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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만드는 철학자 '살래골된장' 이승원 · 김정순 부부
된장 만드는 철학자 '살래골된장' 이승원 · 김정순 부부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10.2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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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김정순 부부가 장독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승원 김정순 부부가 장독대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남 고흥에는 된장을 만드는 철학자가 있다. 철학자가 된장을 만들면 과연 뭐가 다를까? 고흥반도에 위치한 ‘살래골된장’ 이승원 · 김정순 부부를 만나 된장 만드는 비법과 그들만의 철학에 대해 물었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나로도에 가기 직전 고흥반도 끝단에는 재래방식으로 가정용 전통된장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살래골된장'이 있다. 남해바다를 가로막은 마복산 북쪽 기슭에 위치한 포두면 내산마을에 위치해 있다.

이곳이 이름난 이유는 재래방식으로 만드는 한식 된장, 간장이 맛있기 때문이지만 철학자가 된장을 만든다는 소문 때문이기도 하다. 인근 바다의 환경 취재를 마치고 살래골된장에 들렀다. 언젠가 부부를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어느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동안의 변화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벼농사를 추수해야 하고, 11월말에서 1월초의 동절기에 메주를 만들고 발효시켜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주를 만드는데 국산 햇콩과 국산 천일염, 그리고 마복산 석간수만을 사용하는데 이들을 신중하게 조달해야 합니다.”

이승원·김정순 부부는 메주 만들 준비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가을로 접어 들었으나 인근 마복산에는 억새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담한 펜션 형태의 노란 가옥과 장독이 줄지어 선 장독대, 그리고 메주를 띄우는 작업장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살래골된장' 제품들
'살래골된장' 제품들

 

이 대표는 콩은 직접 재배해 봤지만 지역적 특성으로 작황이 안 좋아 전량 구입해 쓴다고 했다. 유기농 콩 조달이 힘들어 청국장과 청국장가루 만드는 데만 유기농 콩을 사용하고, 메주는 일반 콩을 사용하는데 둘 다 고창에서 생산한 콩이다.

장류 생산에는 물이 중요한데 집 뒤에 539미터 높이의 마복산에서 나오는 석간수를 관으로 끌어와 쓴다. 바위가 운집한 토양 밑에 옛 동네 어른들이 숯 넣고 자갈 넣고 큰 항아리를 묻은 마을 공동샘물인데 수량은 많지 않지만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끊이지 않는다 했다.

전남환경보건연구원에 의뢰한 40여 가지 항목의 검사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세균이 전혀 없는 물이란 것이 밝혀져 이 물로 식품제조 허가를 받았다. 1년에 한 번씩 수질검사 받는데 수질은 변함없다.

“콩 삶기는 예전에는 장작불로 했는데 작업실을 지으면서 가스불로 바꿨습니다. 집사람이 불을 담당하는데 콩 메주 제조를 위해서는 새벽 한, 두 시에 불 때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겨울 노지에서의 장작불 지피기는 불 조절이 힘들고 집사람이 고생한다 싶어 불 세기가 일정한 것이 장점인 가스불로 바꿨지요.”

청국장은 온돌이 있는 작업장에 볏짚을 깔고 띄우는데, 통상 발효시간으로 3일을 주면 지나치게 뜬단다. 온도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실험을 여러 번 진행했고 그런 끝에 이틀간 띄우니 색깔과 맛이 좋아 반응이 좋다고 했다. 11월 말경 메주를 쑤기 시작할 때 순천시 별량면의 초등학생들과 학부형 30여 명이 메주 쑤기 체험을 하러 올 예정이라 했다.

살래골된장에서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다섯 가지 전통장을 생산한다. 맛보면 된장이 이리 짜지 않을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간이 삼삼하다. 콩 자체의 맛이 살아 있으며 나트륨을 많이 섭취할 염려가 없어 좋다. 전통장이 짠 이유가 벌레가 꼬일까봐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쓴 것이었다며 틈틈이 염도계를 사용해 소금물 농도를 체크한다고 했다.

생산품 중에는 유기농 콩을 사용한 생청국장과 청국장가루가 특히 인기란다. 이 대표는 큰 처남이 고시 공부 때문에 주로 앉아만 있어 위궤양이 심해 약을 먹었는데 누나에게 부탁해 생청국장을 먹고부터는 약을 끊고 안색도 좋아졌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벼농사의 규모는 줄였다고 했다. 부모님이 편찮아서 부모님이 계시는 광주에 자주 다니다 보니 시간이 안 나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대한 자연을 덜 오염시키는 삶을 실천하고 직접 내 손으로 농사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에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농약 병을 손으로 들어본 적이 없고 비료 한 줌 손에 쥔 적이 없으며 유기농인증도 받았다”고 밝혔다.

 

부부의 집 뒤로 마복산이 있다. 저 산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세균이 없는 석간수를 끌어와 제품생산에 사용한다.
부부의 집 뒤로 마복산이 보인다. 저 산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세균이 없는 석간수를 끌어와 제품생산에 사용한다.

 

이승원·김정순 부부는 광주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온 귀농인이다. 부부가 자연 속에 들어가 소박하고 건강히 살겠다는 생각에다 친환경적인 삶을 꿈꾸어 귀농하여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 철학으로 귀농해서 녹색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계간지 '녹색평론'이 귀농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승원 대표는 독일의 대학에서 사회철학을 전공하고 인근 순천대에서 강의를 하고있다. 그는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태도인, 노자의 '무위자연설'과 연관된 생각을 평소에 해왔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환경의 파괴는 거의 최고 위험 수준에 달한 상황이다.

“환경오염은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3차 세계대전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생태 위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60, 70년대에 미세먼지가 어디 있었나요. 그런 환경적 위기를 느끼면서 해결책이 뭔가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는 손으로는 메주를 만들고 머리는 환경문제에 골몰하는 영락없는 철학자 였다.

[Queen 김도형기자] 사진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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