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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와 떠난 여행 - 서산, 태안
사춘기 아이와 떠난 여행 - 서산, 태안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6.03.10 0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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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토리
▲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신두해안

사춘기. 누구나 겪는 인생의 통과의례. 지금 한창 사춘기인 자녀를 둔 소위 응팔 세대의 엄마들도 사춘기는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그렇게 혹독하게 겪진 않았었는데, 스마트폰과 SNS 때문인가! 문 콕 닫고 제 방에서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면 차라리 아날로그의 시절이 그립다. 언제까지 이렇게 단절된 채 지낼 것인가. 그래서 떠나 보기로 했다. 아이와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보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글·사진 김은정 기자

올해로 그 무섭다는 중2가 되는 딸아이와 소통을 위해 처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충남 태안. 그리고 태안 가기 전 거치게 되는 서산에 들러서 해미읍성을 보고, 태안 쪽으로 가 신두리 사구를 감상한 후 어은돌해수욕장에 도착하는 걸로 코스를 짰다.
이 코스는 서울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면 찾아 갈 수 있어 부담이 없는데다, 서해안의 많은 해수욕장들 중 비교적 덜 알려져 조용한 곳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서산 해미읍성
 

▲ 해미읍성

서울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오니 해미읍성에 도착.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이다. 지형적으로 해미는 서해안 방어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조선 태종 14년 왜구를 막기 위해 성을 쌓기 시작해 세종 3년에 완성되었다.
읍성 내에는 일반 백성이 아닌 군사들이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읍성 안에는 조선시대 각종 무기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와아! 이거 <신기전> 영화에 나온 그 신기전이네?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아이의 눈이 반짝거린다. 이때다 싶어 설명을 보탠다.
“이건 세종 임금 때 만들어진 무기인데, 화살이 로켓처럼 발사되는 거야. 좀 읽어 봐. 그냥 대충 보지만 말고, 여기 안내판에 적힌 글들 좀 읽으란 말이야.” 
뭔가 하나라도 더 아이가 지식을 담았으면 싶은데, 아이는 표지판은 읽지 않고 전시된 모형만 본다. 뭔가 설명하고 싶어 안달이 나다가 ‘아! 이번 여행은 아이에게 지식을 주입시키려는 교육 목적이 아니지.’ 싶어 마음을 고쳐먹는다.
왜 엄마들은 이렇게 아이에게 설명하려 하고 가르치려고만 들까? 아이 유치원 때부터 박물관이니 전시관이니 숱하게 데려가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지금 기억하는 것이 몇 개나 된다고. 그냥 아이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 두면 서로 편할 것을….

신두리 사구

다음 코스는 신두리 사구. 우리나라에서 사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 영화 <놈놈놈>의 촬영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곳 사구를 형성한 것은 바람. 내륙을 향해 끝없이 불어온 바람은 모래를 운반하고 사구를 이루게 했다.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 그 바람이 이루어 낸 대자연의 풍경을 보노라니 우리네 인생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잠깐 상념에 잠기게 된다.
아이는 그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는 물결무늬의 모래가 신기하다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엄마, 이건 바람의 발자국인가 봐.”
바람의 발자국? 오호! 제법 시적인데. 교과서나 책에서만 봤다면 나올 수 없는 표현이 아닐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고 느끼며 딱딱하게 굳어 있던 아이의 감성이 말랑말랑해진 듯하다.   
신두리 사구는 모래뿐인 황량한 사막이 아니라 봄에는 해당화와 갯멧꽃을, 가을 겨울이면 억새를 볼 수 있는 생명이 넘치는 곳이다, 사구의 남쪽으로는 두웅 습지가 있는데, 이곳엔 금개구리, 맹꽁이 등 양서류와 희귀 동식물들이 있어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해 2007년 람사르협약습지에 등록되기도 했다.
신두리 사구가 특별한 것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사막과 바닷가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언덕을 걷다 보면 어느새 펼쳐지는 드넓은 바닷가. 주말이면 사람들이 밀려드는 안면도나 만리포와는 달리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날 것 그대로의 바다 풍경이다.

