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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알아주던 디자이너와 마케터 부부 ... 반려견 의류몰 창업해 폭풍 성장
업계에서 알아주던 디자이너와 마케터 부부 ... 반려견 의류몰 창업해 폭풍 성장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6.0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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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펫데렐라프로젝트 스토어 1호 본점에서 두민지(우)·소정빈(좌) 대표가 반려견 노엘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펫데렐라프로젝트 제공)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펫데렐라프로젝트 스토어 1호 본점에서 두민지(우)·소정빈(좌) 대표가 반려견 노엘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펫데렐라프로젝트 제공)

 

반려견 패션 브랜드 '펫데렐라프로젝트'의 두민지(36)·소정빈(35) 공동대표는 부부다. 같은 회사를 다니다 결혼까지 성공한 이들은 각각 업계에서 알아주는 디자이너와 마케터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패션회사를 다니던 이들은 아내인 두 대표가 먼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두 대표는 계속해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규모가 큰 회사로 '점프'했고, 그러는 동안 소 대표는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고속 승진'을 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두 대표가 먼저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에 뛰어들었고, 1년도 채 안 돼 소 대표 역시 인정받던 자리를 뒤로 한채 다시 아내가 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됐다. 이들은 왜 안정적인 생활 대신 험한 창업의 길로 들어섰을까.

"창업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반려견 '노엘'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떄문입니다. 노엘이를 돌보면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강아지 옷을 만드는 일을 떠올렸습니다.

두 대표가 먼저 창업을 결심한 것은 사업에 대한 의지도 있었지만, 반려견 '노엘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두 대표와 소 대표는 늘 역동적인 패션계 생활을 즐겼지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13년 성탄절, 애견숍에서 우연히 만난 웰시코기 한 마리를 분양받았고 성탄절에 만난 것을 기념해 '노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엘이와의 만남 이후 이 부부의 인생은 달라졌다. 그 당시만 해도 웰시코기가 생소했던 때라 중형견에 맞는 반려견 옷이 없었는데 두 대표는 노엘이에게 입힐 옷을 직접 만들고 이를 팔아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두 대표의 결심을 남편인 소 대표도 반겼고, 창업 이후 성과가 나기 시작하며 소 대표도 함께 뛰어 들었다. 벌써 창업 7년째, 지금은 대형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자영업자의 특성상 수입에 대한 고민은 늘 존재하지만 두 대표와 소 대표는 현재 삶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펫데렐라프로젝트 스토어 1호 본점에서 두 대표와 소 대표를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엘이가 요란하게 짖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으나 두 대표는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저희 둘은 패션회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디자이너였고 남편은 영업·마케팅 직군이었는데 서로 업무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레 만나게 됐고, 결혼까지 하게 됐죠. 이 쪽 일은 업계 특성상 다음 시즌을 미리 준비해야 하다 보니 늘 긴장감 넘치는 삶의 연속이었죠. 야근은 기본이었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 2~3시간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한 적도 많았습니다."

2007년 회사 동기로 만나게 된 두 대표와 소 대표는 원래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다 보니 회사 생활이 잘 맞았지만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년 새로운 유행을 예측하고 업계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해가 지날수록 버거워졌다.

두 대표는 동종업계의 큰 회사로 발돋움했고 소 대표는 원래 다니던 곳에서 승승장구하며 직장인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과 스트레스도 컸다. '회사가 언제까지 나를 지켜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도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2014년 1월, 아내인 두 대표가 먼저 사표를 던졌고, 그해 하반기 남편 소 대표도 용기를 내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이들이 회사를 나온 것은 단순히 힘들어서만은 아니었다. 노엘이와 함께 생활한 이후 입힐 옷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중형견 의류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이 들어 과감하게 창업을 할 수 있었다.

2014년 6월 그렇게 '펫데렐라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두 대표는 "펫과 신데렐라의 합성어로 모든 반려견이 신데렐라의 인생역전 스토리처럼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지향점 또한 '펫션혁신'과 '견생역전'이다.

2015년쯤부터 비글이나 웰시코기, 보스턴테리어 같은 중대형견들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었고, 이들은 중형견들이 입을 옷을 만들어 팔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창업은 처음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패션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진행이 수월했다. 디자이너 출신 두 대표는 옷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했고, 영업 경력이 있는 소 대표는 이를 외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나눠 맡으며 시너지 효과가 났다.

다만 같은 옷이라 해도 사람의 옷과 강아지 옷은 만드는게 달라 어려움을 겪었다. 두 대표는 "사람은 체형이 달라도 어깨나 허리 사이즈에 맞게 입으면 되는데, 강아지들은 가슴 폭도 다르고 허리 치수도 제각각이다 보니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 했다. 초반에 노엘이가 피팅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또 강아지가 옷을 입은 모습을 보기 좋게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베스트컷 1~2장을 건지기 위해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야외 촬영 때는 사진 찍는 시간보다 강아지를 잡으러 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하기도 했다.

이 과정은 힘들었지만 나중에 고객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두 대표가 고생하며 만든 옷을 입힌 견주들에게 "우리 강아지는 원래 옷 입는 거 안 좋아하는데 펫데렐라 옷은 입으면 불편해하지 않는다"라는 후기를 들을 때면 그간 고생이 잊혀졌다고. 또 노엘이 외에 촬영 모델이 돼 주는 강아지의 견주들과도 지속 소통하며 인연을 이어간 것도 매출에 도움이 됐다.

특히 2014년 말, 펫데렐라프로젝트가 서울시의 청년창업 프로젝트 1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지원금과 창업 공간 등 각종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사업은 안정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유명 연예인들의 반려견들이 펫데렐라프로젝트의 옷을 입은 모습이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면서 브랜드는 더욱 유명해졌다. 자연스럽게 '웰시코기 옷'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생길 정도로 중형견 보호자들의 필수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펫데렐라프로젝트는 지속적인 연구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움직임이 많은 반려동물의 특성상 편안하면서도 예쁜 디자인 상품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봄·여름(SS), 가을·겨울(FW) 시즌별로 새로운 테마를 선정해 스토리에 맞게 아이템을 구성하며 매출 상승을 꾀하고 있다. 일부제품에는 특별한 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두 대표는 "저희 브랜드의 지향점은 '사람 옷의 작은 버전'이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메이저 패션 브랜드처럼 구성합니다. 해마다 두 번의 콜렉션을 출시해 세밀한 스토리를 그려 나간다"고 설명했다.

펫데렐라의 수익도 매년 200% 이상 성장 중이다. 입점 매장 역시 온·오프라인 편집숍 등 총 20곳으로 늘었다. 이태원 경리단길과 일산 고양시에 두 개의 오프라인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잠실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등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텐바이텐', '무신사' 등 다양한 온라인 편집숍에도 진출해 있다.

2019년에는 코엑스에서 대규모로 '펫데렐라 페스티벌'을 열고 기존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소 대표는 "패션만으로는 반려견의 삶의 획기적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다고 보고 프로젝트 그룹 '컬처유니버스'를 만들어 반려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마켓을 구성했다"며 "행사가 진행되는 3일 동안 약 4만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호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향후 두 대표와 소 대표의 목표는 펫데렐라프로젝트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2018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최대 펫산업 박람회인 '수퍼 주'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해외 파트너사와 함께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자사몰을 구축해 글로벌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또 의류 외에도 여행, 숙박 등 시장 등 다양한 반려동물사업분야를 다루면서 전반적인 반려동물산업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소 대표는 "우리는 패션업계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일의 시작이 다소 수월했지만 끝없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본인이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면, 뚝심 있게 추진해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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