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의 다양성과 밀집도 면에서 세계적으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은 대부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살아 숨 쉬는 선사시대, 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진행 유화미 기자 │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창, 화순, 강화 세 지역에 나뉘어 분포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인돌 유물은 거대한 바위를 이용해 만들어진 선사시대 거석기념물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세 지역 모두에 수백 기 이상의 고인돌이 집중 분포되어 있으며 형식도 매우 다양하다. 그 형식의 다양성과 밀집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지역에 집중 분포한 고인돌은 거대한 규모의 석조 유적으로, 변형이 쉽지 않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원형을 잘 유지,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또한 이 세 지역의 고인돌은 고인돌 문화의 역사와 청동시시대의 사회구조 및 동북아시아 선사시대의 문화교류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고인돌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개체수가 분포된 고창
우리나라 최대의 고인돌 유적지인 고창은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 1550여 기가 밀집되어 있어 고인돌 박물관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이 중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447기이다. 약 1.8km의 공간에 400기가 넘는 고인돌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세계에서 고창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고인돌 종류가 모두 모여 있는 고창의 고인돌은 모양과 형식은 물론이고 크기도 다양하다. 바둑판 식을 중심으로 탁자 식과 지상석곽 식 개석 식 등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탁자식과 바둑판식의 중간 형태로 땅 위로 석관이 드러난 지성곽식 고인돌은 유일하게 고창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고인돌 형성과정을 볼 수 있는 채석장이 있는 화순
화순 고인돌 유적지 주변에는 고인돌을 만들고 남은 돌과 만들기 위해 준비해 둔 석재들이 많이 있다. 주변에 거대한 채석장이 4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채석장은 고인돌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유적지다. 돌의 결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돌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암벽 주변에는 비슷한 크기로 떼어 낸 돌들이 늘어져 있다. 277기의 고인돌이 분포된 효산리에는 1124개의 석재가 흩어져 있으며, 319기의 고인돌을 가진 대신리에는 무려 3543개의 돌이 사방에 섞여 있다. 화순 고인돌은 매우 다양한 지형에 분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대부분 산기슭이나 바위산 등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조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을 정도로 그 상태가 양호하다. 또한 매우 커다란 고인돌이 많은 것도 화순 고인돌의 특징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인돌 ‘강화 지석묘’를 가진 강화
강화도의 고인돌은 다른 유적지보다 초기의 형태가 많은데, 특히 부근리에 있는 ‘강화 지석묘’는 우리나라의 고인돌을 대표하는 매우 커다랗고 오래된 고인돌이다. 사적 제137호인 ‘강화 지석묘’는 전형적인 북방식 고인돌로 수백 명이 동원되어 아주 여러 날에 걸쳐 고인돌을 쌓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높이 2.6m의 굄돌 2개가 길이 7.1m, 너비 5.6m의 거대한 덮개돌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굉장한 세력을 가진 부족장의 무덤이라는 주장과 제사 의식을 지냈던 재단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까지 이 고인돌의 처음 형태가 어땠는지, 용도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또한 강화도에서는 고인돌뿐만 아니라 돌칼, 돌화살촉, 민무늬 토기 등 당시 사용했던 생활용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연구 자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