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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 윤석호 원장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미인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 윤석호 원장 "모두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 유승준
  • 승인 2020.11.02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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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지키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가꿔가고 싶은 의사가 있다. 윤석호 원장이 그러하다. 미인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외모를 가꾸고 싶은 남녀들이 궁금한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근원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인기 가수 아미를 대신해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는 몸무게 95kg의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으나 사람들 앞에 나설 수가 없다.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음반 프로듀서 한상준을 남몰래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 속 로망일 뿐이다. 매번 짝사랑하는 남자에게 상처받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그녀는 목숨을 건 성형수술을 감행해 미녀가 될 것을 결심한다. 기적 같은 수술 성공으로 48㎏의 절세미녀로 재탄생한 그녀는 이름을 제니로 바꾸고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김용화 감독이 만들고 김아중과 주진모가 열연한 2006년 개봉작 <미녀는 괴로워> 줄거리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실력 있는 훈남 의사로 알려진 윤석호 원장(성형외과 전문의·앤드성형외과)을 만나러 가는 길에 예전에 봤던 이 영화가 자꾸 생각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아름다움은 인간의 기본 욕구
 

미녀가 된 제니 앞에 꽃길만 펼쳐진 게 아니었다. 한나로 산 시절 맺었던 인간관계가 다 헝클어졌으며, 자신의 과거가 탄로 날까봐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외모지상주의가 가져온 병폐라고 할까, 우리 시대 어두운 자화상을 보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나 남자나, 젊은 분이나 나이 든 분이나 좀 더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자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신체 특정 부위가 빼어난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되고 싶기도 한 게 엄연한 사실이고요. 미용을 위한 성형은 그걸 채워주는 겁니다. 가령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도, 걱정할 일도 아니죠. 그런 사람들이 많아야 부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형을 통해 좀 더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려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과열되면 안 되겠지만요.”

설명을 듣고 보니 적정한 수준에서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성형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자기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질환이 있어 병원을 찾는 경우와 달리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은 아픈 곳이 없는 반면 미에 대한 기준치는 상당히 높을 것 같은데, 어떤 절차를 거쳐 수술이나 시술을 받게 되는 걸까, 그 과정에서 마찰은 없을까?

“시술이나 수술 후 마음에 든다 안 든다, 잘됐다 잘못됐다, 이렇게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예쁘게 됐어도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원하는 게 뭔지,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수술 전후 변화된 모습이 어떨지 등에 대해 환자가 이해하도록 아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죠. 성형외과 의사는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게 성형외과 의사의 능력입니다. 결과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당연히 환자도 만족하게 되고 분쟁의 소지도 없게 됩니다.”
 

과하지 않을 때 더욱 아름다운 법
 

외모에 자신이 없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성형수술 후 자존감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성형의 목적은 신체 변화에 있을까 또는 마음의 변화에 있을까?

“성형외과에는 외모를 바꾸고 싶은 분들이 오는 곳입니다. 자존감을 살리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건 목적이 바뀐 것이죠. 눈이 좀 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술한다면 눈이 커지는 데 만족해야 합니다. 눈이 커짐으로써 자존감이 높아지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죠. 눈이 작아서 고민하던 사람이 눈이 커졌다고 해서 반드시 자존감이 높아지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만약 눈이 커졌는데도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다시 코, 입 등 다른 부위 수술을 하려고 들 겁니다. 자존감은 마음의 문제라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뤄야 하고, 성형외과에서는 외모의 변화만 다룰 뿐입니다. 외형을 바꿈으로써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겁니다. 나는 남자친구가 없는데 성형수술을 하면 남자친구가 생기겠지, 이런 목적으로 오는 분이 있어요. 성형수술이 잘됐다고 해서 이분에게 멋진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겠죠.”

성형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얼굴이 완전히 망가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예쁘게 생긴 사람이 자꾸 받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결국은 마음의 문제입니다. 본인이 자기 마음을 못 잡는 거죠. 자연스럽게 하면 열 번을 해도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과하게 억지로 하면 한 번을 하더라도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릇된 욕망은 채울 수가 없습니다. 성형은 아름다움을 조금 보완하는 것이지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니까요.”

성형외과 의사로서 그리고 병원(앤드성형외과)을 경영하는 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물었다.

“양심적으로 진료하고 다 같이 아름답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싼 가격을 내세워 간단하게 하거나 대충 하는 병원에 환자가 몰리지만, 저는 양심을 지키면서 제대로 정확하게 정도를 가려고 합니다.”

중국 고대 사상가인 노자(老子)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 사람들은 겉모양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알고들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그에 따르면 아름다움과 추함은 모두 상대적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란 없다. 무엇이 아름답다 추하다 느끼는 것은 순전히 주관적 판단이다.

그의 제자인 장자(莊子) 역시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 그대로의 소박함을 지키면 천하에서 아무도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수 없을 것이다(樸素而天下 莫能與之爭美).”

윤석호 원장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대로에 있는 앤드성형외과의원을 나서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봤다. 초승달이 눈에 들어왔다. 미인의 눈썹 같았다.


글 유승준|『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신의 밥상 인간의 밥상』 등 저자, 사진 윤석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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