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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육대학교 김경성 총장의 토크 콘서트
서울 교육대학교 김경성 총장의 토크 콘서트
  • 유화미
  • 승인 2016.12.01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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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부모가 되는 길
 

대한민국 공교육의 숨은 조력자, 서울 교대 김경성 총장. 교육자이기 이전에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을 키우던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이자 암흑기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디자이너와 비행학교의 교관으로 미국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둔 성공적인 부모가 되었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금도 두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김경성 총장을 유니세프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만났다.

취재 유화미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취재협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고등학생 아이를 둔 워킹 맘입니다. 제 아들이 지금 스마트 폰 중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아니면 엄마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지요....”
김경성 총장의 강연을 메모까지 해가며 열심히 듣던 한 중년의 여성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질문을 하던 그녀는 끝도 맺지 못한 채 울먹이고 말았다. 이런 고민은 비단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닐 터.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이 지금 잘하고 있는지, 내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좌절한다.
김경성 총장은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마음으로 공감한다.
“제 아이도 한때 반항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럴 때 아이가 나를 보는 눈빛을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엄마도 매일같이 새벽 기도를 나가면서 공을 들였죠. 정말 많이 힘든 시간들이었는데 그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이 ‘당신이 나쁘게 살지 않았으니 아이도 나쁜 길을 가지 않을 것이다’였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뒤를 따른다는 말이 있죠. 세상을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셨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는 곧 제 길을 찾아갈 테니 말이죠.”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따른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온다고 하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벼운 행동 하나하나에도 걱정과 염려가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우리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일까.
김 총장은 좋은 부부가 되는 것이 그 첫 번째 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배우자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야만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단다.
그러기 위해선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부부로 만난 사람들은 최소 이십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맞춰진 사이가 아니라 하나하나 맞춰가야 비로소 완성되는 관계인 것이다. 매달 적금을 붓듯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부부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외출 전 신발 돌려놓기, 차 에어컨 미리 틀어놓기 같은 사소한 배려 하나에도 무척 기뻐하더군요. 이런 조그마한 것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만을 갖지 마세요. ‘여보, 내일부터 내가 더 열심히 뛸게’라는 생각을 가지세요.”
김총장은 좋은 부부가 되었다면 그 다음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팔자는 따로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특성이 다르면 그것이 곧 운명이고 팔자이며, 그 특성은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항상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면 팔자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편협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남녀차별,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공평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부모가 먼저 이런 시각을 버려야 아이도 따라서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배려’이다. 타인을 항상 인격적으로 대할 줄 알아야하며 배려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성과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때로는 공부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의 완성품은 없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도전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부모 또한 아이와 함께 자라나면 그만인 것이다.

자녀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사교육 열풍, 헬리콥터맘 등 아이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그저 가르치기에 급급한 부모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이런 주입식 교육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청소년 자살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총장은 이런 교육 방식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얘기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맞다 틀렸다’를 지적하고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무한히 아이의 편에 서서 지켜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 총장에게도 지금은 장성한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아온 수학 점수를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들의 시험지에 적힌 숫자는 바로 ‘0’. 하도 기가 막혀 왜 빵점을 맞았냐고 물어보니 공식을 외우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무슨 일을 할 때 재밌고 행복하냐고 다시 물으니 작은아들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그날부터 김 총장은 아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대신 그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끄는 일에 집중했다. 스케치북과 색연필 등을 사놓고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너무 잘 그린다며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그랬더니 아들에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났고 무럭무럭 커져 자신이 피카소보다 더 대단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수학 점수를 0점 맞아오던 그 아들이 지금은 20대임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 연봉의 3배를 버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어 있다.
“교육학자로서 감히 말씀 드리자면, 우리 사회에 머리를 써서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은 5%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녀의 성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집중하고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주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일이지요.”

자녀를 믿고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 주세요

모든 것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세상은 누구에게나 그리 녹록치 만은 않은 곳이다. 작은아들이 제 적성을 찾아갈 때 큰아들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 큰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 김 총장이 미국의 UCLA교수로 초빙되어 가족이 함께 건너갔다. 그 곳에서 큰아들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고등학교 과정이 4년인데 그 4년 동안 학교에 17번이나 불려갔다. 그 17번의 부름 끝에 아들이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고등학교 졸업을 고작 3개월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그 황당함은 지금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소문 끝에 거리가 먼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그 곳에서도 아들은 졸업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당시 아들의 최종학력은 ‘중졸’이었다. 중졸의 학력으로는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이 하고 싶으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전쟁에 참전하고 싶다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답을 내어놓고는 정말로 미군에 지원해 이라크 전에 무려 3번이나 참전했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놓고 나니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같은 기대는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죽지만 않고 몸 건강히 되돌아오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아들은 허벅지에 화상만 입은 채 제대할 수 있었다. 참혹한 전쟁터에 다녀오고 나니 아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해 늦은 나이에 전문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 무엇이 하고 싶으냐는 김경성 총장의 끊임없는 물음에 아들은 그제서야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듯 기다리던 대답을 들려주었다. 바로 ‘비행기 조종사.’ 자신의 적성을 찾고 나니 일의 진행 속도는 남들의 몇 배로 빨랐다. 11개월 만에 조종사 교관 자격증을 획득해 현재는 미국의 비행학교에서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새 34살이 된 아들에게 어릴 적 왜 그렇게 부모의 속을 썩였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너무 잘나서였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성이 뛰어난 동생과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아버지에 가려 항상 열등감을 느껴왔던 것. 아들의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주어 가슴 한 켠이 짠해져 왔다는 김경성 총장.
“제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부모가 지금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가 어느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잘하는지에 대해 알아주고 찾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는다고 해서 조바심을 느끼지 마세요. 세계에서 음악을 가장 잘하는 인재들만 모아놨다는 줄리어드 음대의 입학식 날 총장이 이런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음악으로 먹고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적성을 늦게 찾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는 얘기겠죠. 부모는 아이에게 언제나 너를 응원하겠다는 믿음과 함께 지켜봐 주면 됩니다.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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