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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 막강 커플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 막강 커플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
  • 김은정
  • 승인 2016.12.0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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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할 추억이 많은 부부는 얼마나 행복한가. 20여년을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하며 밀어주고 끌어주고 부부로, 동지로 살아가는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 부부. 최근 MBC <무한상사>로 주목받은 이 부부의 오누이처럼 닮은 알콩달콩, 티격태격, 오순도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김은정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사진 장항준감독 제공   

최근 부부는 드라마 <싸인> 이후 <무한상사>를 함께 만들며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각본은 김은희 작가가, 연출은 장항준 감독이 맡아 두 사람은 무더웠던 지난 8월을 더욱 뜨겁게 보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릴러 물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 같은데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전적으로 부부의 힘을 믿고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처음에 막상 연출을 맡겠다 하고 나선 엄청나게 부담이 되는 거예요. 빠듯한 일정에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에, 자다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맘고생을 했어요. 내가 왜 굳이 이걸 한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할까 후회도 하고... 그런데 막상 다 만들고 나니 하길 잘했다 싶더군요. 나름 재미도 있었고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김은희 작가는 더운 날 고생한 스태프들 얘기부터 꺼냈다.
“제가 촬영 현장을 한번 가봤는데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거예요. 이번 여름 특히 더웠잖아요. 정말 연기자들도 스태프들도 땀도 많이 흘리고 너무나 고생을 하시더군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예능프로그램과 영화의 제작비부터가 스케일이 다르다. 모든 스태프들을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로 충원했고 그러다보니 부족한 제작비 현실을 아는 두 사람은 본인들의 개런티를 전액 제작비로 돌렸다.
“제작비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할 수 없더라구요. 조금이라도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선 저희 개런티도 제작비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원래 무한도전의 팬이었고, 그냥 재미있어서 한 일이었거든요.”
부부는 오히려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밥 사고 술 사고 개인 돈을 더 썼다고. 요즘 그 누구보다도 잘 나가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한 푼의 개런티도 없이 오직 열정으로 만든 <무한상사>. 두 사람의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무한상사는 15~13%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열띤 호평을 받았다.

남편은 감독, 아내는 작가 찰떡궁합 부부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로 이름을 알린 장항준 감독은 과거 예능방송의 작가로 활동할 때부터 입담꾼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리고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 연기까지 두루 섭렵하며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준 감독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박봉곤가출사건>도 그가 각본을 쓴 것이며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본인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드라마 <싸인>에서는 부부가 함께 극본을 쓰기도 했다.
거기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입담도 좋으니 그런 만능 재능꾼인 장감독을 게스트로 모시려는 PD며 작가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장감독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 존재감을 보여주다보니 자신을 예능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이젠 진지한 작품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화 <기억의 밤>도 스릴러물로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감독까지  맡고 있다. 현재 캐스팅 구상 중이며 내년 1월 촬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김은희 작가는 2006년 <그해 여름> 이라는 영화의 각본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드라마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시그널>까지 히트시키며 스릴러물의 대표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이렇듯 아내의 성공가도를 보며 남편은 살짝 긴장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안도했지요. 은희가 잘해주니 제가 좀 침체돼 있어도 편하게 일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서로 경쟁하는 사이도 아니고 한쪽이 잘해주면 한쪽은 고마운 일이죠. 저희 어머니가 어디 가서 점을 봤는데 제가 평생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산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
너무도 솔직한 장감독. 해맑게 웃는 모습이 천진한 아이 같았다. 잠시 웃는 사이 김은희 작가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다 오빠 덕분이예요, 오빠는 겉으론 가볍고 웃기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정치, 사회 등 다방면으로 작가라면 가져야 할 시각들을 가르쳐줬어요. 오빠를 못 만났더라면 제가 작가도 안 됐을 거예요.” 
자신의 성공을 남편의 공으로 돌리는 김은희 작가의 말에서 남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났다. 하지만 연이어 네 편이나 성공을 하기는 참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김 작가의 남다른 노력이 따르지 않았을까?
“은희는 정말 성실해요. 그리고 뭘 하나를 시작하면 많이 공부하고 무섭도록 몰입하지요. 그런 성실함이 성공의 요인일 거예요.”

