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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개 암호화폐 구조조정 본격화 ... '먹튀·거래중지' 대비책은?
60여개 암호화폐 구조조정 본격화 ... '먹튀·거래중지' 대비책은?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6.0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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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보이고 있다. 2021.5.27 (사진 뉴스1)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보이고 있다. 2021.5.27 (사진 뉴스1)

 

정부가 신고된 가상자산 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60여개 암호화폐 거래소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증되지 않은 거래소들이 난립하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먹튀'나 '거래중지'에 대해선 별도의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달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가상자산사압자 관리와 감독, 제도개선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그 외 산업 육성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 게 큰 줄기다.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를 받고, 정식으로 신고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등의 요건을 갖춘 후 9월 24일까지 신청 서류를 내야한다.

거래소들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고비는 '실명확인 입출금 개설'이다. 향후 자금세탁 관련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은행이 책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만큼, 은행권은 매우 깐깐하게 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는 60여개로 파악된다. 아직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식으로 신고한 사업자는 없다.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20곳, 이중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4개 거래소도 현재 은행으로부터 재계약을 위한 실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의 행위가 없을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 경우 원화 출금이 불가능해 국내에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의 '줄폐업'이 예고된 것이다.

문제는 폐업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먹튀'가 대표적이다. 거래소 사업자가 현재 여건상 사업하기 어렵다고 보고 고객 예치금 등을 가지고 잠적하는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가상자산 범죄 수사현황'에 따르면 2019년에 가상자산과 관련해 발생한 유사사기‧다단계, 거래소 불법행위 단속 건수는 103건으로 집계됐다. 이듬해는 333건으로 훌쩍 뛰었고, 올 4월까지도 46건이 적발됐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업권법이 없는 탓에, 이 같은 사기 또는 횡령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이 보호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횡령,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처벌하고 수사 과정 상 확인된 범죄 수익은 기소 전 몰수해 재산상 회복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기의 경우 '처음부터 폐업할 생각이 있었는지' 등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고, 배임의 경우 약관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의 예치금을 분리‧보관하도록 돼 있으며, ISMS를 획득하려면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암호화폐 지갑)'에도 자금의 일정 부분을 넣어놔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고객 보호는 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금융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거래 중지 이슈'도 있다. 9월 25일부터 실명인증 계좌를 개설하지 못한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원화로 환전할 수 없다. 현재로선 4대 거래소 정도만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보유한 암호화폐가 4대 거래소에 상장됐다면 해당 거래소에 이전시켜 거래를 이어가면 된다. 하지만 4대 거래소에 상장이 되어있지도 않고, 이용 중인 거래소가 폐업을 준비 중이라면 해당 암호화폐를 9월 24일까지 처분하는 것 말고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처분 과정에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투자자들로선 별다른 도리가 없는 셈이다.

그렇게 드문 사례도 아니다. 지난 달 31일 기준 실명인증 계좌를 받지 못한 모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중 4대 거래소 어느 한곳에도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의 비중은 32%로 집계됐다. 업계는 거래소별로 4대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의 비중은 천차만별이라고 전한다.  

가뜩이나 한국은 알트코인 투자 비중이 90%에 달해 거래 중지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학계 전문가는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의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요건을 유예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이런 문제가 생기는 만큼, 보호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최소한 ISMS를 획득한 업체들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니, 이들에 대해선 실명 계좌 인증 시기를 유예해 주는 등 연착륙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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