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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아제르바이잔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 한국 김치사랑부터 자국의 석유오일 배스 문화까지
주한 아제르바이잔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 한국 김치사랑부터 자국의 석유오일 배스 문화까지
  • 송혜란
  • 승인 2017.09.1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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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 서부 연안을 끼고 이란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구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 중 하나였으나 1991년 독립을 선언하고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이 탄생되면서 공식적으로 독립한 지 26여 년이 지났다. 특히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제르바이잔에는 석유로 목욕하는 문화가 있다는데….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저에 들러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를 만난이라면 그곳의 매력에 푸욱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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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만의 스타일이 잔뜩 묻어나는 대사관저에 들어서자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가 친숙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아름다리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코눌 테이무로바 대사 부인에게서는 배우 못지않은 우아함이 물씬 풍겼다. 아직 어린 그녀의 두 아들 아이칸 테이무를루와 알페르 테이무를루는 인터뷰 촬영 중 익살스러운 표정과 장난기 어린 말투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국에 온 지 올해로 4년이 된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는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첫 방문 국가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감명을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 식당에 갈 때 큰 상에 놓인 무수한 반찬 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먹을까 싶었지만 한국 음식은 재료가 좋아서 너무 배부르지 않게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음식 중에서도 김치를 가장 좋아한다고 입을 모으는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 그들은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갈 때도 한국 김치는 꼭 챙겨서 갈 것이라며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유하지 않음에도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 아제르바이잔이 배울 점이 참 많아요. 아제르바이잔은 천연자원이 재정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 재원 외 다른 것도 많이 개발하고 있으니 앞으로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굉장할 것 같습니다.”

불의 나라 

먼저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는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한마디로 ‘동과 서가 만난 국가’라고 정의했다. 고대 아제르바이잔이 실크로드에 위치하면서 동과 서의 물품을 잇는 요충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곳은 문화적으로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흔히 불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상징이기도 한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불꽃이 나와서이기도 하고, 아제르바이잔인이 불에 맞서는 용맹한 민족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땅 안에 매장된 천연가스가 지표면 위로 분출되는 야나르다그 지역에 가면 왜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라고 불리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관저에도 이러한 아제르바이잔을 잘 표현해주는 붉은 색 카페트가 곳곳에 깔려있었다.
“아제르바이잔 고대 때부터 사용한 카페트로 모두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왔어요. 이 카페트는 아제르바이잔의 문화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수도 바쿠에는 2000개가 넘는 카페트가 전시된 박물관이 있을 정도이지요.”

예술성과 낭만성이 강한 민족

아제르바이잔은 면적 8만6000㎢에 인구 978만명으로 다문화주의적인 면이 도드라진다. 공식적으로 무슬람 국가인 이곳에는 기독교를 비롯해 소수 종교도 공존하고 있다. 인종의 기원은 터키이지만 레즈긴인, 아바르인, 우크라이나인, 타타르인 조지아인, 타리슈인 등 다양한 민족이 화합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떠한 종교도, 민족도 차별한 적 없다는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는 아제르바이잔의 다문화주의적인 면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의 자랑거리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제르바이잔인은 노래와 춤, 무도회, 시 낭송을 즐기는 예술성과 낭만성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로 늘어난 부의 지원에 의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지난 11~13세기의 문화황금기에 버금가는 문화중흥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예술의 중흥은 러시아 제국 내의 터키, 이슬람인들에게 영감을 주어 이슬람 최초로 극장과 오페라극장이 세워진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세상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아제르바이잔 예술가는 누구이냐는 질문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며 잠시 난감해 한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고민 끝에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니자미 간자비라는 시인이 아제르바이잔의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니자미 간자비는 주로 러브 스토리에 대한 시를 수두룩 남긴 분이시지요. 관저 소파 위에 놓인 쿠션 중에도 그의 시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제품이 꽤 많아요.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재능을 지닌 예술가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중 재즈 음악가들의 활약은 물론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음악인 무감 대중화에도 싱글 가수들이 부단히 힘쓰고 있습니다.”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는 1~2년 전부터 골프 삼매경에 빠져 예술과 낭만을 즐길 새가 없지만, 그의 부인 코눌 테이무로바는 아제르바이잔인답게 한국 디자이너와 협업해 한복을 직접 만들어 전시회도 여는 등 예술에 조예가 깊다고 한다.

