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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PEOPLE/윤태현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3월호 -PEOPLE/윤태현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1.06.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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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호

걸프전쟁으로 스타점에 오른 동시통역사 윤태현

요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걸프전쟁'. 이전쟁 덕분에 국내 방송가엔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동시 통역사들. KBS와 MBC는 걸프전이 터진 후 역량있는 통역사 확보에 열을 올렸는데, 이들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윤태현(39)씨다. 그의 뛰어난 동시통역 실력은 방송관계자는 물론 국내에서 영어 깨나 한다고 하는 인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윤태현, 그는 어떤 사람인가.

1991년 3월호 -PEOPLE/윤태현
1991년 3월호 -PEOPLE/윤태현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들에게조차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만치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미국 CNN뉴스. 그 총알 같은 속도의 보도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우리말로 통역해내는 윤태현씨. 사람들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연신 포물선을 그리는 포탄의 화염과 함께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개전 초기 CNN 동시통역에 익숙치 않던 몇몇 동시통역사들이 다소 거친 문장으로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을 때, 윤씨의 등장은 전쟁보도의 묘미를 한층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가 이렇듯 주목받고 활약을 보이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처음 동시통역을 한 것은 지난 83년 KAL기 격추사건과 관련, 미국 ABC방송이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의 장을 연결해서 보도할 때 동시통역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 KBS '라디오코리아'의 시사해설과 KBS 1TV '월드뉴스', 외화의 음성다중방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방송 감각을 익힌 것도 도움이 되었다. 

전장에서 들려오는 리포터의 흥분된 목소리를 차분한 어조로 매듭지어 나가는 솜씨는 동시통역의 능력과 더불어 방송인으로서의 자질도 요구되는 일.

"방송과 통역은 서로 배워햐 할 점이 많습니다. 방송은 동시통역의 빠른 전달력을 갖추어야 하고, 통역은 거친 언어구사를 방송의 세련되고 정확한 문장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태현씨는 걸프전쟁 발발과 함께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중 하나가 되었다. 

그동안 줄곧 KBS에서만 통역일을 해오던 그가 걸프전쟁 시작과 함께 MBC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한때 양 방송사가 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는 후문. KBS가 하루 70만원씩을 주었는데, MBC측에서 프로그램 1건당 70만원의 거액을 제시, 그가 MBC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당사자인 그는 이러한 소문을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못 박는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MBC측 사람의 권유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

"전쟁 초기에는 하루 14시간씩 대기하며 방송을 했어요. 어떤 때는 교대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화장실도 못갈 때가 있었어요"

초기에는 화장실도 못가고 자리 지켜

전황이 차츰 소강상태에 접어 들면서 생방송의 횟수도 많이 줄었다. 생방송에 교대를 못하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만 요즘처럼 정규 뉴스시간에 동시통역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보다 정확한 통역이 가능해졌다고.

"CNN 방송은 우리말에 비해 속도가 2배 가량 빨라요. 같은 미국방송인 ABC나 NBC, CBS등 3대 네트워크에 비교해도 1.5배 정도가 더 빠르지요. 따라서 불량한 수신상태, 포성 섞인배경음 속에서 기자의 더듬는 목소리를 알아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청자들도 그런 고충을 좀 이해해 주셨으면해요"

원래 동시통역이란 대화나 회의 등에서는 비교적 완벽한 번역이 가능하다고. 그러나 CNN 뉴스의 속도는 문장 구조가 다른 우리나라 말로는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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