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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가 이희섭 씨의 함허재
목공예가 이희섭 씨의 함허재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5.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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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600평 규모의 정원
충청남도 천안시 북면 납안리에 가면 평범한 농가들 사이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하얀 돌담의 전원주택이 있다. 총 주택수가 30가구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의 납안리에는 오래된 주택이 대부분인데 이 중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집이 바로 함허재이다. 집 주인의 호를 따서 함허재라고 불리는 이 집은 대문 밖에서 보면 작은 규모의 전원주택이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600평 규모의 정원이 펼쳐져 있는 커다란 저택이다. 산을 끼고 있는 광활한 정원은 커다란 돌 공예품과 동백나무, 야생화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개인 소유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넓으며 잘 손질되어 있다.
“6개월 전에 정식으로 이곳에 이사 왔어요. 지난 몇 년간은 천안 시내에 살면서 주말마다 내려와 여유를 즐기던 공간이었죠. 이사 온 후로 조경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서보다 정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저희가 조경을 가꾸는 이유는 저희 부부가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어요. 좋은 것은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거든요. 마을 주민 누구나 들어와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대문은 언제나 열어 놓았어요.”
부부의 마음만큼 넓은 이 정원은 6개월 전 이사 올 때만 해도 풀 한 포기 없는 벌판이었다. 이 허허벌판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았고, 개발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동백나무도 거제도에서 가져와 심어놓았다. 이 동백나무는 자그마치 350년이나 된 것인데 사람들이 건물을 짓는다며 도끼로 찍어버리려고 한 것을 이희섭 씨가 옮겨왔다. 남해안과 도서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동백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 난대식물 중 가장 북쪽에서 자란다. 이 나무를 다른 지방으로 옮겨 심으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심한 경우에는 죽기도 한다. 추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주위에 새장처럼 울타리를 만들고 추운 시기에는 이 울타리 주변에 비닐을 둘러 동백나무 주변 온도를 따뜻하게 맞춰주고 있다.
“3년 정도가 지나야 동백나무가 여기 토양과 기후에 적응이 되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살아갈 수 있대요. 그때까지는 기후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고 잘 가꿔주는 것이 저희의 몫이죠.”
 
 
100여 종의 야생화로 꾸민 정원
안주인인 한혜례나 씨는 서울 목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 몇 년 전 남편을 따라 천안으로 이사를 왔다. 처음 함허재로 이사했을 때는 정원이니 조경이니 하는 것들은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나무와 꽃을 가꾸는 방법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이 사실. 그러나 몇 개월간 살면서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꽃과 나무에 대해 전문가가 다 되었다. 또 꽃과 나무에 대해 안목이 쌓이면서 장미처럼 크고 화려한 꽃보다 작지만 은은한 야생화와 들꽃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정원 가꾸기에도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화려한 꽃과 푸른 잔디를 심었어요. 그 단계를 넘어서니 야생화나 들풀이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녀는 지난주 100여 종의 야생화를 정원에 심었다. 앞으로는 정원에 심었던 잔디를 부분적으로 걷어내고 야생화로 꽃길을 만들 계획이다.

나무의 재질과 특성을 살려 만든 작품들
집에 있는 모든 나무로 만든 것은 함허 이희섭 씨가 만든 것이다. 현관문, 테이블, 선반 같은 큰 것부터 컵 받침, 매트 등의 작은 것까지 집 옆에 있는 공방에서 만들어낸다. 목공예품이 많아지자 전시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 3월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2008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작품 전시를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나무의 재질과 모양새를 그대로 작품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놓인 유선형 컵 받침은 나뭇가지의 휘어짐을 따라 위아래로 슬라이스하여 속만 파내었고, 테이블은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약간의 휘어짐이 있는 유선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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