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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편견 깬 이색 광고 ... 시니어 모델에 MZ세대 푹 빠져
패션계, 편견 깬 이색 광고 ... 시니어 모델에 MZ세대 푹 빠져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5.05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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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새 광고 모델 배우 윤여정. (사진 뉴스1)
지그재그 새 광고 모델 배우 윤여정. (사진 뉴스1)

 

"(광고 섭외가) 그런데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지난달 여성 쇼핑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배우 윤여정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지그재그의 주 고객이 1020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에 가까운데요. 젊은 모델을 기용할 것이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렸습니다.

윤여정은 일명 연예계 '패피'로 알려졌지만 그가 입는 의류 대부분은 직접 구입한 옷입니다. 한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의상) 협찬을 잘 안 해준다. 늙은 사람이 입으면 안 산다고 하더라"며 특유의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광고에서 그녀가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고 되묻는 장면이 엉뚱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중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입니다. 시니어 모델이 주는 낯선 재미에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푹 빠져버렸습니다. 새로운 것에 갈증을 느끼는 MZ세대를 '취저(취향 저격)' 했기 때문인데요.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광고 영상 조회 수도 3주 만에 16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여기에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를 수상하며 지그재그는 후광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유튜브 댓글 창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스러워졌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광고를 검색해서 보러온 것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오며 누리꾼들의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색 콘텐츠에 열광하는 MZ세대들 덕분에 국내 패션계가 모처럼 활짝 웃고 있습니다. 과거 패션계 등 대부분의 산업군은 광고에 유명 연예인 이미지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일종의 모방심리를 자극한 것이지요.

하지만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부모 세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단순 상품력이나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 '새로움' 등 반전 요소에 매력을 느끼고 구매를 결정하는 '펀슈머' 세대입니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제품·콘텐츠에 신선함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기업들이 참신한 모델이나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도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입니다.

BYC가 최근 공개한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BYC 광고 속 브랜드 모델 '아린'은 기존 속옷 모델과 달리 속옷을 직접 착용하는 대신 손에 들고 소개합니다. 모델이 속옷 맵시를 강조하던 과거와는 상반되는 광고인 셈입니다.

일부에선 실착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속옷의 실구매자인 MZ세대 여성들로부터 "편안해 보인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역발상 덕분에 광고 영상 조회수도 117만회를 넘기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 다른 속옷업체인 쌍방울도 이벤트 광고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세호 대표가 온라인몰 트라이샵 '心프리 이벤트'의 광고 모델로 등장해서인데요. 사실 김 대표가 홍보에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쌍방울그룹의 타 계열사 대표들과 패기 넘치는 구호를 외치는 TV광고에 출연해 '1일 1쌍'이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콘셉트는 더 파격적입니다. 자사 온라인몰 트라이샵 공식 홈페이지에는 김 대표는 정장 속에 심프리 속옷을 착용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권위적인 CEO의 모습을 과감히 버리고 직접 내의를 착용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이색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는 것일까요? 패션계는 유행에 민감한 산업군인 만큼 광고·콘텐츠에 따른 홍보 효과가 매출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즉, 제품력 만큼이나 재미난 콘텐츠를 뽑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이지요. 지그재그가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한 것도, BYC·쌍방울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속옷광고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패션계가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긍정적 일입니다. 이들의 톡톡 튀는 활약이 그간 해외 패션에 밀려 부진한 토종 패션계에 활력을 불어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그간 해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에 밀려 정체기에 머문 속옷업계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참신한 광고가 반대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만큼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극명히 엇갈릴 수 있어서인데요. 하지만 재미난 콘텐츠가 국내 패션계에 이목을 끄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들의 노력이 단순 화제성을 넘어 침체된 국내 패션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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