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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정유화학·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 '위기'
韓 반도체·정유화학·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 '위기'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3.1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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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16일(현지시간) 기준 집계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출처=WHO)
세계보건기구(WHO)가 16일(현지시간) 기준 집계해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출처=WHO)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 기업의 주요 수출처인 중국에 이어 유럽과 미주에까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반도체, 정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 금리를 0.75%로 0.5%p 전격 인하했지만,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에는 투자 심리가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정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 수출산업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에 이어 유럽과 미주마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반도체·휴대전화·배터리), 현대차(자동차), SK(반도체·정유화학·배터리), LG(디스플레이·가전·배터리), 롯데(정유화학) 등 한국 재계 서열 1~5위 기업들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코로나19는 더욱 뼈아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수출금액은 412억6000만달러(잠정치, 약 51.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는 등 회복세에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된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對)중국 수출 금액 확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185억5300만달러(약 23조원)다. 코로나19로 인한 현지 공장 가동중단, 중국 기업의 조업 재개율 하락에 따른 설비 수요 감소가 대중국 수출 감소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한국 기업 공장의 감산 추세에 따른 부품 수요 감소, 중국 내 이동 통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급감도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 기간 한국의 10개 상위 수출 품목 중 반도체(145억6600만달러, +2.7%)와 선박류(42억5600만달러, +37.2%), 컴퓨터(19억9500만달러, +65.3%)를 제외하고, 석유제품(63억4000만달러, -3.5%), 자동차(52억5200만달러, -19.8%), 자동차부품(35억4400만달러, -4.0%), 합성수지(31억1700만달러, -9.9%), 철강판(28억100만달러, -14.3%), 디스플레이및센서(25억3900만달러, -24.5%), 무선통신기기(19억2600만달러, -8.6%) 등 7개 품목의 수출액이 감소했다. 

미주와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의 수출 감소도 예견되면서 기업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 금액(약 5326억9900만 달러)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5.1%에 달했고, 미국은 13.5%, 유럽은 12.7%의 비중을 각각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3개 지역의 비중이 지난해 전체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0.7%의 비중을 차지하며, 독일이 1.6%, 러시아 1.4%, 영국 1.0%, 프랑스는 0.6%다.

한 대기업 계열 전자업체 이탈리아 주재원은 "이탈리아는 3월 초 총리령으로 전국 이동 금지령과 휴교령이 내려진 이후 지난 주말부터는 가전매장도 폐쇄조치가 내려지는 등 수출 환경이 최악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리인하와 재정지원 확대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안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1~1.0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또 세계 실질GDP는 0.57~1.1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기업들이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에 대해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 추세라면 회복세에 있던 반도체의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며,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쉽게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어려워지고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산업용 압축기와 가스터빈 등을 생산하는 한화파워시스템은 최근 진행 중이던 채용절차를 잠정 연기하면서 "코로나 영향으로 수출길까지 막혀 당사 매출에 파급력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불가피하게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채용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원자들에게 안내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사태가 진정이 되고 감염 전파 우려가 없어지면 면접 일정을 확정해 개별 통보하겠다"고 최근 안내 문자를 다시 보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한은과 정부가 나름대로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지만 유럽과 미주의 코로나19 확산이 워낙 심각해지고 있다"며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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