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

지난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이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32.9%)', '직업(25.7%)', '외모?건강(16.9%) 순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발표한 <2004 청소년 통계>에서 같은 문항과 선택지에 대한 답변이 '공부(38.8%)', '직업(6.6%)', '외모?건강(16.8%)이었던 것을 볼 때 10년 동안 청소년들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화에 영향을 입은 바가 크다. 급격한 과학기술은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키거나 기존의 직업을 없앤다. 2011년 미국 노동부가 현존하는 직업의 80% 이상이 10년 내에 사라지거나 진화할 것이라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직업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로와 직업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이해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몸이 ‘성장’하듯 진로는 ‘발달’한다

청소년기의 핵심 키워드는 '성장'이다. 성장 호르몬의 분비로 키, 몸무게 등 여러 변화가 오는 시기인 것이다. 이렇게 몸이 변화하는 것과 같이 진로에 대한 생각 역시 변화한다. 이를 '진로 발달(career development)'이라고 한다. 진로 발달은 진로 및 직업의 선택이 특정한 시기에 일어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발달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과임을 의미한다. 진로 및 직업 선택을 계획·탐색·선택하는 능력이 나이가 듦에 따라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로 발달에 대해 연구한 학자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긴즈버그(Ginzberg)가 있다. 그는 진로발달에 단계적 개념을 추가했는데 각 단계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단계는 '환상기(fantasy period, 6～10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환상 속에 있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진로 및 직업 선택 시에 자신의 흥미, 적성, 가치, 현실 여건 등이 아닌 욕구만을 고려한다. 놀이공원에서 놀고 싶으니까 놀이공원 직원이 되겠다고 말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이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잠정기(tentative period, 11～18세)'이다.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기로서 진로 및 직업 선택 시에 자신의 흥미, 적성, 가치를 고려하나 현실 여건은 고려하지 않는 시기이다. 이 단계는 다시 네 가지 단계로 나뉜다. 각 하위 단계의 내용을 예시와 함께 살펴보자. 예시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및 직업 선택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 흥미단계(interest stage, 11~12세) : 자신의 흥미에 입각해서 직업을 선택하려는 시기이다.
<예시>-
어렸을 때는 집에서 개랑 고양이를 같이 키울 정도로 동물 키우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과학 실험 교실에 참여를 하면서 수학, 과학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됐죠. 재미가 있어서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잘나와 인정을 받으니 더 공부하게 되었어요. '나중에 ‘생물학자’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 능력단계(capacity stage, 13~14세) :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대한 적성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시기이다. 또한 다양한 직업과 그 직업 간의 차이점을 인식하게 된다.
<예시>-
제가 생물학자가 되려 했던 것은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알아보니 생물학자가 되 면 연구를 목적으로 동물을 해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 각이 들면서 회의감도 들었죠. 그래서 동물을 해부하지 않는 ‘미생물학자’가 되면 어떠 할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꿈이 바뀌더라도 '연구자'라는 공통점은 바뀌지 않았어요. ‘연구’는 제가 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가치단계(value stage, 15~16세) : 진로 및 직업 선택 시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특히 자신이 선택한 진로 및 직업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와 부합을 하는지 확인한다.
<예시>-
과학 잡지를 보다가 '실험동물 대체 기술'이라는 타이틀을 발견했는데요. 세포를 배양 해 인공 심장이나 장기 같은 것을 만들어서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기술이었어요. 실험 과정에서 무수하게 죽는 실험동물을 살릴 수 있다니 제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이었죠. 아무래도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자’보다는 ‘생명공학자’가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 전환단계(transition stage, 17~18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주관적인 요소뿐 아니라 현실적인 요소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예시>-
생명공학자로서 큰 꿈을 펼치려면 소위 남들이 알아 주는 대학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을 보호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는데 명망 있는 생명공학자가 되면 나중에 이런 일을 해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을 것 같았고요. 그것이 공부의 동기가 되기도 했죠.

세 번째 단계인 현실기(realistic period, 18～22세)는 자신의 흥미, 능력, 가치와 함께 진로 및 직업의 요구 조건을 고려해 현실적 선택을 하는 시기이다. 이 단계는 다시 탐색 단계(Exploration Stage), 구체화 단계(Crystallization Stage), 특수화 단계(Specialization Stage)의 세 가지 단계로 나뉘어진다. 각 단계의 내용을 요약하면 진로 및 직업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과 경험을 쌓아가고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며 그와 관련된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면 ‘꿈’은 정체된다

긴즈버그(Ginzberg)의 진로발달 단계에 따르면 고등학교 재학 시기는 가치단계나 전환단계에 해당할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진로 및 직업을 자신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에 비춰 보고 주관적인 요소와 함께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해 진로 및 직업을 선택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흥미나 적성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고등학생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 없이 현실적인 요소만을 보고 진로 및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고, 걷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뛰는 사람은 없다. 이와 같이 진로 및 직업 선택의 과정에서도 이전 단계에서 꼭 해야 할 일을 잘 이루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자신의 흥미, 적성, 가치 등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수입이나 안정성과 같은 현실적인 요소를 따져보는 것만큼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입사한 지 1년 내로 퇴사하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1/3을 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잠정기’에 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경우 진로발달에 정체가 일어나 ‘현실기’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진로발달 수준을 확인하고 진로발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진로발달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객관적 방법이 바로 ‘검사’이다. 특히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홈페이지에 있는 ‘청소년 진로발달검사’는 진로에 대한 태도와 성향, 진로와 관련된 지식의 정도, 진로행동의 정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진로발달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진로발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남윤곤 소장 약력
전) 종로학원·종로학평 평가연구소 팀장
전) 동국대, 성신여대, 한양대 등 입시자문위원
현) 숭실대, 한양대, 한국항공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입시 자문위원
현)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