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6월 14일~18일) KBS 1TV <인간극장>은 강원도 정선, 매화골. 고즈넉한 처가 산촌집 새 주인이 된 백년손님 윤성용(39) 씨와 아내 김정임(39) 씨 이야기를 그린 ‘매화골 윤서방네 삼시세끼’ 5부작이 방송된다.
강원도 정선, 해발 약 750미터 산골마을. 매화꽃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아름답다 해서 이름도 매화골, 그곳에 외딴 산촌집이 있다. 2년 전, 산촌에서 삼시세끼를 해 먹는 예능프로그램에 촬영지로 나왔다. 평생 두메산골에서 농사만 짓던 장인 김연달(71) 씨와 장모 설기조(72) 씨는 유명세를 치르느라 진땀을 흘렸고, 대대로 살아온 고향집을 팔고 나갈 생각까지 했었다는데….
작년 봄, 드디어 매화골의 소문난 그 집에 새 주인이 들어왔다. 바로 부부의 막내딸 김정임 씨와 막내 사위 윤성용(39) 씨. 택배일과 개인운송일을 하며 기반 닦고 살던 아들이 산골로 들어간다 했을 때 부모님 걱정도 컸다는데…. 성용 씨 부부는 번 돈을 모두 투자해 매화골 처갓집으로 들어왔고 독채 민박도 지었다.
첫째 범(5)이는 아랫마을 병설 유치원의 귀한 학생이 됐고,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둘째 현진(2)이는 마스크라면 질색하는 산골 아기다. 깊은 산골이라 지금도 두릅이며 귀한 산나물이 지천, 하늘이 뻥 뚫려 보이는 마당에 팡팡 이불을 널고 커피 한 잔 내려 그들만의 산골 카페에서 낭만을 만끽한다.
고향집을 윤서방에게 물려주고 제천으로 나가신 장인 장모님. 살기 편한 집에 있어도 늘 고향집이 그립고 막내딸네가 어찌 사나 싶어 다시 또 정선행 기차에 오른다. 농번기 산골짜기는 지천에 일거리인데... 농사 선생님이 오셨으니, 초보 농부 바쁘다, 바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정든 고향집으로 1남 5녀 딸부잣집 딸들이 모여든다.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은 고향집에서 산나물에 김치를 찢어 올린 메밀전을 부치고, 가마솥 뚜껑에는 고기를 굽는 딸들의 ‘삼시세끼’가 시작되는데…. 십리 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던 거며, 도랑에서 빨래를 빨던 옛 추억이 방울방울, 매화골을 날아다닌다.
청보리 융단이 짙어가고, 작약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름다운 매화골 윤 서방네. 100년을 이어온 터전에서 삶은 계속 흐르고 있다.
◆ 매화골 처갓집엔 윤서방이 산다
강원도 정선, 매화골. 10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고즈넉한 산촌집. 봄철 산나물로 매일 초록빛 삼시세끼를 지어 먹는 가족이 있다. 작년, 처갓집의 새 주인이 된 백년손님 윤성용(39) 씨와 막내딸 김정임(39) 씨인데. 성용 씨는 ‘너는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었다. 회사에 취직했지만 사무실은 답답했고 퇴사 후 택배일을 시작했다. 달릴수록 돈이 모여 좋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해 일찍 기반도 닦았다. 하늘 한번 볼 새 없이 택배를 나르고, 운송일을 하면서도 막연하게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 정임 씨와 14년 만에 결혼했다. 오지 처가에 첫 인사를 간 날, 성용 씨는 매화골의 눈부신 초록에 반해 버렸는데…. 그 처갓집이 2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장소가 됐다. 고즈넉한 옛집, 푸른 산과 들을 보러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유명세를 치르던 장인 장모님은 고향집과 땅을 팔고 나가실 생각까지 하셨다. 성용 씨는 미련없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아내가 태어난 처갓집을 사서 귀농했다.
다섯 살 범이는 읍에서 지원해주는 차를 타고 아랫마을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두 살 현진이는 마스크를 모르는 산골 아기다. 직접 내린 커피 한 잔만 있으면 집 앞이 풍경 좋은 산골 카페요 고개만 들면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눈앞에는 넘실넘실 푸른 밭이 펼쳐지는 곳. 산골의 늦은 두릅이 딱 먹기 좋고, 텃밭에는 곰취, 참나물, 상추, 부추가 쑥쑥, 윤 서방네 채소시장이 있다. 화목보일러를 피우고 난 숯불에 닭갈비와 두릅을 구워 먹는 보통의 저녁. 매화골에서 맞는 두 번째 봄, 윤서방네 산골일기의 첫 장이 쓰여지고 있다.
◆ 산골 처갓집의 원조 집주인, 장인 장모님
방송으로 소문난 매화골 그 집. 원조 주인은 윤서방의 장인어른 김연달(71), 장모님 설기조(72) 씨다. 이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연달 씨의 할아버지가 삼척에서 맨몸으로 들어와 산을 일구며 지은 집이다. 방송 후, 갑자기 유명세를 치러야 했을 때 조용히 농사만 짓던 산골 부부는 조금 힘들었다.
모두 팔고 나가면 수월할까 싶었지만, 어른들이 물려주신 삶의 터전을 떠날 수도 없었다는데…. 집은 고스란히 가족이 살아온 역사- 그 옛날, 신랑은 열여덟, 가마타고 매화골로 시집 온 신부는 열아홉이었다. 사진 한 장 없이 옛날 방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매화골 흙집에서 1남 5녀를 낳았다. 동트기도 전에 어린 남편은 밭으로 일하러 나가면, 열아홉 며느리는 아궁이에 가마솥을 세 개나 걸고, 대식구 끼니를 챙겼단다.
