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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역풍’ 민심이반, 정권 말기 블랙홀 되나
‘부동산 역풍’ 민심이반, 정권 말기 블랙홀 되나
  • 오수연
  • 승인 2020.09.2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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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40%대 지지선이 무너진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된 사안이 아니어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 정부가 그동안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되레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문제 등으로 민심이반을 부추겼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부동산 문제가 정권 말기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퀸 9월호)

 

파트1. 8·4 부동산대책, 수요 억제에서 공급확대로 전환
 

정부는 세금 확대 등으로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22번에 걸쳐 발표했다가 결국 여론에 떠밀려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13만 2천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23번째 ‘8·4부동산 공급 대책’ 을 발표한 것이다.

공공재건축·재개발 방식을 통해 7만가구,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통해 2만 가구,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가구 등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500%,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 통해 주택을 기존 가구 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는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태릉 골프장 부지 내년 말 사전청약

뉴타운 해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해 2만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태릉골프장,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미군 캠프킴 부지 등 신규부지 개발을 통해 3만3000가구를 추가할 예정이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내년 말 사전청약을 받고, 캠프킴부지는 올해 안에 반환받아 사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할 방침이다.

이 밖에 과천 정부청사 주변 정부가 보유한 유휴부지(40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과 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등 부지도 주택단지로 개발한다. 이중 과천청사 일대, 서울조달청, 국립외교원 등 정부 소유 부지는 최대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는 방

침이다. 상암DMC 부지(2000가구) 등 공공기관의 미매각 부지에서도 4500가구의 주택이 건설된다. 이와 함께 노후 우체국이나 공공청사 등을 주택과 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도 6500가구가 공급된다. 

한 달 만에 급조된 졸속 공급대책 지적도

이번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공급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지 한 달 만에 마련된 것이라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목표로 세운 공급 물량의 약 40%는 당장 재건축 사업장 조합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현재 대다수 사업장은 “재건축을 해도 이익의 90%를 정부가 환수한다는데 누가 동의하느냐”며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높이고 기부채납 받겠다는 아이디어는 성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이익환수제 시행연기 등 규제완화 없이는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고, 이로 인해 서울 지역 집값 상승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다.
 

파트2. 7·10 징벌적 수요억제 대책… 뿔난 부동산 시장
 

정부가 8·4대책을 포함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종합 부동산세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인상을 통해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역풍이 불고 있다.

22번째 대책인 7·10 부동산 대책은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전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집을 살 때는 취득세, 보유할 때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팔 때는 양도소득세 등을 모두 높이는 쪽으로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 수준으로 높이는 것을 포함한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 6%로 최고세율 부과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종부세 최고 세율을 6%까지 인상하고 과표 구간을 조정하거나 각종 공제 제도를 손질해 다주택자가 내는 종부세 부담을 대폭 키우는 내용이 골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최고 6.0%로 높였고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를 매긴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수준의 강력한 종부세를 부과해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에 따라 0.5~3.2%였던 종부세율을 0.6~4.0%로 인상하기로 했으나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4.5%, 5%, 6%로 높이는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한 끝에 6%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기존 최고세율 3.2%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인 데다 지난 12·16 대책에서 예고한 4%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2%포인트나 높아져 시장에 큰 파급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문 대통령 지지율 추락… 조국 사태 재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8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9%.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3%였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급락했던 지난해 10월의 지지율과 비슷하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35%)이 1위로 꼽혔다.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8%) ‘독단적·일방적·편파적’ ‘북한관계’(5%) 등도 부정평가의 이유로 꼽혔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 속에 치솟았던 지지율은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30%대로 주저앉았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데에는 ‘현실 인식 논란’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심이 요동치는데도 문 대통령은 정책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하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왔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선 그간 문 대통령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40%로 잡았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때 41%로 당선됐고, 그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에도 40%가 잠시 붕괴(2019년 10월)됐지만 다시 올랐고, 코로나19(COVID-19)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지난 4월 총선 직후엔 70%를 돌파했었다. 문 대통령의 최근 10개월새 지지율은 40~70%에서 움직였다.

전세대란 재현되나… 임대차 3법 역풍 거세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임대차 3법’과 투기 세력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목적으로 한 ‘다주택자 3법’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임대차 3법 중 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전월세신고제 및 다주택자 3법(종합부동산세법ㆍ소득세법ㆍ지방세법 개정안)도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임대차 3법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다주택자ㆍ법인들을 압박해 물량을 시장에 내놓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값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전세대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번 전세자를 들이면 4년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되자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올리거나 그나마 있던 전세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면서 전셋값이 더욱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8주 연속 상승하는 등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형국이다. 일종의 이런 ‘풍선효과’는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향배에 촉각곤두

잇단 부동산 대책 발표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6·17대책의 담보대출 후속조치 시행 등 시장안정화 정책에도 저금리와 대체투자처 부재 등에 따른 유동성 유입 확대로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는 물론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이 있는 강남구도 6·17대책 발표 이후 상승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서초구를 비롯해 마포구, 용산구를 비롯해 도봉구ㆍ강북구·노원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6·17대책 발표가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값 상승세를 더 부추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권에서는 오는 10월 전후부터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집값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다.

 

파트3. 청와대 다주택자 공직자… 국민 분노 폭발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지난 8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지난 8월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는 달리 현 정권 주요 인사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얼어붙었다. 정부가 1주택자 세율도 올리면서 ‘1주택 실거주’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의원, 청와대 참모·공직자들은 이미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의 다주택자 공직자들 일부가 집 처분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강남 2주택자 김조원 민정수석 교체

‘1가구 1주택’을 권고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자신의 청주집을 급매로 판 데 이어 여론에 떠밀려 서울 서초구 반포 소재 아파트도 11억3000만원에 판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 실장이 갖고 있던 한신서래 아파트(전용면적 45.72㎡)는 지난달 24일 11억3000만원에 거래가 됐다. 이 아파트는 2006년 노 실장이 부인과 공동명의로 2억8000만원에 매입, 아들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은 14년 만에 이 아파트를 팔아 8억5000만원의 차익을 본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 실장이 시세 3억원 이하인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아 양도소득세 다주택 중과를 피했다고 지적한다. 반포 아파트를 먼저 팔면 고가의 세금이 과세되지만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면서 세금 수천만원을 아꼈다는 것이다.

강남 2주택자인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는 청와대 지침에 따라 잠실 아파트를 팔기로 했으나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놨다가 철회해 ‘매각 시늉’ 논란으로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한 6명 중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3명만 교체됐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은 유임됐다. 야권은 전형적인 국면전환을 위한 면피용 인사라며, 청와대 수석들의 사의표명이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증여 통한 절세 비판받아

박병석 국회의장도 시세 70억원 가량의 반포 주공1단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증여를 통해 절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대전 서구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월세를 내고 있다. 이는 증여세 절세를 위해 임대를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로 정부가 편법 증여로 단속하겠다고 나선 수법이기도 하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의원 56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6명이 다주택자”라며 “거주목적 외의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라 주거부동산 입법을 다루지 않는 상임위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오수연(자유기고가) |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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