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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화] 왕가위 감독 ‘일대종사’…송혜교·양조위·장쯔이 등 출연
[세계의 명화] 왕가위 감독 ‘일대종사’…송혜교·양조위·장쯔이 등 출연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9.05.25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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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오늘) EBS1 ‘세계의 명화’는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一代宗師, The Grandmaster)’가 방송된다.

‘일대종사’는 양조위, 장쯔이, 송혜교, 장첸, 자오번산 등이 출연, 2013년 개봉한 홍콩 영화다.

‘한 시대에 모든 사람이 존경하고 우러러 보는 인물’이 곧 ‘일대종사’다. <일대종사> 속 무도의 세계에서 그런 인물은 ‘정중동’(靜中動)을 안다. 잽싸고 날렵하며 강력한 액션으로서의 무술이 아니다. 소리 없이, 움직이는 듯 하지도 않게 어느새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을 바로 세운다. <일대종사>는 치열한 무예의 세계 한가운데서 각각의 인물들이 느끼는 절대적인 내면의 고독에 집중한다. 인물들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한다기보다는 결국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길 위에 서 있는 인물의 실존적 고뇌를 절제된 액션으로 표현하는데 치중했다. 독백에 가까운 대사들이 많은 이유다.

“쿵푸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된다.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영춘권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엽문(양조위)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마치 <일대종사>로 들어서는 열쇠처럼 영화의 시작과 함께 전해지고 이어 이 말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도 한 번 더 언급되면 <일대종사>의 닫는 걸쇠가 된다.  <일대종사>의 세계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압축된 말이다. 즉, 무예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술도 아니요, 바로 마지막까지 똑바로 서 있는 자립하는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그 옆에 어떤 고난에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그의 아내 ‘장영성’(송혜교)가 있었고, 그런 엽문과 무술로 도를 겨루는 궁이(장쯔이)가 있다. 궁이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무술인 궁가 64수를 익힌 유일한 후계자이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후계자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도의 길로 들어선다. ‘무술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보는 것이고, 그다음은 천지, 마지막으로 중생을 보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받든다.

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여타의 액션물과 달리 <일대종사>는 우아하고 격조 있는 고요 속의 일격을 보여준다. 특히 물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엽문과 일선천(장첸)의 빗속 액션이다. 양조위는 대역 배우 없이 직접 이 장면의 액션을 소화했다. 특히 장쯔이는 왕가위 감독의 요청으로 촬영 4년 전부터 팔괘장을 연마해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했다. <영웅: 천하의 시작>, <연인>, <야연> 등에서 보여준 액션배우로서의 면모가 한층 성숙한 듯하다.

또한 물은 때론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억수 같이 쏟아 내리는 장대비는 인물의 움직임을 더욱 힘 있게 보이게 하면서도 미쟝센으로서의 아름다움을 확보한다. 눈발은 때론 복수를 다지는 궁이의 속내를 은유하기도 한다. 엽문이 아내 장영성(송혜교)을 떠올릴 때는 아내의 얼굴 위로 내리는 비가 엽문의 심리를 대변한다.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는 식의 액션 대신 더없이 고요하면서도 그 안에 정확한 힘을 쓸 줄 아는 액션의 묘가 일품이다. <영춘권> <정무문> <킬빌> 등 중국, 홍콩, 할리우드의 중요한 액션영화에 빠지지 않고 기여해온 원화평 무술감독의 솜씨다. 여기에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비롯해 왕가위 감독과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장숙평 미술감독까지 가세했다. 촬영은 최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 등을 찍은 필립 르 소어드 촬영감독이 했다.

1990년대 홍콩 뉴웨이브의 최고의 감독 왕가위는 1988년 <열혈남아>로 데뷔해 누구보다도 주목 받았고 1990년 <아비정전> 1994년 <동사서독>를 통해 그야말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직접 택동영화사를 설립해 <중경삼림>(1995)을 만들어 또 다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는다. <타락천사>(1995)로도 승승장구한다. 그의 영화에는 상처 입은 인물들, 특히 1990년대 변화하는 중국과 홍콩에서 자신의삶에 혼란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초상이 있다. 성적 지향의 이슈를 영화 안으로 끌어온 감독이기도 하다. 스타일리스트로서 그는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쓰거나 화려하고도 감각적인 미술과 소품, 음악을 주저 없이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마치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해피 투게더>(1997)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할리우드의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아시아의 감독이 된다. <일대종사>는 그가 9년여의 시간동안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EBS1 ‘세계의 명화’는 전 세계 영화팬을 감동시키고 영화사를 한 단계 진보하게 만든 거장의 명화를 엄선해 소개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영화사에 길이 남는 세계적인 작품부터 아시아, 유럽, 중동, 남미지역의 최고 영화까지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을 오가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EBS1 ‘세계의 명화’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55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일대종사’ / 네이버 영화정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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