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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오름 트레킹-제주에만 있는 관능적인 능선을 걷는다
제주도 오름 트레킹-제주에만 있는 관능적인 능선을 걷는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10.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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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트레킹

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
 

▲ 따라비오름 정상. 원형의 분화구 안에 3개의 작은 화구를 지닌 특이한 모습이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은 세계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에는 이미 잘 알려진 관광코스 외에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 아직 덜 알려져 있지만 제주의 숨겨진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이다.

글·사진 안병식 제주주재기자(월간 마운틴)

제주만의 독특한 풍광인 오름

제주에는 약 380여개의 오름이 존재한다. 기생화산이라 불리는 오름은 큰 화산의 옆쪽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들을 말한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고 작은 분화구들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 전역에 펼쳐져 있는 제주의 오름은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아름다운 능선과 곡선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이국적 풍광들을 연출한다.
오름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서 분포되어 있지만 특히 동쪽 지역이 군락을 이루며 많은 오름이 모여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할 오름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이다. 사슴이오름은 한라산을 따라 5.16도로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고, 번영로를 따라 가는 방법도 있는데 오름 입구인 정석항공관 옆 주차장까지 제주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40여분이 소요된다. 이쪽으로 가는 버스가 따로 없기 때문에 렌터카나 개인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 사슴이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 줄곧 계단이 이어져 누구나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대록산이라 불리는 사슴이오름은 큰사슴이와 작은사슴이오름 2개가 동서로 나란히 붙어 있다. 해발 고도 475m, 표고차 125m인 기생화산으로 오름의 생긴 모습이 사슴과 같다 하여 ‘녹산(鹿山)’으로 불려지다가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두 개의 오름을 구별해서 큰사슴이와 작은사슴이오름이라 불려진다. 오름 입구에는 2000년에 개장한 정석항공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여기가 사슴이오름 트레킹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정석항공관 옆 주차장에서 사슴이오름 정상까지는 약 1.5km의 짧은 거리이며, 정상까지는 계단으로 이어져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약 20여분을 걸어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성산 일출봉과 제주의 오름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오름 정상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5월에는 오름 전체가 붉은 빛으로 물든다.
오름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가시리 마을 공동 목장지대가 있다. 봄에는 유채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억새꽃과 어우러진 목장지대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채꽃은 가시리 마을회에서 직접 재배하며 유채꽃길 사이로 제주도 화산탄인 붉은 송이로 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최고의 트레킹 코스를 자랑한다.
송이 길을 따라 내려오면 삼나무 숲을 따라 이어진 잣성길이 나타난다. 제주의 잣성은 소와 말들이 건너오지 못하도록 돌담을 쌓아 만든 것을 말하며 제주지역 중산간 목장지대에 만들어 놓은 목장 경계용 돌담을 말한다. 가시리 잣성 돌담길은 이전에는 개방되어 있지 않았었지만 최근에 마을에서 트레킹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 정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 소나 말이 건너오지 못하도록 돌담을 쌓아 만든 잣성. 가시리 마을에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 정비한 것이다
제주의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나무와 돌담을 따라 돌과 흙, 풀을 밟고 걷다보면 지루하지 않고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올레길과는 또 다른 오름 트레킹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돌담길 오른쪽으로는 탁 트인 목장 풍경들을 구경할 수 있고 돌, 바람, 흙, 풀 등 자연과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이곳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체험 할 수 있는 지형이다.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따라비오름

▲ 따라비오름으로 향하는 나그네들. 이들 오름들을 연결하여 달리는 트레일 러닝 코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약 4km를 걸으면 따라비오름 정상으로 이어진다. 따라비오름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구려어에 어원을 둔 ‘다라비’에서 온 것이다. ‘높다’라는 뜻의 ‘다라’는 달을(達乙), 달(達)에서 왔으며, ‘비’는 제주도의 산 이름에 쓰는 접미사로, 높은 산이라는 뜻이 있는가 하면 오름 동쪽에 모지오름이 이웃해 있어 지아비, 지어미가 서로 따르는 모양이라 ‘따라비’라 불린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해발고도는 342m이고 표고차는 107m이다. 여섯 개의 봉우리와 3개의 원형 분화구 그리고 아름다운 능선으로 이루어진 오름으로서 제주의 오름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린다.
오름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20여분이 소요된다. 따로 길이 없어서 억새풀 사이로 작게 난 여러 갈래의 작은 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경사는 완만하기 때문에 그리 힘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오름 정상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부드러운 등성이로 연결되며 원형 분화구 안에 3개의 작은 화구를 가진 특이한 형상을 이룬다. 오름 전체가 억새풀로 덮여 있어 억새꽃이 활짝 피는 10~11월에는 색다른 풍광을 만들어 낸다. 오름이 다른 산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오름을 오르는 내내 탁 트인 제주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자연 풍광들은 최고의 풍경 중 하나이다. 특히 이른 아침에는 성산일출봉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구경할 수 있고 해가 지는 늦은 저녁에는 한라산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도 구경할 수 있다.
▲ 따라비오름 정상의 풍광들
▲ 따라비오름 정상에서는 제주만의 독특한 이국적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슴이오름에서 따라비오름까지의 거리는 약 5km이며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중간에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미리 음식과 물을 준비해야 하며 여름에는 햇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봄, 가을, 겨울이 걷기에는 좋다. 그리고 따라비오름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시리 마을에서 차를 타고 포장도로를 따라 3km를 가면 또 다른 오름을 오르는 코스가 나타나며 여기에서 15분 정도 계단 길을 따라 걸으면 따라비오름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이곳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한 제주에는 도로가 아닌 자연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 사이는 트레일 러닝 코스로도 최고의 코스를 자랑하며 이곳을 찾는 달리기 마니아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가시리 돼지고기 식당은 필수코스

오름 트레킹을 마치고 차를 타고 5분 정도 내려오면 가시리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약 4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최근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문화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에는 제주의 자연 풍경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자연사랑 갤러리와 도자기 공예 작품들을 구경 할 수 있는 흙담 갤러리 그리고 미술 작가들이 머물며 작업을 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지원 센터도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가시리 마을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15km의 ‘가름질’을 만들어서 관광객들과 올레꾼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또한 ‘타시델레’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이곳에서 머물며 마을과 오름을 구경할 수 있고, 또 제주도에서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이 모여 있어 이곳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가는 것은 이제 ‘필수코스’가 되었다.
시월이 되면 제주의 오름과 들판에는 억새꽃들이 활짝 핀다. 각 계절마다 느끼는 아름다움이야 다르겠지만 억새꽃들이 바람에 날리는 제주의 가을에서 오름은 특별한 장관을 만들어 낸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 봉긋한 오름에 올라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 (왼쪽위)흙담 갤러리 : 표선면 가시리 (오른쪽위) 자연사랑 갤러리 : 표선면 가시리 1920-1번지(옛 가시초등학교) (064-787-3110)(왼쪽아래) 디자인 카페 : 표선면 가시리 565번길 20번지 (064-787-3666)(오른쪽아래) 게스트하우스 타시델레 : 표선면 가시리 1774번지, 요금 1인당 2만원(010-4690-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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