 순간을 표현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처럼 경주 남산의 유물들은 산 속 곳곳에 남아있으므로 다양한 루트의 산행을 통해 둘러볼 수 있다. 대표적인 코스로는 먼저 배동 석조여래삼존입상(배리 삼존불)에서 시작하여 삼릉-냉골 석조여래좌상-마애관음보살입상-선각육존불-마애여래좌상-석조여래좌상-선각마애여래상-상선암선각보살상-상선암마애대좌불-금송정터와 바둑바위-상사바위와 소석불-금오봉-대화연대(삼화령)-탑기단석-용장사지삼층석탑-마애여래좌상-삼륜대좌불-용장사터-탑재와 석등대석-용장계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용장마을로 이어지는 서남산 코스가 있다. 본 코스는 신라시대의 석불을 시대에 따라 만날 수 있는 길로, 삼국시대의 대표적 걸작인 배리 삼존불, 통일신라의 문화적 성숙기에 조성된 냉골 석조여래좌상, 하늘에서 하강하는 모습의 마애관음입상, 힘차게 한번에 그린 듯한 선각육존불, 남산 유일의 고려 초기 불상인 마애여래좌상, 통일 직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석조여래좌상, 남산에서 두 번째로 큰 마애여래대좌불, 김시습이 머물면서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집필한 용장사지 등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의 신라불상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단순 등산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요소요소의 유적들을 면밀히 둘러보려면 6시간 정도가 필요하므로 등산복 차림과 도시락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시간에 따라 상선암 위 바둑바위나 석조여래좌상, 선각육존불 등지에서 왕복하여 소요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 (위)용장사지 동쪽 등성이에 있는 삼륜대좌불(보물 187호)은 머리가 없어져서 존명을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아래)박혁거세 탄생 이후 궁궐을 지었다고 알려진 현장에는 창림사 터의 흔적만 남은 채 삼층석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음으로는 부처골에서 칠불암까지 연결하는 동남산 코스가 있다. 본 코스는 부처골 감실불상 관람으로 시작해 탑골부처바위 마애조상군-보리사 석조여래좌상-미륵골 마애여래좌상-화랑교육원을 거쳐 헌강왕릉-정강왕릉-통일전-서출지-남산리 사지 쌍탑(양피사지)-남리 절터(염불사지)-칠불암 마애불상군-신선암 마애보산유희좌상까지 둘러본 후, 백운암이나 고위봉을 선택해 천룡사로 향한 뒤, 와룡사와 관음사중 한 곳을 택해 산에서 내려설 수 있다.
부처골 감실불상부터 남리 절터까지는 차량으로도 답사가 가능하고, 등산을 하며 칠불암과 신선암을 둘러본 후 왕복으로 하산을 할 수도 있는 코스다. 단순 등산은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문화유적을 살펴보려면 6시간 정도 계획을 잡아야 한다.
임도 형태로 만들어진 남산 순환도로를 이용해 포석정에서 금오봉까지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본 코스는 포석정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남산 순환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유느리골 마애삼체불-상실절터(선택)-부엉골 마애여래좌상-부흥사-늠비봉 오층석탑-금오정-국사골 상사바위-사자봉(팔각정 터)-남산 부석을 둘러보고 금오봉에 오르는 길이다.
부흥사에서 금오정 구간의 오솔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환도로를 이용해 유적들을 둘러볼 수 있으며, 금오봉 정상까지 오른다면 냉골, 약수골, 용장계, 칠불암 등의 골짜기를 선택해 내려설 수도 있다. 소요시간은 금오정까지 왕복을 기준으로 4시간 정도다.
한편 금오봉을 오르는 짧은 코스로는 약수골에서 시작해 제2절터-석조여래좌상-약수골 마애대불-제1선방터를 거쳐 봉우리가 오르는 길이 있다.

▲ (좌)보물 666호 삼릉계곡 석불좌상의 모습. 경주 남산의 유적들은 이처럼 자연 속에 녹아든 듯 어우러져 있다(우측상단) 걷기를 통해 경주 유적을 즐길 수 있는 ‘삼릉 가는 길’은 마을 담장과 지면에서 길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다(우측하단)신라 제 38대 원성왕의 능인 괘릉은 신라 능묘 중 가장 완비된 형식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벼운 걷기나 자전거로도 투어 가능

산행을 겸한 답사길 외에 가벼운 차림으로 신라 유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먼저 몇 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삼릉 가는 길’이 있다. 이는 현재 복원공사 중인 월정교부터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의 무덤이 모여 있는 삼릉까지의 약 8km 구간이다.
이 길을 온전히 걷기 시작하면 월정교에서 천관사지를 거쳐 오릉과 김호장군고택을 지나 사거리 갈림길에서 나정, 양산재, 일성왕릉 남간사지 당간지주 등을 고루 둘러보며 진행된다. 이후 창림사지와 포석정, 지마왕릉, 배리 삼존불 등을 거치며 삼릉에 이른다. 남산 북서쪽 자락 아래에 있는 유적들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삼릉 가는 길’은 중간 지점인 나정에서 시작하여 코스를 줄일 수도 있다.
자전거 하이킹으로 경주 남산의 유적들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삼릉 가는 길’과 비슷한 1코스와 북동쪽 자락을 둘러볼 수 있는 2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오릉에서 시작해 나정-양산재-창림사지-남간사지 당간지주-포석정-지마왕릉-삼릉을 거쳐 경애왕릉-삿갓골 석조여래입상-천관사지까지 둘러볼 수 있고, 2코스는 인용사지에서 시작해 상서장-부처골 감실불상-탑골 부처바위 마애조상군-보리사 석조여래좌상-통일전-서출지-남산리 사지 쌍탑까지 이어진다.
각 코스별 소요시간이 4시간 정도로 반나절 내지 하루 코스로 자전거 하이킹을 계획해볼 수 있다. 자전거는 경주역 부근, 시외버스ㆍ고속버스터미널 부근, 경주시청 부근, 대릉원 주차장 등 시내 곳곳에서 대여할 수 있으며, 시내에서 오릉을 비롯한 남산 기슭을 찾아가는 일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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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안내인과 즐기는 경주남산 답사>

경주 남산에 아무리 좋은 유적들이 남아있더라도 내용을 모른 채 구경만 한다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에 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한 유적답사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일정에 맞추는 전문안내인 신청은 유료로 운영되지만, 매주 토ㆍ일ㆍ공휴일에 진행하는 경주남산유적답사에 참가하면 무료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경주남산유적답사는 시기별, 시간별로 삼릉골, 삼릉 가는 길, 동남산 산책, 동남산 코스, 서남산 코스, 남남산 코스 등을 돌아가며 진행하고 있으며, 매월 보름 직전의 토요일에는 ‘경주남산달빛기행’을 진행하며 은은한 달빛 아래의 경주 남산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학생들의 방학기간(7/23~8/17)에는 주중에도 운영하고 있어 휴가 계획 및 아이들의 역사 탐방으로 기획해 보기에도 좋다.
자세한 일정과 문의사항은 경주남산연구소 홈페이지(www.kjnamsan.org)를 참조하면 경주 투어를 즐기기 위한 계획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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