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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홍도 깃대봉
그 산에 가고 싶다 - 홍도 깃대봉
  • 박소이 기자
  • 승인 2016.05.06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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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한라산 부럽지 않은 섬마을 명산
▲ 홍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를 가운데 두고 오른편으로 몽돌해수욕장, 왼편으로 1구마을과 홍도항이 펼쳐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서남 해안과 해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생태적 보존 가치가 뛰어난 숲과 섬 그리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명소 중 명소. 망망대해에 마치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명소 가운데 가장 빛나는 보석은 아마도 신비의 섬 ‘홍도’일 것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홍도는 보통 배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해상 관광이 유명하지만, 홍도의 진수를 만나려면 고치산 깃대봉 탐방로를 통해 홍도의 숨겨진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이 최고다. '한국의 100대 명산'이기도 한 깃대봉에 올라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홍도의 풍경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글 사진 |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붉은 섬 ‘紅島’

신안의 붉은 섬 홍도는 ‘紅(붉을 홍)’에 ‘島(섬 도)’를 쓴다. 태양이 질 무렵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고, 사암과 규암으로 이뤄진 섬 자체가 홍갈색을 보여 붉은 섬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 기원이야 어떻든, 홍도는 몇 해 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국내 관광지 100선 순위 선정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인이 가장 가 보고 싶은 명소’로 꼽힌 곳이다.
이런 홍도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목포에서 115km, 흑산도에서는 22km 떨어져 있다. 목포에서 2시간 30분, 흑산도에서 다시 30분을 더 가야 도착한다. 큰 바다로 나서면 너울대는 파도에 뱃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홍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날씨, 하늘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날씨에 따라 배편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에 입항하는 순간부터는 지금까지의 수고로움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아늑하게 바다를 감싸 안은 홍도항에 접어들면서 눈앞으로 펼쳐진 이국적 풍경에 마음의 무장이 해제되면서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이다. 1965년에는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되었으며, 6.47㎢(약 190만 평)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특이한 지질 구조와 독특한 육상, 해양 식생 등으로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해안선 길이는 20.8㎞, 남북으로 길게 누운 누에고치 모양의 섬이다. 섬 안에는 자동차가 없다. 길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개조한 미니 트럭이 다닌다.

또 걷고 싶은 동백나무숲 오솔길
 

▲ 깃대봉으로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동백나무숲길. 하늘을 가리는 동백나무 오솔길이 길게 이어져 더없이 아름답다.

붉은 섬 홍도를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유람선 관광이다. 홍도의 붉은 속살과 오묘한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어 인기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배로 섬을 한 바퀴 돌면 홍도를 다 본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걸어서 돌아보는 깃대봉 트레킹이 주목받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에 탐방로를 설치했다. 홍도에 와서 깃대봉을 오르지 않는다면 홍도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다.
홍도의 마을은 1구와 2구로 나뉜다. 홍도항이 있는 곳이 1구마을이고, 반대쪽 산 너머에 2구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1구마을이 숙박 시설과 음식점이 풍부한 관광지라면, 2구마을은 아직도 풋풋하고 투박한 섬마을의 풍광을 오롯이 품고 있다.
깃대봉 트레킹은 1구마을에서 시작해 고치산 정상인 깃대봉(365m)을 지나 2구마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코스다. 3~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트레킹은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파른 비탈이지만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8부 능선쯤에 자리한 전망대에서는 바라보는 홍도의 전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오른쪽으로는 몽돌해수욕장이, 왼쪽으로는 홍도항과 1구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에서 바라본 1구마을은 비탈에 층층이 지어진 집들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이다.

▲ 깃대봉으로 가는 운치 있는 오솔길

전망대에서 위로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깃대봉이다. 그다지 높지 않은 깃대봉은 우리나라 섬의 산 가운데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과 더불어 산림청이 뽑은 ‘한국의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는 명산이다. 그래서 홍도 주민들에게는 육지의 백두산·지리산 못지않은 영산(靈山)으로 통한다.
전망대에서 깃대봉까지 걷는 길은 특히 아름답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풍경도 좋지만 무엇보다 깃대봉까지 이어진 동백나무숲 오솔길은 정말 최고다. 동백숲 터널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발견이다. 산 위에 하늘을 가리는 짙은 동백나무숲을 따라 운치 있는 오솔길이 길게 펼쳐져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
 

▲ 홍도의 독특한 바위들

깃대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몇 가지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먼저 각기 다른 뿌리에서 나와 한 몸의 나무가 된 구실잣밤나무 연리지와 1940년까지 숯을 굽던 숯가마터도 있고, 바다 밑까지 뚫려 있는 숨골재라는 깊은 굴도 있다.
홍도의 전설을 품고 있는 미륵돌 앞에서는 잠시 멈춰 소원을 빌어 보자. 남자미륵과 여자미륵으로 불리는 두 개의 둥근 미륵돌은, 옛날 홍도의 한 어부가 바다에서 건진 뒤 미륵이라 믿어 이곳에 옮겨놓고 출항 전 만선을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자미륵돌은 오래전에 사라져 찾을 수 없다가 최근 홍도 출신의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발견해 제자리에 갖다 놓아 마침내 온전한 모습이 됐다.
깃대봉에서는 멀리 흑산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을 거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홍도 2구마을로 향하게 된다. 되돌아 나올 때 하산 길은 해거름 때와 맞춰 보는 것이 좋다. 깃대봉에서 바라보는 홍도의 해넘이는 놓쳐서는 안 될 장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산 중턱이나 전망대도 상관없다. 북서쪽 탑섬, 띠섬, 독립문 바위 등을 무대 삼아 해가 넘어갈 때면 홍도는 서쪽 전체가 붉게 변한다. 그 일몰의 감동은 쉬 잊히지 않는다.
‘해상 관광’을 통해서도 깃대봉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해안 20㎞를 2시간 넘게 돌아보는데, 섬 주변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독특한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오랜 세월 파도가 빚어 낸 조각품에 탄성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바다 위에서 감상하는 홍도는 또 다른 섬이었다.

찾아가기
일단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로 가야 한다. 하루에 두 번 여객선이 운항하며,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간다. 흑산도까지 2시간, 홍도까지 다시 40여 분 걸린다. 큰 바다에 나가면 파도가 높은 경우가 자주 있으니 뱃멀미를 대비하자. 또 태풍이나 파도가 높은 날에는 운항하지 않으니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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