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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과과수원의 유기재배 기술
유럽 사과과수원의 유기재배 기술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5.02.28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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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안전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수원에서 과일을 재배할 때 병해충이 많아 농약의 사용량이 많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금은 많은 농업 연구자와 농민들의 노력으로 과수원에서의 농약살포 횟수도 꽤나 줄어들고 좀 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재배기술이 자리잡혀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과와 같은 과일은 병해충 방제가 너무 어려워 무농약 유기농 상품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으로 과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있지만 다른 작물에 비해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자연환경도 유기농에 어렵거니와 체계적인 유기농 과수 기술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기농업에 대한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는 어떠할까? 저자가 유럽에서 직접 방문한 사과 유기 과수원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유럽의 사과 유기재배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과에서는 매우 다양한 병해충이 있으며 유럽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사과에 나타나는 병해를 방제하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품종이다. 유럽에서는 사과 유기재배를 위해 수십 여종의 사과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토파즈라는 품종을 활용 중이다. 물론 세상에는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병원균에 이러한 품종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재를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유기농업에서 해충을 막는 이상적인 방법은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천적은 영어로는 ‘자연에 있는 적’이라  하는데,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천적만으로는 해충을 잡기는 참으로 어렵다. 유럽의 과수 농가에서는 천적을 끌어오고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남부의 Erhard Karrer라는 마을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인상적인 유기농 사과 과수원이 있다. 여기에서는 과수원 주변과 사과나무 열 사이에 길게 꽃이 만발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길”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유기농장의 경관을 매우 훌륭하게 만들지만 여기에는 다양한 목적이 숨어 있었다.
과수원 내 꽃을 재배함으로써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곤충에게 먹이로 꿀을 제공해주어 높은 천적수를 유지하고 다양한 곤충들이 증식하여 해충의 밀도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사과 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야생벌의 숫자도 훨씬 많아진다고 한다.

 

 

 

 

스위스 klosterhof라는 작은 마을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과수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유기과수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16헥타르 규모의 과수 및 밭작물을 경작하고 80여 마리의 가축을 통해 자체적으로 퇴비를 생산하여 과수원에 양분으로 공급하는 자원순환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과수원 주변에 해충을 잡아먹는 새들을 위해 새집을 구석구석 설치해주고 나무에 곤충천적이 월동을 할 수 있도록 자그마한 서식처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대나무를 이용하여 꽃에 수분을 해주는 야생벌들의 집을 제공해주는 것도 대단하진 않지만 자연을 활용하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많이 사용되는 페로몬(해충의 교미를 억제하여 알을 줄여주는 기술) 또한 사용하고 있었다.

 

 

스위스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농연구소 중 하나인 피블(FiBL)이라는 기관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유기 과수농가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기술을 더욱 다양하고 세밀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과수원 야생화길에 적용할 수 있는 꽃들을 검토하고 있었으며 천적곤충의 여러 월동처를 사진과 같이 시험하고 있었다. 또한 해충을 잡아먹는 동물로 박새와 박쥐의 집을 설치하여 과수원에서 효과를 시험하고 있었다.
유럽의 과수원에는 두더지의 피해가 심각한데, 두더지를 잡을 수 있는 자연천적인 족제비를 과수원에 “유치”하기 위해 족제비가 집으로 선호하는 돌무더기를 과수원 한가운데에 지어주어 두더지 피해를 매우 감소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해당연구소에서는 8년 이상 어떤 종류의 살충제도(심지어는 천연살충제 조차도) 사용하지 않고 최소의 해충 피해로 사과를 재배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기술개발과 농민의 노력이 유럽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선도농민들은 천적이 좋아하는 풀들을 과수원에 의도적으로 재배하여 해충을 방제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에서는 유럽의 야생화길을 한국식에 맞추어 재배하는 기술을 도입하여 연구하고 있다.
좀 더 시간이 흐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친환경적인 유기농 과일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사진 박종호(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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