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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산책길...한옥에 둘러싸여 서울을 조망하다
북촌 산책길...한옥에 둘러싸여 서울을 조망하다
  • 최하나 기자
  • 승인 2021.03.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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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그대로 유명 관광코스가 되는 경우는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주택가이자 관광코스인 곳을 꼽자면 북촌이 아닐까. 한옥 촌으로 이름난 서울 중심에는 말 그대로 코리안 올드타운이 있다.

한 때 밀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았던 동네였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지금, 북촌은 옛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고즈넉하고 담담하게 말이다. 북촌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서 서울을 조망하며 내려다보자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서울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북촌은 북촌로라는 도로명이 있지만 여러 동네를 아우르고 있다. 가회동, 삼청동의 한옥이 모여 있는 곳을 말하기도 하고 행정구역상으로 따져보자면 계동, 가회동, 화동 등이 이에 속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이 일대가 북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북촌의 유래는 꽤 오래되었다. 조선시대 주요 관직에 있던 양반들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양반촌’, ‘양반동네로 인식되었다. 주요 거주민들이 당시대의 세도가였던 만큼 고관대작들이 살던 고급 주택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한옥들은 그때 지어진 것들은 아니다. 몇 군데 터가 남아있을 뿐이다.
 

 

관광객들이 북촌에 몰려든 것은 한옥들이 늘어선 풍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곳의 한옥들은 사실 우리 전통 한옥이 아니란 점은 꼭 알아둬야 한다. 북촌 한옥 단지에 늘어선 한옥들은 일제 시대 부동산 업자인 정세권이 기획하여 조선된 개량 한옥 단지이다.

한국 전통 고택을 본 사람들은 짐작하겠지만 북촌의 한옥들은 전통 한옥과는 좀 다른 구조인데 자나 '자 구조를 갖고 있다. 당시 경성이라 불리던 서울로 사람들이 모여듦에 따라 많은 집이 필요했고 이 개량 한옥은 좁은 면적에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개조한 구조다. 이 개량 한옥은 수요만큼 큰 인기를 끌었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인기 요인이기도 했다.
 

 

북촌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그 당시 북촌의 한옥 단지가 형성된 뒷사정을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제 시대 한국으로 이주했던 일본인들은 청계천 남쪽에 모여 살다가 점차 북쪽으로도 지역을 넓혀가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일본의 침략으로 권세를 잃고 몰락한 양반들의 저택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고 북촌 한옥 단지를 조성했던 건축개발업자 정세권은 이 땅들이 일본인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래서 이들을 사들이고 한국인 건설업자들과 함께 더 많은 한국인들이 살 수 있는 개량 한옥을 양반들이 살던 넓은 저택 자리에 짓게 된 것이다. 일제 침략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우리 것을 뺏기지 않고 더 많은 한국인들의 것으로 돌리려 했던 조상들의 눈물 어린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 이후 정세권은 부동산 개발로 큰 부를 얻게 되었는데 조선물산 장려운동, 독립운동 기관이었던 신간회, 그리고 조선어학회 등 민족운동에 그 돈을 아낌없이 썼다고 한다.

 

 

북촌은 한옥 단지가 유명하지만 한옥 단지까지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낭만들도 놓칠 수 없다. 우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거리라 산책하기 매우 좋은 데다 고층 건물이 없어 날씨가 맑은 날에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대로 비춰주는 햇빛을 오롯이 받으며 산책할 수 있다.

한옥 밀집 단지로 가는 길까지는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게 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소품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산책길로서의 꽤 만족스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통 안국역에서 북촌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산책을 시작하지만 이정표가 되는 것은 헌법재판소이다. 헌법재판소까지 오는 길에만도 요즘 핫한 프랜차이즈 버거 가게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띈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매장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탓인지 가게 앞으로 길게 줄을 서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촌을 즐겨 찾는 젊은 층들은 이런 평일의 한가로움과 여유를 즐기는 듯 그 줄 끝에서 행복한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북촌은 분명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는 거리지만 젊은이들로 인해 트렌디함을 잃을 수 없는 거리이기도 하다.

 

 

또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북촌 생활사박물관, 북촌 동양문화박물관 등 고유의 테마를 가진 박물관 체험관 등이 있는데 산책하는 길에 들러 찾아볼만한 곳들이다. 하지만 이 많은 곳을 북촌 산책길 한 번에 다 돌아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가고 싶은 곳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본 다음 먼저 찾고 싶은 순위를 정해 북촌으로 산책 갈 때마다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북촌을 찾는 길을 세 가지 코스를 들 수 있는데 계동 현대 사옥 사잇길로 들어서는 길과 정독 도서관 방향, 그리고 가장 단 코스는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헌법 재판소 방향으로 들어서서 직진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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