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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1.04.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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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호

불구 딛고 해방이후 최초로 일본 사법고시 합격한 백승호씨의 인간승리

"진짜 넘어야 할 장벽은 불구가 아니라 민족차별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불구의 재일동포 청년 백승호씨(29 ·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거주). 그는 일본인도 어렵다는 일본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 한국인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부친의 사업실패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초를 겪으며 사법고시에 합격해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그가 잠시 틈을 내어 지난 2월 15일 고국을 찾았다. 백승호씨가 본지를 통해 눈물로 고백한 인간승리의 기록.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1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1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2
1991년 3월호 -감동 휴먼스토리2

 

오키나와 열도의 기후는 거구인 백승호씨에게도 늘 고통을 안겨다 주는 날씨다. 그는 1백80㎝의 큰 키, 90㎏ 가까이나 되는 거구여서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 좀더 일찍 끝냈을지도 모를 사법고시 합격을 대학 졸업 후 6년 동안이나 길게 끌어온 것은, 외국인에 대한 일본사회의 오랜 차별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짜증스러우리만치 후덥지근한 열도의 기온에 더 큰 이유가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열대 기후와 싸워야하는 긴 여행은 끝이 났다. 행여 공부에 방해가 될까 숨도 제대로 크게 내쉬지 못하던 홀어머니와 여동생도 이제는 여유를 되찾았다.

백승호씨는 방 벽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오랜만에 나른한 휴식을 맛보았다. 문득, 그는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쓰다듬어 본다. 6살때 교통사고로 잘려나간 오른팔, 그 뿌리의 흔적을 어루만지자 가슴이 뜨거워져옴을 느낀다.

'오른팔을 잃은 이후로, 나의 왼팔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고를 감당해 왔던가'

건너편 책상 위에 놓인 사진액자 속에서 아버지 백준삼씨가 아들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의인은 7번 넘어지지만, 그래도 반드시 일어난다'라는 성경속의 한구절을 입버릇처럼 강조 하시던 아버지. 그 목소리가 영정의 꾹 다문 입에서 금방 흘러나올 것만 같다.

6세 때 트럭에 치여 오른팔 절단

6살 때였으니까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다. 

서울 성동구 구의동 광나루 부근 길을 누나를 쫒아 걷던 중 그는 트럭에 치이고 말았다. 달려오던 트럭은 어린 소년의 어깨를 들이받아 10여 미터나 끌고간 뒤에야 간신히 멈추었고, 오른쪽 팔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요즘 같으면 이식을 해 붙일 수도 있었을 터이지만, 60년대 말 당시로서는 막힌 혈관을 뚫어 절단부위를 연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리도 심한 골정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절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라도 울고 불고 했을 것을, 그는 오히려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충격에 찬 가족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머리가 좋은 아이였어요.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려는 걸 보니 눈물이 더 쏟아지더군요. 가여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승호씨의 사촌누나인 백미선씨(35)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백승호씨 가족이 한국을 떠나 일본생활을 시작한 것은 그가 서울 광장국민학교6학년 때인 지난 74년이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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