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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업기술센터 조은희 주무관, 도시농업의 치유 효과
서울농업기술센터 조은희 주무관, 도시농업의 치유 효과
  • 송혜란
  • 승인 2017.05.26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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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스토리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조은희 주무관은 졸업 후 원예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 1999년 서울농업기술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농업에 종사한 지 어언 22년이 흘렀다. 초창기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농업은 사양산업이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찾지. 왜 이곳에 왔느냐’이다. 지금은? 도시농업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는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직접 아파트 베란다에 상자 텃밭을 키우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맛보고, 식물과 대화도 한다는 조은희 주무관. 봄을 맞아 서울 시내에 다둥이 텃밭을 개장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 사진 송혜란 기자, 서울농업기술센터 제공
 
4월, 도심 곳곳에 텃밭 오픈을 앞둔 서울농업기술센터는 굉장히 분주해 보였다. 센터 건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 농산물이 즐비해 있는 서울농업기술센터는 식물원이나 다름없었다. 각 텃밭에 공급될 모종이 숨 쉬고 있는 비닐하우스에 다다르자 어렵사리 조 주무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우스 한켠에는 농사일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농부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난다.

조 주무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줄곧 시민교육팀에서 일하다 도시농업팀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하느라 일이 벅찰 법도 한데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로 시민들에게 장류, 떡, 김치 등 전통음식과 제철농산물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던 그녀에게 오히려 도시농업 일이 더 천직인 듯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개나리꽃이 흐드러지니까 빨리 텃밭 재배를 하고 싶은 분들이 개장 시기가 너무 늦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이었어요. 올해 처음으로 다둥이 텃밭을 비롯해 실버 텃밭 개장 업무까지 맡아 정신이 없네요.(웃음) 일은 힘들지만,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꽃 피운 도시농업 업무를 맞게 돼 무척 기쁘고 보람차요.”

텃밭이 주는 치유 효과

서울농업기술센터는 1992년 본 센터에서 처음 텃밭을 운영한 게 도시농업의 시작이라고 본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노인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2008년부터 텃밭을 가꾸면서 건강도 챙기고, 사회적 관계도 맺을 수 있는 실버농장이 문을 열었다. 2010년에는 출산장려 정책에 맞춰 세 자녀 이상 다둥이 가족농장을 개장했으며, 2012년에는 다문화가정의 여가생활 지원을 위해 다문화가족농장을 오픈했다. 올해는 사회적 약자와 한부모 가정, 장애우 등 소외계층 중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다사랑 농장도 첫 삽을 팠다.

이러한 텃밭은 노인, 다둥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그 효과를 톡톡히 해냈다.
“최초 실버농장이 시작된 것도 서울농업기술센터장께서 탑골공원에 모인 어르신들의 건강과 생활 속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현재 규칙적으로 텃밭을 작업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농작물을 키우면서 정서적으로도 힐링 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울증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텃밭에서 친구 분들도 사귀면서 생활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해요.”

 

사진1. 실버, 다둥이 텃밭 개장을 앞두고 미리 심어놓은 강낭콩이 부쩍 자라있다.
사진2. 4월 초 개장한 다둥이 텃밭에 공급될 모종의 모습이다.
사진3. 다둥이 텃밭 개장 날, 서울 곳곳에서 모인 가족 단위의 참여자들이 힘 모아 농작물을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텃밭이 주는 치유 효과 때문인지 이번 다둥이 텃밭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4월 초 텃밭 개장 당시 서초와 송파, 강서에 위치한 세 개 농장의 1300구획에 채소를 심는데 무려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한다. 농장 참여자 모집 경쟁률은 3대 1. 로또보다 당첨이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참여한 사람들이라 다들 텃밭 일에 적극적이다.

“다둥이 가족 중에는 토요일에 모종을 심고 갔는데, 그 다음날 바로 와서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미소 띤 얼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는 텃밭 공간이 있어 참 행복하대요. 요즘은 두 자녀도 다자녀로 인정해달라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웃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만의 또는 우리 가족만의 텃밭을 가꾸며 농작물을 손수 키워 먹고 이웃이나 친지와 그 기쁨을 나누는 게 진정한 도시농업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텃밭농장은 기본적으로 친환경 재배가 원칙이니 환경에도 좋아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의 경이로움

그녀 역시 서울농업기술센터의 일뿐 아니라 아파트 베란다에서 직접 상자 텃밭을 키우는 등 개인적으로도 도시농업 참여에 열정적이다.

“아이들과 함께 상추와 열무, 토마토, 배추 등 텃밭 농사를 지어봤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마트에서 보던 채소를 손수 키우고 수확해서 먹으니까 신기한가 봐요. 텃밭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채소를 잘 먹는다는 얘기도 들어요. 예전에 막내가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서 흙은 파먹는 바람에 그날 과감하게(?) 정리한 후 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 아이가 더 크면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도시에서의 농사는 몸과 마음의 건강, 힐링이라는 매력이 큰 만큼 꼭 텃밭이 아니더라도 컵에다 양파를 키워보는 것도 좋다고 그녀는 조언했다. 이러한 작은 경험이 도시농부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단다. 하루하루 다르게 크는 양파 잎을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맛보고, 식물과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 많이들 귀농, 귀촌을 꿈꾸는데요. 대개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전원주택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상상하더라고요. 그러나 환상에 젖어 무작정 시골로 떠나는 것보다 먼저 작은 텃밭을 가꾸거나 귀농귀촌 교육을 들어보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막연하게나마 귀촌 생활을 계획하고 있어요. 아마 남편이 퇴직한 후에 구체적인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자료사진 Queen 송혜란 기자, 서울농업기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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