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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부안 변산
그 산에 가고 싶다 - 부안 변산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2.27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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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의 방점인 최고절경 직소폭포

산과 바다가 빚어낸 천혜의 절경
“직소폭포 푸른 물에 시름도 흘러가네”

변산반도국립공원의 한가운데 자리한 변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508m에 불과한 산이지만, 품고 있는 풍광은 예사롭지 않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답게 가볼 곳이 수두룩하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은 보통 채석강이 있는 해안선을 따라 들러보는 외변산이 잘 알려져 있다. 천년고찰 내소사를 들머리로 직소폭포를 거쳐 변산 정상으로 오르는 변산(내변산) 코스는 덜 알려져 있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3~4시간 꿈결 같은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그 멋을 아는 이들이 찾고 또 찾는다.

글·사진 |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변산반도의 부드러운 속살 내변산

변산 산행은 보통 내소사에서 출발해 재백이재를 넘어 직소폭포, 실상사를 거쳐 내변산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차를 가져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내소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하는 방법이 편하다.
변산에 오르기 위해 전날 고사포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서두르면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충분한 거리이지만 송림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사포에서 야영의 추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고사포는 3㎞에 달하는 긴 해변을 지닌 곳으로 방풍림으로 심어 놓은 300m 길이의 해송 군락지가 장관이다. 그 소나무 군락지 안에서 오토캠핑을 할 수 있다. 도대체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어본 것이 얼마 만인지.
다음날 일찍 내소사로 향했다. 이곳에서 직소폭포를 만나러 가기 위해 내소사 방향에서 오르기도 하지만 코스가 다소 길면서 가파르고 험하다. 내소사 입구에서 가까운 원암마을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걸어서 10여분, 차로는 금방이다. 등산로 입구에는 무료 주차장도 있어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완만한 오르막을 타고 재백이 고개를 넘어 직소폭포까지 가는 길은 약 2.7㎞로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직소폭포에서 길을 더하면 무난한 내리막길을 통해 실상사를 거쳐 내변산탐방지원센터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원점회귀를 하려면 길을 돌려 재백이 고개까지 이른 뒤 내소사 방향으로 돌아서 내려오는 것이 좋다.
원암마을 들머리에서 재백이 고개까지 오르는 바위길은 순한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산으로 들어서자 쭉쭉 뻗은 소나무 도열하듯 나그네를 반겨준다. 이곳에서부터 고개 정상까지는 쉼없는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길이 급하지는 않고 순해 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오르막이 1.2㎞나 이어지기 때문에 각오는 좀 해야 한다. 재백이 고개 정상에 오르면 곰소만의 염전과 해안의 탁 트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가빴던 숨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하다.

◇변산의 방점 직소폭포와 슬픈 사랑이야기

▲ 등산코스는 아찔한 절벽으로도 이어진다

재백이 고개 정상에서 직소폭포로 가려면 오른쪽 내소사 방향이 아닌 아래로 이어진 길로 접어든다. 조심조심 비탈길을 내려오면 직소폭포를 향해 흐르는 산속 계곡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1㎞ 넘게 평지로 이어진 숲속 오솔길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깊은 숲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고즈넉한 길과의 조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에서 작은 고기떼들이 한가롭게 유영을 하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20여분 그 아름다움에 취해 헤어나지 못할 즈음 갑자기 나무숲에 가려 어둑했던 하늘이 툭 터지고 우렁찬 물소리가 정신을 번쩍 나게 만든다.
변산의 방점 직소폭포다. 아슬아슬 절벽길 아래를 따라 다다른 전망대에서는 직소폭포가 풍경화처럼 걸려 있다. 낙차가 30m나 되는 직소폭포의 위용은 참말로 대단하다. 우렁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우고 바닥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는 하얀 물줄기가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장관이 따로없다. 그러나 이런 직소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날이 가물면 폭포가 금방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고생고생해서 재백이 고개를 넘어온 사람들이 허무하게 쫄쫄거리는 물줄기만 마주하게 된다면 맥이 탁 풀려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렁찬 직소폭포를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여러 번 변산을 찾았지만 직소폭포를 구경도 못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리 가물었는지의 여부를 따져보고 변산을 찾는 것도 요령이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하노라“
 
직소폭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부안 출신의 시인 신석정은 조선 3대 기생이자 여류시인인 이매창(1573~1609)과 그의 연인인 촌은 유희경(1545~1636), 그리고 직소폭포를 '부안삼절(扶安三絶)'로 꼽았다. 임진왜란으로 촌은과 이별한 매창은 연인에 대한 사무치는 사모의 정을 애달픈 시구로 대신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 '이화우 흩날릴 제'가 그 대표적인 시조다. 님을 그리워하던 매창은 서른 여섯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직소폭포를 바라보며 눈물 흘렸을 매창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폭포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듯해 마음이 짠해진다.

◇꽃보다 아름다운 내소사 꽃문살

▲ 고즈넉한 내소사 전경

직소폭포에서 직진하면 월명암이나 내변산 탐방안내소로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내소사를 보고 싶으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오던 길을 돌아 다시 재백이고개로 오른다. 재백이재에서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관음봉을 거쳐 내소사로 가고, 오른쪽은 처음 올라왔던 원암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 내소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2㎞ 남짓한 이 코스는 짧지만 강렬하다. 가파른 오르막에 잠시 숨을 골라야 하고 아찔한 절벽 옆으로 난 길을 걸다보면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그래도 병풍처럼 둘러친 산세와 탁 트인 산 아래 풍경에 눈이 호사롭다. 관음봉 삼거리를 지나 내소사까지 이어진 내리막부터는 길이 급하고 지루하다. 만약 들머리를 내소사로 해서 산행을 했다면 고생 꽤나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 내리막길 끝에 천년고찰 내소사가 있다. 먼저 유명한 전나무숲길이 반긴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평균수령 110년을 헤아리는 500여 그루의 전나무가 600m의 숲길을 이뤘다. 전나무의 싱그러운 내음이 코끝으로 전해져 이 전나무숲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다른 나무들이 가을빛으로 퇴색하면 그 푸른빛이 더욱 진해진다.
전나무숲길 끝에 자리한 내소사는 예쁜 꽃창살로 유명한 사찰이다. 웅장한 대웅보전에는 8짝 문살에 예쁜 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살을 장식한 연꽃 국화 모란 등의 꽃들은 색이 다 휘발해 지금은 맨 나무빛깔뿐이다. 고색창연한 그 모습은 꽃문살의 정교한 문양과 어우러져 진짜 핀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출발점인 원암마을로 돌아가려면 다시 전나무숲길을 따라 내소사 입구로 나오면 된다. 변산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편이다. 부안터미널에는 내소사까지 가는 군내버스는 자주 있다.

찾아가기
@대중교통은 서울에서 부안가는 직행버스를 이용한 뒤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내소사행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부안IC로 진입해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 읍내 변산면사무소에서 지나서 736번 지방도를 이용해 조금만 가면 된다.


사진설명
1.운무에 싸인 변산의 아침풍경
2.직소폭포로 이어지는 계곡길
3.변산의 방점인 최고절경 직소폭포.
4.5.-청정 계곡길에서 만난 물고기와 도롱뇽.
6.아름다운 정원을 연상시키는 변산의 계곡.
7.재백이재에서 내소사로 향하는 길에 오르는 가파른 바윗길.
8.등산코스는 아찔한 절벽으로도 이어진다.
9.내소사 전나무숲길.
10.고즈넉한 내소사 전경.
11.내소사 대웅보전 꽃문살.
12.산을 오르는 중간 중간 시야가 탁 트인 전망공간이 피로를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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