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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펴낸 김창완에게 행복을 묻다
신작 펴낸 김창완에게 행복을 묻다
  • 송혜란
  • 승인 2016.12.0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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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다 이루면 행복할까요?”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매일 아침 9시면 SBS 파워FM을 통해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가수 김창완. 그는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한 감춰진 의미를 읊으며 라디오의 문을 살포시 열어준다. 그러기를 16년. 그가 직접 써내려간 일상에 관한 소고가 하나의 책으로 엮여 세상의 빛을 보았다. 이제는 <안녕, 나의 모든 하루>의 작가가 된 그를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이번 인터뷰 주제 역시 행복이었다.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들의 의미, 숨은 오늘을 찾는 일 역시 행복이기 때문이다. 지치고 공허한 마음에 힘을 주는 글의 본질도 행복에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가장 먼저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라디오 생방을 끝내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그날의 오프닝 멘트 이야기로 첫 운을 뗐다.
“아침에 아는 분이 한라산 등반을 잘 마친 후 버킷 리스트 하나를 지울 수 있게 됐다며 잔뜩 신이 나 문자를 했어요. 제가 그렇게 소원을 이루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며 답글을 보냈지요. 아이고 소원 하나는 남겨놔야겠대요.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소원을 다 이루면 행복할까? 아닐 것 같았습니다.”
소원을 다 이루어도 행복하지 않다면 소원은 무엇일까? 소원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마음을 가져다 팔아버린 거나 다름없는 것인가.
“소원을 다 이루었을 때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허전한 이유가 그것이에요. 소원 하나하나를 이룰 때마다 그것을 바라던 마음도 동시에 떨어져 나갔으니까요. 그래서 소원을 마음도둑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시간도둑처럼 소원은 마음도둑이에요. 소원을 이루는 순간 마음도 함께 도둑맞는 거지요.”
소원이 마음도둑이라면 행복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물음이 반복되었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딱 정의해 두고 그것을 쫓는다고 행복해지지 않아요. 우리가 가진 행복에 대한 허상부터 지우는 게 먼저일지도 모르지요. 행복은 어떠한 소원을 이룬 순간에 있지 않고, 소원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 이것도 행복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가지는 오해입니다. 행복이 과정이려면 행복을 좇아 소원을 이루려고 했던 것들이 소중하다는 뜻인데, 그게 또 행복 자체는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
어떻게 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사실 환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행복을 얻어도 그 다음은 행복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이 내 시간과 마음을 다 바쳐 얻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다시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행복한가요?
“뭐 꼭 행복해야 하나? 행복이 어떠한 착각이나 환상일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게 그러한 환상이 필요할까? 들숨과 날숨의 사이가 삶이에요. 그냥 순간순간이 모인 오늘을 늘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거지요. 다른 뭐가 더 필요할까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오늘이나 일상을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게는 기적이에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교육

그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며 예전에 한 앵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계적인 석학을 두루 만나본 앵커는 항상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명쾌한 답을 주는 경우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들이 그들에게는 이미 몸에 배어 있어서이기도 했고, 결국 모든 질문에 대한 답도 자신 안에서 스스로 찾아야 하는 셈이었다. 그 말의 뜻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를 만나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문득 그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이번 에세이에서도 한차례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터였다. 교육 이야기는 교육 전문가한테 들어야 한다고 살짝 빼던 그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스스로 배워야지요.”
그는 건강을 한 예로 들었다. 건강에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전에서는 생명이 곧 면역체계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만큼 면역력은 생명 유지를 위한 근본이다. 그리고, 면역체계를 회복하는 게 자생력이다.
“학습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배우지 아니하면 그 어떤 지식도, 지혜도 다 무용지물입니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면 기계적으로 고도화된 학습 방법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기쁨이 어마어마한 우주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기쁨을 능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제 생각이 그래요.”
교육에 대한 화두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비교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 질색했다. 그게 교육에도 안 좋다고 배웠다.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비교를 하더군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가 마치 사회 계급인 양 운운하는 엔포세대를 향한 말이다. 삶 자체가 무거운 짐인 청춘에게 그는 환경의 중요성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다.
“청춘은 생명을 향유하기보다 생명에 도전하는 시기예요. 괴로움이 근원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날 때부터의 환경, 주변의 상황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문제지요. 나와 다른 청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 무거운 짐이 외부에서 오는 것 같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청춘은 한없이 초라해지고 말 거예요.”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흙수저나 엔포세대와 같은 신조어가 한편으로는 사회를 향한 구조 요청으로 들릴 법도 한데….
“그것조차도 자신에게 물어봐야지요. 자기한테는 질문을 던지지도 않으면서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스스로를 바꿀 힘이 있어야 사회도 바꿀 수 있어요. 자신이 먼저예요. 스스로의 힘을 믿어보세요!”

‘자유’란 ‘진짜 자유로부터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쯤 되면 그의 남다른 사고방식이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의아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누군가는 그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제도 어떤 이가 저더러 자유로워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가 생각하는 자유가 뭘까, 저는 그게 더 궁금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저리 갔다가 여기 가고 하는 게 자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자유는 그런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새와 뱀이 있어요. 새는 훨훨 날아다니니까 뱀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이죠? 반면 땅 위에서 기어만 다니는 뱀은 답답해 보일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뱀이 더 자유로운 겁니다. 뱀은 떨어질 걱정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이 세상에서 지구에 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동물이니까요.”
그래서 그가 말하기를, 자유는 날개도 필요 없고, 자유는 발조차 없다. 기존에 자신이 자유에 대해 가진 개념이 있었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우리가 진짜 자유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자유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실은 멀어진 그 거리만큼 자유롭지 않은 것일 텐데 말이지요. 진짜 자유로운 사람은 자유로부터의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 거예요.”
김창완, 그는 참 자유로우면서도 난해하다. 누군가 자신의 에세이 한 구절을 기억해주면 고마울 법도 한데, 그 사람의 일상에 올가미를 만들었다며 울상을 짓는다. 내일은 또 다른 일상이므로 어떠한 말에도 사로잡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모든 이야기에는 분명 일맥상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독자도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란다.

가수, 배우, 작가까지... 글 안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

그룹 산울림의 리드보컬이자 배우, 작가로까지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김창완. 의외성에 반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늘 가슴속에 개구쟁이 심보를 품고 있다. 방금 한 연기가 정말 연기인지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에도 그는 여전히 재미를 느낀다. 노래를 부를 때는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 설득하려는 모습이 프로다. 그의 작가로서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증이 앞섰다. 분명한 것은 그의 글 취향은 판타지 소설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
“저는 시공을 떠난 어떤 세계가 글 속에 있지 않을까 상상해요. 사후세계를 꿈꿔보기도 하고…. 이러한 것들을 글로 쓰면 그게 저는 그토록 아름답습니다. 신화도 그렇게 만들어졌잖아요. 글에 대한 애정이 참 애틋하고, 그게 정말 인간적이라고 봅니다. 판타지 소설은 거의 희망에 가깝고요. 주업은 가수, 배우, 더 나아가 작가로서 글을 계속 쓸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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