신두리 사구센터

신두리 사구의 역사, 생태 환경, 현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곳이다. 두웅 습지에 사는 금개구리, 맹꽁이 등 양서류의 모형을 전시해 두어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하다.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샌드아트 코너도 단연 아이들에게 인기다. 사춘기 우리 아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래 놀이에 빠졌다. 문득 아이가 유치원생일 땐 모래 놀이 삽과 도구를 챙기고 가끔 바닷가에 데려가 모래 놀이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커가며 언제인가부터는 그런 시간을 한 번도 가지지 않았다. 학교 가라, 학원 가라, 숙제해라 바쁘게만 아이를 내몰았던 것이다. 중학생이 된 지금도 마냥 동심이 되어 저렇게 모래 놀이를 재미있어 하는데…. 순간 아이의 마음을 각박하게 만든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센터 내에는 소원을 적어 붙이는 벽이 있다. 아이도 얼른 달려가 종이에 뭔가 꼭꼭 적어서 붙이는데, 뭘 그리 열심히 썼나 싶어 보았다
‘우리 가족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동생과 싸우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언제 저렇게 철이 들었나. 소박한 아이의 소원을 보니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할 일인데, 뭐가 그리 조급해 닦달하며 살았나 싶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무엇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인지. 짧은 아이의 글 한토막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우리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어은돌해수욕장
 

어은돌해수욕장은 솔직히 꽁꽁 숨겨 두고 나만 알고 싶은 곳이라 소개하기가 아까울 정도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북적이는 서해안의 많은 해수욕장들과는 달리 덜 알려져 조용하고 한적하다. 그러다 보니 제법 여유롭게 봄, 여름엔 바지락을 캐고 겨울엔 홍합과 굴을 채취할 수도 있다. 다른 해수욕장 갯벌처럼 바지락 한두 개를 캐려고 많은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바닷가 뒤편으로는 울창한 숲길이 있어 산책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또 파도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그렇게 바다와 바다가 숲길로 연결되어 있어, 산과 바다의 정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어은돌해수욕장 주변에는 크고 작은 펜션들과 오토 캠핑장이 있어 주말엔 찾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해수욕장들에 비해 한결 여유가 있다. 횟집과 민박촌도 해안을 따라 들어서 있는데, 평일엔 거의 손님이 없고 동네의 순한 누렁이와 백구들만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꼬리를 흔든다. 사람만 보면 날카롭게 짖어대는 도시의 강아지들과는 달리 시골강아지들은 이상하게도 순하다.
아이도 강아지들을 보며 귀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우리가 묵은 펜션에도 ‘구리’라는 강아지가 있는데, 요즘도 가끔 구리가 보고 싶다며 어은돌에 가자고 할 정도다.       
저녁은 우리가 직접 따온 홍합으로 펜션에서 홍합탕을 끓여 줬다. 한 시간여 만에 한 양동이나 따와 양이 넉넉했다. 마트에 조금씩 담아 팩으로 파는 홍합과는 차원이 다른 맛. 아이도 제 손으로 직접 따서인지 더욱 맛있게 먹었다.

숨겨진 해돋이의 명소, 어은돌해수욕장
 

▲ 어은돌해수욕장 해돋이

다음날 아침 해돋이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숙소에서 바다까지 걸어서 일 분도 안 되니 부담 없어 좋다. 7시가 조금 지나자 드디어 바다 저 끝에서 은은한 광채를 발하며 떠오르는 해. 수줍은 듯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다 마침내 완전한 동그라미가 되어 떠올라 세상을 밝히는 해를 보며 아이는 감탄을 한다.
왜 꼭 해돋이를 보러 동해안으로 가야 하는가! 차 막히고 인파에 떠밀려 겨우 보던 해돋이와는 정말 달랐다. 이 멋진 해돋이의 장관이 아무도 없는 한적한 바닷가에 오롯이 우리 가족만의 것이었다.
해돋이를 보며 아이와 나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가슴속에도 희망이라는 작은 해를 품었다. 회색 건물 숲이 아닌 산과 바다뿐인 이 푸른 대자연에서 해돋이를 보는 아이의 눈빛도 반짝인다.
‘그래, 여행 오길 잘했어.’
2016년은 뭔가 잘 될 것만 같다.  
             
<볼거리>
- 태안 빛축제
태안군 남면 신온리 168-3의 넓은 대지에 조성된 연중 축제의 장.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백합 축제가 열리고, 저녁에는 600만 구의 LED전구가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입장료 성인 1인 9,000원, 청소년 7,000원
<숙소> 꿈꾸는 바다(010-6688-0222) 등 해수욕장 가까이로  펜션과 민박 시설들이 있다.

<먹을거리>

▲ 서산 영양돌솥밥

- 서산 영성각 (041-688-2047)
전국 5대 짬뽕 집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집. 해물과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어 어린 시절 먹던 짬뽕의 맛이다. 탕수육도 인기 메뉴.

- 서산 영양돌솥밥 (041-668-3115)
10,000원짜리 정식에 갓 지은 돌솥밥과 20여 가지의 반찬이 나와 가성비가 괜찮은 집. 된장찌개는 물론 서해안의 명물 게국지도 맛볼 수 있다. 찌개와 반찬도 간이 그리 세지 않아 먹고 나도 속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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