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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자녀 학습? 메타인지로 접근하라"
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자녀 학습? 메타인지로 접근하라"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0.11.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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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인식에 대한 인식’, ‘생각에 대한 생각’을 뜻하는 메타인지. 고차원 생각 기술인 이 메타인지가 한국에서는 자녀 학습법으로 뭇 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잘못 자리 잡은 엄마들의 착각이 오히려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올 초 <메타인지 학습법>으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 리사 손 미국 바너드 칼리지 심리학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리사 손 교수는 컬럼비아 대학교와 제휴를 맺은 바너드 칼리지의 심리학 교수다. 인간의 학습과 기억, 메타인지 전문가로 통하며, 주로 학습 방법과 장기 기억 보유의 최적화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 풀브라이트 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손 교수는 미국 교포로,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 국내 학생들의 메타인지 수준을 보고 크게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동시에 인지 능력은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추켜세웠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국가 교육 방식에 불만이 많다. 그러나 미국 교포의 눈으로 본 한국 교육 시스템은 정말 잘돼 있는 편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전교생들이 홈스쿨링을 하게 됐을 때도 한국은 바로 비대면 수업에 들어갔잖아요. 미국은 아직도 컴퓨터와 와이파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 더군다나 아이들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절대적인 시간 제공, 공부방 분위기 조성, 학원, 과외수업 실시 등 환경을 잘 만들어 주는 한국 학교와 부모들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아이들도 제법 잘 따라가고 있고요.”

다만 이는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방법일 뿐 메타인지는 아니다.
“문제는 메타인지 능력에 있지요. 그래도 인지 능력이 탄탄하면 메타인지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욱 수월하답니다.”
 

메타인지란

‘우리 아이 메타인지는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 요즘 부모들의 질문 목적은 대개 자녀 성적 향상, 좋은 대학 입시에 있다는 손 교수. 
“다들 아주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어요.”
메타인지는 학교 성적처럼 눈에 딱 보이는 것을 키우는 수단이 아니다. 메타인지란 생각이자 자기 자신의 거울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예요. 인지, 즉 지식이 있을 때 그 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거지요. 생각에 대한 생각인데요. 아무 생각, 지식이 없으면 다시 한 번 바라볼 수도 없어요. 예를 들어 오늘 시험을 봤는데 100점을 맞았다는 것보다 시험 문제를 다시 돌아보면서 자신이 이걸 진짜 다 이해해서 맞췄는지, 혹은 틀린 문제의 경우 제대로 알고 있었는데 까먹는 바람에 놓친 건지, 답이 맞긴 맞았는데 좀 더 좋은 답은 없을지 등을 고민하는 게 메타인지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메타인지는 마치 근육처럼 자라게 돼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실수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부모가 어떻게 도우면 되는지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모가 해줄 일은 무엇이든 아이가 직접 부딪히며 스스로 배워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아이가 직접 실수하며 키울 수 있다. 

“부모는 방해만 안 하면 됩니다. 메타인지는 어릴 때부터 자라나요. 갓난아이의 경우 안간힘을 쓰며 홀로 일어나 걸으려고 할 때가 있지요. 그러다가 계속 넘어지면서 점점 알아가요. ‘이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또 넘어지겠지?’ 그리고 그 직전에 손으로 지탱할 곳을 딱 잡지요. 만약 엄마가 옆에서 계속 손을 잡아준다면 아이는 자기가 언제 넘어질지, 넘어지기 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터득할 수 없을 거예요.” 

모든 게 너무 완벽하면 다시 인지할 기회가 없는 것과 매한가지다. 언젠가 그 인지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도 모르게 되는데, 더 위험한 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만났을 때 생긴다고 손 교수는 경고했다. 

“자기가 답이 없는 상태를 견뎌야 할 때가 오는데, 메타인지를 사용한 적이 없으면 잔뜩 겁부터 나거든요. 최악의 상황에서는 아이가 학습 자체를 포기, 거부할 수도 있어요. 대부분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한다고 칭찬받았던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면서 이 같은 혼란, 창피한 감정, 좌절을 경험하지요.”