피부에 좋은 오일 배스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나라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아제르바이잔을 찾고 싶다는 이에게 부부는 자연 풍광을 즐기기 아제르바이잔만 한 곳은 없다며 화색이 돌았다. 일단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산지로 이뤄진 아제르바이잔은 어딜 가나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질 뿐 아니라 카스피해가 인접해 있어 해안가 문화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가 많은 바쿠를, 지방에서는 카발라, 샤키, 레릭 지역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고 부부는 추천했다. 조금만 비행기를 타고 더 들어가면 닿을 수 있는 나흐체반이라는 섬도 좋은 여행지라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아제르바이잔에 여행 갔다가 오일 배스를 못 즐기고 온다면 그만큼 아쉬운 게 없을 터.
“아무래도 아제르바이잔 하면 가장 잘 알려진 게 석유이지요. 우리 나라에는 석유로 목욕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5성급 호텔에 묵어야 하지만 석유에 몸을 담그면 피부 질병 완화 효과가 있답니다. 꼭 오일 배스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피부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진흙이 용암처럼 나오는 땅이나 소금으로 이뤄진 동굴에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코눌 테이무로바는 대사 부인의 열정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는 물론 양성평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에 앞서 아제르바이잔은 일찍이 여권이 신장한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부인 코눌 테이무로바는 대사 부인은 아제르바이잔이 동 무슬림 국가 중 여성에게 첫 투표권이 제공된 나라라고 강조했다. 20세기 초 서양에서조차 여성에게 투표권이 많지 않았을 때의 일이라 큰 귀감이 된다.
“당시 극장에서는 여성이 공연할 수 없어 여성 역할도 남자가 여장해서 소화하곤 했는데요. 여자가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도 아제르바이잔이 최초입니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국가 차원에서도 여권 신장을 위해 각별히 힘써온 아제르바이잔.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국회의원 중 18%가 여성의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인 일함 알리예프의 영부인 메흐리반은 동시에 부통령까지 맡고 있어요. 메흐리반 부대통령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재단 원장도 역임하는 등 사회적으로 꽤 활발히 활동 중이지요. 즉 아제르바이잔은 여성이 두 번째 수장인 나라입니다.”
여성 교육열 또한 높아 코눌 테이무로바는 대사 부인은 한국에서도 쉬지 않고 최근 성균관대 MBA 석사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전통 음식, 필라프

람지 테이무로프 대사 부부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기죽은 듯 조용했던 막내 아이가 다시 장난스럽게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그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 사이로 코눌 테이무로바는 대사 부인이 아제르바이잔의 전통 음식 필라프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필라프는 아제르바이잔의 일상음식이지만, 오늘 내놓은 필라프는 특별한 날이나 스페셜 게스트가 올 때만 대접한다는 코눌 테이무로바는 대사 부인. 밥을 짓는 방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언뜻 보면 한국의 볶은 밥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천연 착색제이자 향신료로 값이 비싸 고급요리에만 쓰이는 사프란을 첨가해 지은 그녀의 필라프를 한 입하는 순간 진하고 그윽한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거기에 그릴 닭고기와 미트볼, 유기농 고수가 딱 먹음직스럽게 조화를 이루었다.
새하얀 접시가 바닥을 보인 후 그녀가 마지막으로 건넨 석류 주스를 한 모금 하자 아제르바이잔의 깊은 맛과 멋이 어느새 온몸을 휘감았다.

아제르바이잔 필라프 레시피

 

재료 흰 쌀, 사프란, 닭고기, 소고기, 유기농 고수, 간장, 소금 등 양념

1. 흰 쌀에 사프란을 첨가해 밥을 짓는다.
2. 닭고기는 그릴에 적당히 굽고, 소고기는 양념해 미트볼로 만든다.
3. 접시에 필라프, 그릴 닭고기, 소고기 미트볼 그리고 살짝 데친 유기농 고수를 덜어 함께 버무려 먹는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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