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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가동 못한 ‘채안펀드…다음주엔 성과 나올듯
이틀째 가동 못한 ‘채안펀드…다음주엔 성과 나올듯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4.03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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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발(發) 회사채 시장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를 둘러싼 운용사와 발행사 간 이견 등으로 이틀째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운용사 측 관계자는 "오늘도 매입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 시장에서 매입 대상을 훑어보고 있는 운용사 측은 오는 9일 전후로 채안펀드를 통한 첫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 조성 후 1차 자금 요청(캐피탈콜)분인 3조원이 지난 1일 납입됐으며, 채안펀드 주관운용사인 IBK자산운용은 전날 이 자금을 각각 하위 펀드 운용사로 투입했다. 채안펀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IBK자산운용 관계자는 "매입 대상을 찾는 탭핑(tapping·사전 시장조사) 단계"라면서 "다음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첫 매입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체적인 채권 매입 시기와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하위 펀드 운용사와 채권 발행사가 물밑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운용사들은 채안펀드 자금을 활용해 채권 매물을 매입하게 된다. 부족해진 시장 수요를 메꾸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채안펀드가 직접 수요예측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수요예측은 채권 발행 전 투자자가 원하는 채권 금리와 물량을 써내는 것을 말한다.

하위 펀드 운용사들은 분야별로 자금을 나눠 집행한다. 회사채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은행채는 NH아문디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이 담당한다. 여전채는 KB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기업어음(CP)·단기채는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맡는다.

이 중 여전채 매입금리를 놓고는 전날 운용사와 발행사 간 이견을 보여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발행사들은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 수준의 채권 매입을 기대했지만 채안펀드는 민평금리 대비 20~3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채안펀드 발표와 집행이 급하게 이뤄지는 등 실무적인 조율이 부족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채안펀드가 여전채를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날 밝혔다. 금융위는 "정부 지원프로그램이 금리, 보증료율, 만기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도 기업어음매입기구(CPFF) 운영과 관련해 발행기업에 지나치게 유리한 금리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시장점검회의를 연 뒤 이 점을 재차 강조했다.

채안펀드가 집행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채권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시장에서는 금융위의 입장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안펀드 도입 초반 자금 집행에 잡음이 생기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감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권 발행사들은 채안펀드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금융위가 이런 원칙을 밝히다보니깐 시장 기대와는 조금 다르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다음주부터는 채안펀드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와 여전채 등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한 선결 조건은 채안펀드 등 정책 지원 프로세스의 정상적 작동"이라면서 "회사채 입장에서는 오는 6일 예정된 롯데푸드의 수요예측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P, 여전채 쪽 시장 상황이 급하니깐 그쪽이 먼저 매입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CP·단기채 매입에 나선 한 하위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채권 매입을 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준대로 맞춰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신용등급 A1의 CP, 전단채 매수(A+2 이하는 신용보강 후 매수) △비금융기관 차환발행 물량의 50% 이내에서 우선적으로 매수 등 방침이 정해졌다.

은행채를 맡은 하위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채는 시장가에 거래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여전채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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