전적으로 지원해준 가족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오롯이 일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 때문이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하게 되자 친정어머니는 딸 윤서를 키워주겠으니 아무 걱정 말고 글을 쓰라 했다고.
“사실 저희 친정어머니가 집안에 갇혀 있는 성향이 아니시거든요.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여행 다니기 좋아하는 분인데 정말 전적으로 아이를 맡아 키워 주고 계세요.”
그리고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 갔다.
“언젠가 제가 원고료를 받고 시어머니께 선물을 하나 해드리고 싶어 명품백이라도 하나 사시라고 돈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그 돈으로 명품백을 안 사시고 홍삼 달이는 기계를 사신 거예요. 그 후로 지금까지 계속 제게 홍삼을 달여 보내주세요.”
그런 시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다는 김은희 작가. 아낌없는 사랑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양가 어머님이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고. 그리고 또 한 사람 빼놓을 수 없는 막강 지원군은 바로 남편 장항준 감독이다. 드라마 집필 후 바빠진 아내를 위해 아침을 차려주고,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시식도 하고 장도 보는 가정적인 남편이란다.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파스타나, 칼국수, 김치볶음밥도 가끔 만들어 은희와 같이 먹죠. 제가 먹고 싶어서 만드는 거라는 함정이 있지만...”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일에 몰두하느라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때 정말 미안한 맘인데 살뜰히 챙겨주는 남편 덕분에 더욱 일에만 매진할 수 있다고.
“아이가 일학년 때는 오빠랑 같이 담임선생님 상담도 가고 했어요. 알려진 부모를 만나 아이가 더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은 없을까 걱정도 되고... 자식을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를 자주는 못 보지만 만나는 순간만큼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

가난한 신혼시절에도 마음만은 부자

 

사수와 부사수로 만나 결혼에 이른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가 궁금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땐 좀 이상하고 웃기는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사수가 된 지 한 달 만에 나타나더니 일은 안 시키고 어제 (윤)종신이 생일인데 나이트를 갔었다 뭐 그런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기본기가 탄탄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죠. ”
김은희 작가에 대한 장 감독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몸매가 정말 좋았어요(웃음)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렇게 경청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 서로 이야기가 통했고 그래서 얘랑 있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몸매가 안 좋았으면 결혼 안 했을 거예요.”
너무나 솔직한 답변. 이것이야말로 진지한 듯 유쾌한 장 감독의 매력인 듯했다.
지금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에게 남모를 어려움도 있었다. 방화동 작은 집에 신혼 방을 얻은 두 사람은 때론 쌀이 떨어지고, 가스가 끊기고, 30만원이 남은 줄 알았는데 3만원이 남은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결코 슬프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요즘은 너무 생각들이 많아서 결혼을 늦게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때처럼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을 때 일단 저지르고 보자고 결혼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우린 가난했던 그 상황도 나름 재미있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온 것은 두 사람의 따뜻한 성품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영화계에선 이런 일화도 있다
지금이야 표준 근로계약서도 생기고 해서 많이 좋아졌지만 옛날엔 스태프들이 고생만 하고 돈도 제때 못 받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장감독은 빚을 내서라도 돈을 챙겨줬다고. 정작 자기 집에 쌀이 떨어져서 김은희 작가가 '쌀이 떨어졌다'고 하는 얘길 몇 번이나 해도 그럴 때도 지인한테 돈을 빌려서 연출부를 챙겨줬단다. 지금도 두 사람은 유니셰프, 월드비전, 참여 연대 등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인상만큼이나 어진 이 부부는 앞으로 나이가 들어 언젠가 일을 놓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했다.
“글쎄요.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여행도 다니고 낚시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요?”
김은희 작가의 답은 달랐다.
“저는 늙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글 쓰는 것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적어도 이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등 돌리지 않겠다는 장항준 감독.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싶다는 김은희 작가. 이 부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면 앞으로도 믿고 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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