고된 세월, 낙이라면 자식들이었다. 아들 하나에 딸 다섯, ‘딸들도 나처럼 고생하면 어쩌나’싶어 제천에 작은 방을 얻어 고등학교 다니는 딸부터 엄마 팔 붙들며 울던 네 살배기 막내딸도 일을 해야 해서 뚝 떼어 보냈다. 자식들 커 가는 모습보다 밭에 자라는 무, 배추, 옥수수 보는 날이 더 많았지만, 다 자식 잘되라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학교에 다니던 육남매가 돌아오는 주말이면 기차역에 마중을 나가 왕복 40분이 넘는 길을 오토바이에 태워 딸들을 한 명씩 산골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환갑 때는 ‘최고 부모님상’을 주고, 신식으로 결혼식까지 올려줬다.
자식 뒷바라지에 청춘을 다 보냈지만 자식들이 인생의 보람이요, TV로 고향집 전경을 봤을 때, ‘어른들 물려주신 집 지키며 아이들 잘 키워냈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했단다. 그 정든 고향집을 윤 서방에게 물려준 장인 장모님. 고향집이 그립고, 젊은 자식들이 어찌 사나 싶어 오늘도 부부는 정선행 기차를 탄다.
◆ 윤 서방네, 산골살이는 처음이라
일흔한 살, 농사의 달인 장인어른이 납셨으니, 윤 서방은 농사 선생님만 따라다니면 된다. 산에 오르면 귀하다는 산나물이 어디 있는지 훤히 다 꿰고 계신 장인어른, 윤 서방은 오늘도 슬기로운 산골 생활 공부 중이다. 장인과 함께 산에 잠깐만 다녀와도 사람 손 타지 않은 버섯이며 산나물 보자기가 불룩해져 돌아온다.
장인어른이 농사짓던 땅에 해바라기, 작약 같은 경관작물을 기르겠다는 윤 서방. 아침 일찍부터 해바라기 씨를 뿌리기로 한 날, 장인어른은 어김없이 새벽 다섯 시부터 나와 씨를 뿌리고 장모님도 일하고 계시는데, 우리의 백년손님은 그만 늦잠을 자버리고 마는데…. 도시에서야 보일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나지만 장작도 직접 패야 하고 부화를 시작한 어미닭과 병아리들을 위한 새 닭장도 지어줘야 하고 할 일이 태산, 윤 서방의 산골생활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두 아들의 엄마가 돼 고향집으로 돌아온 막내딸 정임 씨는 어떨까? 아이들이 아파 병원이라도 가게 되면 어쩌나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지만 산골에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주말이나 방학 때면 늘 매화골 집에 들어와 언니들이랑 개울에서 빨래하고 돌 던지며 놀던 추억이 깃든 집. 근사한 독채 민박을 지었지만, 그래도 옛집이 더 좋단다. 도시에서는 일하느라 늘 바빴던 남편과 매화골에서는 마당에서 함께 이불을 털고 남편이 뜯어온 고사리를 삶는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니 행복이 별건가, 그걸로 됐다.
◆ 부러워라, 날마다 삼시세끼
보이는 거라곤 푸른 산과 밭, 한가로운 오지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제천 집에 있어도 눈에 아른거리는 고향집, 부모님이 정선으로 간다는 소리가 들리면 딸들이 줄줄이 고향집으로 모여든다.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은 고향집 마당에 천막이 쳐지고, 매화골 진짜 주인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장인어른이 불을 피우면, 장모님은 불 앞에 앉고, 일 잘하는 딸들은 손발이 척척. 참나물에 김치를 쭉쭉 찢어 올린 메밀부침개에 막걸리가 딱, 가마솥 뚜껑엔 고기와 김치를 굽는다. 왕복 이십리를 걸어 학교 다닌 이야기며, 밭에서 새참 먹던 유년의 추억은 덤. 그럼에도 늘 기억나는 건 새벽부터 나가 일하시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었다는데….
매화골 산골집으로 마음이 향해 있는 게 이들뿐일까. 딸 같은 막내아들이 정선 산골로 들어간다니 성용 씨 부모님이야말로 딸을 멀리 시집보낸 것 같았단다. 이사 가던 날은 차마 눈물이 앞을 가려 배웅도 제대로 못했다는데…. 그 애틋한 막내아들을 보러 분당에서부터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성용 씨 부모님. 날이 새자마자 또 허리 굽혀 아들 일 덜어준다며 분주하고, 그래도 편안해진 아들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놓는다. 산골에 오랜만에 제주산 뿔소라에 광어까지 해산물 밥상이 차려진다.
소중한 이들과 마주앉아, 불을 피우고 밥 한 끼 정성껏 해먹는 나날들. 매화골 윤서방네는 매일 행복한 삼시 세끼를 찍고 100년 된 산골집엔 그렇게 또 삶이 흐른다.
오늘(14일) <매화골 윤서방네 삼시세끼> 1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원도 정선 매화골,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산골집이 있다. 사실 백 년째 삶이 이어지고 있는 이 옛집은 작년 백년손님 윤성용 씨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사위에게 고향집을 물려주고 제천으로 이사 가신 장인·장모님은 고향집이 그리워 자주 들어오시는데….
장인어른과 해바라기 씨앗을 뿌리기로 한 날. 장인어른은 새벽부터 나와 계시는데 정작 사위는 보이지 않고…. 이를 어쩌나, 윤서방 지각이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매화골 윤서방네 삼시세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