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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7.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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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호

나의 어머니 최정희

"아직도 갚아드릴 은혜가 하늘 만큼이어늘···"

'어머니'란 이름은 우리에게 얼마나 정겨운 향수인가. 어머니가 계실 때 우리들은 언제든 돌아갈 고향 하나 마련된 듯하여 마은 든든하고, 그러나 어머니를 잃었을 때 우리는 진한 상실감을 느낀다. 시인과 결혼하여 1930년대 한국 여류문단을 풍미하던 작가 최정희 여사. 그가 남긴 두 딸도 아직 그런 상실의 아픔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지난해 12월21일,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그리며 역시 작가 자매인 김지원 · 채원씨가 본지에 어머니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1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1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2
1991년 2월호 -작가 김지원 · 채원 두 자매가 직접 쓴 추모사2

 

"채원씨가 어머니 모시고 고생 많이 했어요"

오늘 오후에 어머니의 친구이며 스님이었다는 분이 전화로 요즈음 전화코드도 빼놓고 신문도 안보고 살아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이제껏 모르셨다고 말씀하였다. 

"그동안 동생 채원씨가 어머니 모시고 고생 많이 했어요. 긴병에 효자 없다고들 하는 세상에"

그분은 우리 자매를 전에 동숭동 집에 놀러오셔서 보신 일이 있다고 하였다. 

아버지 팔을 우리들이 잡고 유성기 돌린다고 빙빙 돌리고 있더라고 하였다. 그옆에는 어머니도 빙빙 돌리고 있더라고 하였다. 그옆에는 어머니도 계셨겠지. 이제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 세상에는 안계신다. 

향로 앞에 놓인 사진속에서 어머니는 젊고 어여쁘게 웃고 있다. 저 사진은 언제쯤일까, 우리들이 중학교 다닐 때? 나는 어머니의 사진에서 우리 형제들의 사춘기로 돌아가고 또 6.25나기 전, 자연속에 파묻혀 행복에 취한 듯 살았던 어린시절로 가본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호미나 괭이를 들고, 우리들은 빨간 장난감 꽃부삽을 들고 뜰과 채마밭을 돌아다니던 때로.

유치원 보모였던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노래와 유희를 가르쳐 주었다. 지금 일흔이 넘은 어머니의 동생인 이모님도 어머니가 가르쳐준 유희를 아직도 어여쁘게 잘하신다. 

이렇게 세월을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들이 태어나기 전 처녀 어머니가 되고 거기에서 얼마든지 더 거슬러 가면 어머니가 아기였을 때가 나온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어머니의 인생을 더듬는 것이 나 아후의 시절보다 내게는 수월하다. 내가 태어난 이후, 어머니의 인생 동아줄에는 내가 많이 끼어들었겠고, 나는 별로 이렇다할 기쁨을 어머니께 안겨드린 일이 없었던 것 같기에.

어머니는 한의사 '최의원'집에 딸 셋 아들 하나의 장녀였다. '최의원'이 다른 여자를 얻기까지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듯 하였다. 이모님 말씀에 의하면 "언니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서 보약이 끊일 날이 없었어. 언니를 아버지가 서당에 보냈는데, 당시에는 계집애가 서당을 다니는게 아니어서 길에서 누가 오면 오라버니가 언니를 자기 두루마기속에 감췄다가 그 사람이 지나가면 언니는 두루마기 속에서 나와서 걸어가고 그랬어"(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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