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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도윤 전 여성부장관이 들려주는 리더의 품격
변도윤 전 여성부장관이 들려주는 리더의 품격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1.05.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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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30여년, 서울여성플라자 초대 대표, 여성부 장관을 역임하며 여성인력개발과 권익추구를 위해 외길을 걸어온 변도윤 전 장관. 퀸(Queen)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대한민국 여성 리더 30인’ 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변 장관을 만나 여성 리더가 갖춰야 할 품격,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을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시민단체 30여년, 서울여성플라자 초대 대표, 여성부 장관을 역임하며 여성인력개발과 권익추구를 위해 외길을 걸어온 변도윤 전 장관. 본지 퀸(Queen) 30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리더 30인’ 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수상한 여성 리더 30인을 선정하고 격려했다. 변 장관을 만나 여성 리더가 갖춰야 할 품격,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양성 평등을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Q 퀸 3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30인 시상식의 심사위원장을 맡으셨는데 심사 결과 소감이 어떠신지요.

변도윤_코로나로 인한 위기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움츠러든 상황에 퀸이 용기있게 이런 큰 행사를 열어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특히 각계각층의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을 발굴해 더욱 의미가 있었는데요. 앞으로 수상자들과 퀸이 함께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앞장서 주실 것을 당부하고 기대합니다.

Q 여성리더란 어떤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변도윤_첫째로 꼽는 것은 책임감입니다. 책임감이 강해야 리더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구요. 리더라면 도덕성까지 갖춰야겠지요. 도덕적 해이에 빠진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어도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타인을 위한 배려심도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Q 여성 리더로서의 삶을 살아오신 선배로서 이번에 선정된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30인에게 격려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변도윤_이번에 선정된 여성 리더 30인 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존경받는 리더의 품격을 갖춘 분들입니다. 여성 리더 30인으로 선정된 만큼 더욱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지금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시지만 전문성을 더욱 높이고 타인을 위한 배려심과 도덕성을 항상 새겨 대한민국 여성들의 명예를 드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Q 요즘의 여성 리더들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요.

변도윤_요즘 여성 리더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발랄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에너지가 넘쳐 보기가 좋습니다. 예전엔 남들 앞에 나서면 ‘여자가 너무 나선다’, ‘꼴불견이다’ 하는 시선이 있어 여성 리더들이라 해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요즘의 여성 리더들은 오히려 자신을 알리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고 당차고 용기 있게 앞장서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도윤 전 여성부장관은 한국의 양성평등에 관해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따라가지 못하면 정책도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달라진 의식 기반 위에 불평등한 법을 정비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양성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변도윤 전 여성부장관은 한국의 여성정책에 관해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따라가지 못하면 정책도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달라진 의식 기반 위에 불평등한 법을 정비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양성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Q 한국의 양성평등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변도윤_가까운 일본에 비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양성평등법도 발전해왔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 특수층의 경우고 일반적인 여성들의 경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 직장 일의 3중고를 겪고 있고 직장 내에서는 특히 승진문제에서 여성들이 아직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문화에 대한 시각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편견과 차별을 받고 있고요. 제가 늘 강조해 온 것이 남녀의 평등과 평화인데 평등하지 않으면 평화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의 사회를 이루어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Q 여성부 장관 재직 시 어떤 일에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요?

변도윤_저는 여성들이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경제 활동을 돕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제도와 지원책 마련에 전력을 다했는데요. 남성들에게 군 가산점이 있듯이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살림에 몰두하느라 바친 시간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여성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변도윤_각 부처가 일한다는 건 얼마나 많은 법령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여성부에 갔더니 고작 10개 미만의 법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시 법무부 소관이었던 ‘성폭력피해자보호법’과 고용노동부 소관이었던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경제활동촉진법’을 여성부로 이관해 오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제가 직접 타 부서의 차관을 만나 설득하니 직원들은 장관님이 직접 나서냐고 말렸지만 여성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장관이 자존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들을 만나 타당성을 설명하고 설득한 결과 결국 두 법을 여성부로 가지고 올 수 있었는데 참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Q 온화한 성품과는 달리 소신과 강단으로 일을 추진해온 실무형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변도윤_저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행정직으로 갈 때에 어떠한 인맥이나 배경 없이 공채시험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도 없었고 홀홀단신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한창 일을 할 때 시의회와 국회에 불려가 질문을 받을 때도 많았는데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더니 실무진들이 그렇게 답변하면 안 된다며 모범 답변 사례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저보고 고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구태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Q 평생을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 오셨는데 요즘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변도윤_시민단체 생활 30여년과 여성부 장관의 소임을 마치고 난 후 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를 했었고, 삼성행복대상에서 심사위원장,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사장, 인재개발원 원장 등 그동안 저의 사회활동과 행정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달려가 소임을 다했습니다. 특히 희망통일포럼은 어떠한 정부기관의 지원 없이 제가 만들었는데 6년간 뜻있는 분들과 모여 한 달에 한번 정도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살자는 취지로 좋은 의견들을 나누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많은 활동들이 제약을 받고 있는데요. 이 위기의 터널이 빨리 지나가 다시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현역에 계실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시는데요. 특별한 건강관리법이라도 있는지요?

변도윤_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가능한 많이 걸으려 하고 틈틈이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원예에 관심이 많아 지금도 우리 집엔 작은 화분들이 많은데요. 화초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정신 건강에 좋은지 특히 코로나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화초를 가꾸고 식물들과 교감을 하다 보면 외롭다거나 우울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들 새도 없고 정서가 풍부해진답니다.

Q 우리 사회의 여성정책 부문이 좀 더 개선되거나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면요?

변도윤_의식도 바뀌어야 하고 정책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여성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고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감내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도 잔존하는 남아선호사상, 가정 내에서 어머니의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 등이 예입니다.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따라가지 못하면 정책도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달라진 의식 기반 위에 불평등한 법을 정비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양성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선정된 여성 리더 30인분들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여성의 불평등을 개선해 나가고 여성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에 앞장서서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2020년 7월호)


[Queen 김은정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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