처음부터 자녀가 시행착오 없이 천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모하다.
“한국 학생들은 인지 능력이 매우 뛰어나요. 손에 스마트 폰만 있으면 아주 빨리 답을 찾아내서 외우곤 하지요.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 실수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당연히 메타인지에서도 갈수록 멀어질 테니까요.”

 

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리사 손 바너드 칼리지 교수

 

모니터링은 아이 스스로 하는 것

메타인지는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며, 이를 채우기 위해 뭘 더 공부하고, 이를 배우면 나중에 지식이 어떻게 변해갈지를 생각하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자기주도학습법과 닮았다. 다만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라 꽤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메타인지에도 완벽함이 없기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평생 메타인지를 훈련해 나가야 한다고 손 교수는 이야기했다. 

특히 영국식 메타인지에는 두 단계가 있다. 모니터링과 콘트럴링이다. 먼저 ‘이 일이 재밌나?’, ‘내가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나?’,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나?’ 등 자기 자신에 대해 판단한 후 이를 발판으로 콘트럴링 단계에서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프로세스다. 

“예를 들어 본인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내겐 너무 어렵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럼 영어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겠다’는 행동이 나오는 식이에요.”

중요한 점은 이때 모든 모니터링과 콘트럴링은 반드시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데 있다는 리사 손 교수. 그렇지 않고 부모가 ‘오늘 영어 단어 10개 외워놔’, ‘주말엔 도서관에 가서 영어책을 더 빌려오자’ 등 잔소리로 콘트럴링만 하다보면 아이는 직접 자신을 모니터링 할 찬스를 빼앗기고 만다고 손 교수는 재차 경고했다.

“하다못해 아이가 문제집을 폴더라도 채점은 본인이 하도록 두세요. 엄마라고 해서 아이 옆에 철석 붙어 메타인지를 확인하려고 해선 안 돼요. 아이는 공부할 때보다 멍하게 있을 때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영어 공부? 장기적으로 접근하라

메타인지 학습법을 영어 공부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앞서 손 교수가 메타인지는 당장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학습법이 아니라고 했듯 영어 공부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습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줄 때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넘어가는 거예요. ‘너 이 단어 알아?’, ‘이 단어는 이런 뜻이야’라고 하나씩 지적, 설명하면 아이가 단어에만 집중하느라 글의 맥락을 파악할 수 없거든요. 단어 외울 시간 따로, 책 읽을 시간 따로 두는 게 현명합니다.”

설사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만나더라도 전체적인 글 뉘앙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뜻을 습득해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한 셈이다. 그녀 역시 어릴 적 이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했다고 전했다. 

“뭐든지 빠른 길, 쉬운 길, 실패 없는 길이 좋다는 생각은 오산이에요.”
 

엄마가 먼저 메타인지 해야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메타인지만 믿고 가기엔 불안하기도 할 터. 한국 부모들은 유난히 자녀 교육에 있어 여유란 게 없다. 자신의 아이가 어떤 학교를 갈 것인지, 그래서 영어학원은 어디로 보내면 좋을지, 이사는 어느 동네로 갈지 등 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이들도 엄마가 불안하다는 것을 다 알아요. 그리고 그게 학습이 됩니다. 아이들이 진짜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우선 부모가 불안함을 버려야 해요.”

또 그 방법으로서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리사 손 교수. 메타인지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은 학습 방법을 못 찾을까 봐, 아이가 메타인지를 못 배울까 봐 불안감에 자신을 못 믿는 것.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 받고, 이로 인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아이의 메타인지를 키우기 전에 엄마부터 메타인지를 기릅시다. 엄마가 학습하면서 실수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거기서 무엇인가 배워가는 모습도 자랑스럽듯 뽐내기도 하고요. 이러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의 메타인지는 절로 키워질 거예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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