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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소통 말통> 펴낸 소설가 김다은 교수
장편소설 <소통 말통> 펴낸 소설가 김다은 교수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2.23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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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잘 소통하는 비결을 알려드립니다”
▲ 청소년의 소통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장편소설 <소통 말통>을 출판사 ‘상수리’에서 펴낸 소설가 김다은 교수(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잔잔한 필치와 촘촘한 구성으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깊은 울림으로 직조해내는 소설가 김다은 교수가 청소년의 소통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소통 말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가정과 사회의 커다란 과제이며 교육의 큰 허점임에도 방치되고 있는 청소년 소통문제를 김 작가를 만나 짚어봤다.
 
김 교수는 새 소설에서 한 고교생이 학교와 가정을 오가며 겪는 불통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는 소통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더불어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지한 접근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학교와 가정에서 각각 사소한 소통의 실패로 말통, 즉 말이 통하지 않는데서 오는 통증을 느끼는 고교생 문복이 학교와 가정에서 말통을 극복하고 소통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촘촘히 짜나갔다.
비록 거창하거나 눈에 확 띄는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 꼭 있을 것 같은 현실성 있는 잔잔한 스토리는 언어학적이고 철학적인 성찰마저 담아내고 있다. 그냥 쉽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오래도록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소통이 되지 않아 고통 받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을 써보고자 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청소년과 효과적인 대화를 원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소통문제를 나름 많이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가능하다면 이 소설을 읽은 청소년과 대화하고, 모임이나 강연의 자리를 통해 소통문제에 대해 얘기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

김 교수는 소설 탈고와 출판으로 청소년 소통문제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자는 마음은 없는 듯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청소년 소통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 해보겠다는 자세이다. 김 교수를 만나 장편소설 <소통 말통>과 청소년 소통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 교수의 프로필과 그녀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이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평소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으셨는지요?
4~5년 전 우연히 TV방송프로그램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청소년들의 고민 1순위가 성적이나 이성 문제가 아닌 소통 문제라 하더라고요. 주위와의 소통불능으로 가장 고통 받고 있다는 거였어요.
제가 아이를 키워 본 적이 없고 학교에서 맡고 있는 대학생들과는 소통이 좋은 편이라서 그런 사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었지요. 지금까지 어른들을 위한 소설들만 써왔는데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어요.
제겐 새로운 영역이라 어려운 과정이었고 시간이 걸렸어요. 작품을 위해 3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을 만나 대화하고 앙케트도 하며 자료를 수집했어요. 그를 통해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창의적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소통은 사회생활 이전에 인간 삶의 기본조건 아닌가요. 사람들이 소통에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시는지요?
대학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소통불능이나 소통실패가 사람 탓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소통에 실패하면 상대방을 탓하게 되잖아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언어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발신자와 수신자 간에 이뤄지는 언어는 공놀이와 같습니다. 항상 공을 받아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언어가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언어가 가진 이 같은 속성을 알면 남 탓, 내 탓을 그리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두통, 치통이 꼭 내 탓이 아닌 것처럼 말통 역시 내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소통은 언어를 사이에 둔 밀당이자 썸입니다. 말통 때문에 때로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그 불완전한 여정이 도리어 우리를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Q. 그러면 소통을 위해 대화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요?
우리는 상대방의 말에서 자기 생각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로 인해 대화를 망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머니는 학교에 다녀온 자녀로부터 공부를 잘 했는지 확인하려 듭니다. 자녀는 어머니가 청소를 하고 밥을 잘 했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고자 하므로 상대에게는 고통스러운 질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창의적인 대화는 상대로부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것들을 발견하고, 발견한 상대의 모습을 수용하는 겁니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풀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밥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책도 읽으신다는 얘기를 듣고 자녀는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어머니의 책을 들춰보게 된다면 어머니와의 통로가 자연스레 확보됩니다.
어머니도 대화를 통해 자녀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도 하고 축구도 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소통이 쉬어집니다. 자녀가 하는 스웨그(Swag)를 어머니가 따라하면서부터 자녀와의 대화가 풀리며 소통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삶을 사유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언어를 감지하는 것 역시 다릅니다. 대화로부터 다른 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소통의 첫번째 열쇠입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과의 대화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요?
아이가 꿈꾸는 대상이 부모에게는 종종 문제가 됩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과 장차 가져야 할 직업을 대화에서 노출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선호하는 직업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부모와 자식 간 트러블의 원인이 됩니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게 4차 산업혁명 이후 반 이상 사라질 것이기에 아이들의 꿈을 존중해 주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설사 아이들의 꿈이 황당하더라도 이해해주고 가지를 쳐내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몰두할 수 있는 대상, 소위 미쳐보아야 할 대상에 에너지를 계속 투사해야 합니다. 대상에서 떠나거나 다른 대상을 찾을 수도 있는데, 그 꿈의 가지를 쳐내서 에너지를 끊어버리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열정을 갖는 능력이 있고 모험심과 에너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미리 꿈의 싹을 잘라버리면 그런 재능들을 키울 수 없게 되니까요.
Q. 자녀를 성공시키려면 부모가 자녀의 꿈을 꺾어선 안 된다는 말이군요.
지금까지의 성공 케이스를 살펴보면 자녀를 자기 하게끔 그냥 내버려두는 방임형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녀의 방향성을 상담해주는 등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것이 더욱 좋다고 합니다.
부모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친구라도 자녀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자녀와 멘토가 자연스럽게 만나서 전문 분야의 사정을 듣거나 재미난 얘기를 들으면 자녀가 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거나 방향을 수정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의 열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아이를 코치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주변에 자녀의 멘토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과도 부합되는 얘기지요. 아이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어른들 간의 소통도 매우 중요합니다.

Q. 이밖에 청소년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프랑스식 육아법에 관한 얘기입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많이 겪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프랑스 아이들은 칭얼대지 않습니다. 부모가 1~3세 때부터 칭얼대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교육시키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아이가 칭얼대면 귀찮아서 결국 요구를 들어주잖아요. 프랑스 부모들은 칭얼대지 못하게 하고 대신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고 타당하면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습니다. 조건을 붙여서 들어주기도 하고, 안 되면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고집 피우는 일로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논리적이 되고 소통에 익숙해집니다. 부모는 소통을 통제할 수 있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육아법이 정착되면 소통의 문제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가 김다은 교수는>
장편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1996년도 제 3회 1억 고료 국민문학상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 및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동안 장편소설 <바르샤바의 열한 번째 의자> <금지된 정원>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창작집 <위험한 상상> <쥐식인 블루스> 등을 펴냈다. 


[Queen 백준상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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