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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이화여대 교수 "필환경 시대, 생명 존중을 말한다"
조경숙 이화여대 교수 "필환경 시대, 생명 존중을 말한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05.0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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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논란을 필두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절대 자연을 개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극단적이지만, 앞으로 과학기술이 환경파괴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며 자연을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도 지나친 낙관주의다.

환경 보호와 자연 개발.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우리네 삶도, 자연도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다는 조경숙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그 접점을 찾아가는 방법을 생활과학 융합환경교육 측면에서 들여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며 현대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

“미세플라스틱, 가습기 살균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예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가 돌고 돌아 새로운 질병을 야기한 격이지요. 앞으로 환경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조경숙 교수는 지난 초가을 청계산에 오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매미와 나방의 유충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번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겨울에 사라졌어야 할 알들이 높은 기온으로 인해 생존, 과잉 번식하며 생태계에 해악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아주 단적인 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것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만한 과학기술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생활 속 소소한 환경 운동

이제 환경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사회적으로 많은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개개인의 실천은 아직 미흡하다.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며 아껴야 한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꼭 우리가 인간의 욕구를 무조건 억제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희생해야만 할까? 

그보다 조 교수는 환경운동을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미래 세대의 욕구 충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대 세대의 욕구를 충족할 방법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하기 위해 ‘샤워를 몇 분 이내로 짧게 끝낸다’는 방식보다 ‘충분히 만족할 만큼 샤워를 하되, 쓸데없이 물을 낭비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접근이 더욱 유효하다. 종이, 전기 사용도 마찬가지다. 쇼핑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구입하되, 너무 과소비는 하지 않는 게 생활 속 소소한 환경 운동법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환경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라는 조 교수. 나의 생명 존중을 시작으로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다 보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 속 생명의 존중감을 알아갈 수 있다. 내가 중요하듯 타인도 중요하고, 타인이 중요하듯 자연환경도 중요하다는 식이다. 이어 그녀는 미래 세대의 생명, 자연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환경 감수성이 먼저 생기면 절로 자신의 욕구도 쉬이 자제할 수 있다.
 

“자녀 환경교육법을 고민한다면 단순히 ‘길가의 꽃을 꺾지 말아라’는 말보다 이렇게 과학실험을 통한 방법으로 소통 문제까지 해결해 보세요.”

 

환경교육? 생활과학과 융합하라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끌어낼 방법으로 교육만한 게 있을까? 환경 교육에 앞서 우선 환경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조경숙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환경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으로 나뉜다. 꼭 자연뿐 아니라 대기, 물, 폐기물도 환경의 일부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들은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문제는 시차를 가지고 일어나며, 갈수록 더 증폭된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미래환경협회 임원으로 활동 중인 조경숙 교수는 환경의 특성을 환경교육 프로그램에 곧잘 응용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환경교육도 AI, ICT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조 교수. 특히 환경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활과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공기청정기가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다고 합시다. 공기청정기가 주변의 미세먼지를 감지해서 농도가 높으면 자동으로 켜졌다가 농도가 낮으면 다시 자동으로 꺼지는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인 풍력 발전소의 원리를 과학 실험으로 이해시키기도 하고요. 환경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면 아이들이 훨씬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지요.”
 

환경 격대 교육
세대 간 소통 기회 늘린다

 

생활과학과 융합된 환경교육. 근래 환경교육이 의무화되긴 했으나 가정에서 부모들이 하는 환경교육이 더 실효성이 크다. 다만 맞벌이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의 환경교육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글로벌미래환경협회는 부모보다 조부모가 아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맞벌이 가정의 격대교육을 돕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교육해 그들이 다시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실천법을 알려주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

“실제로 할아버지, 할머니 대상 교육 때는 재료를 두 세트 준비해요. 한 세트는 수업 때 학생으로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선생으로서 손주들과 똑같이 해보는 용인데요. 굉장히 반응이 좋아요.”

환경의 격대교육은 세대 간의 소통을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환경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느끼는 효능감 또한 커졌음은 물론이다. 이 방법을 그대로 주부들에게 적용해봤다는 조 교수는, 그들로부터 환경을 주제로 모처럼 사춘기인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자녀 환경교육법을 고민한다면 단순히 ‘길가의 꽃을 꺾지 말아라’는 말보다 이렇게 과학실험을 통한 방법으로 소통 문제까지 해결해 보세요.”
 

조 교수의 자녀 환경교육법 
 

그녀가 환경공학과 교수가 된 데도 부모님 덕이 컸다. 특히 산림과학을 전공한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자녀들에게 숲의 중요성을 자주 설파하곤 했다.

“아버지는 잘 키운 나무를 이용하는 연구를 하셨어요. 목재를 잘 활용하려면 나무를 잘 키워야 한다고 하셨죠. 그러기 위해 산림, 숲 자체의 생태계가 건강해야 한다고요. 소위 지금 이야기하는 환경보전, 생태복원의 필요성을 몸소 강조하셨는데, 무의식적으로 저도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일찍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조 교수의 딸 역시 알게 모르게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현재 그 대를 이어 산림과학을 공부 중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평소 물절약, 전기절약이 습관화 된 조부모, 부모를 보고 자연스럽게 환경 감수성이 풍부해진 그녀의 자녀들은 더불어 사는 산림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열심이다.

더 나아가 조경숙 교수는 가정을 넘어 범국가적으로 환경교육 전문가들을 양성해 학교 곳곳에 배치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환경은 융합 교육하기 굉장히 좋은 주제이므로 과학뿐 아니라 인문, 예술가와 협업한 수업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그녀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조 교수가 몸담은 글로벌미래환경협회도 청소년, 부모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을 글로벌 환경 문제 해결 전문가로 키우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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