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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유럽 집시 청년, 혼돈과 비이성 경계인의 세상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유럽 집시 청년, 혼돈과 비이성 경계인의 세상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1.06.18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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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포스터 /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포스터 / EBS 금요극장

오늘(6월 18일) EBS1 <금요극장>은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 영화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이 방송된다.

데버 더모빅, 보라 토도로빅, 루비카 아조빅 등이 열연한 <집시의 시간>은 1989년 제작한 유고슬라비아 영화로 국내에서는 1993년 2월 개봉했다. 상영시간 140분. 15세 이상 관람가.

◆ 줄거리 : 집시 소년 페란은 할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숙부와 함께 산다. 할머니는 주술로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동생 다니라는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숙부는 도박과 술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망나니다. 

아코디언 연주가 취미인 페란은 쇠붙이를 염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특이한 능력도 지니고 있다. 페란은 이웃집 처녀 아즈라와 사랑에 빠져 청혼을 하러 가지만 아즈라의 어머니는 돈 없고 내세울 재주도 없는 페란을 내쫓아버린다. 

어느날 할머니가 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해주자, 아이의 아버지 아메드는 감사의 표시로 다니라를 이탈리아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해주기로 한다. 페란은 다니라의 보호자로서 아메드를 따라나선다. 하지만 페란은 다니라를 병원에 입원시키자마자 아메드의 패거리들과 함께 돈벌이에 끌려다니게 된다. 

아메드는 납치하거나 사온 아이들이 동냥질한 돈을 받아 챙기는 일당의 두목이었던 것. 페란은 일에 익숙해지면서 아메드의 오른팔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페란은 여동생이 병원에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스틸컷 /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스틸컷 / EBS 금요극장

◆ 주제 : 집시 청년 페란과 그의 가족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 쿠스트리차 감독을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개봉 당시 소재의 특이함으로 관객을 경이 속으로 몰아놓은 작품이다. 유랑민처럼 유럽을 떠도는 집시들의 세상을 영화로 만들 상상을 어떻게 했을까? 유럽의 대표적인 경계인은 바로 집시다. 

이들은 지금도 자기들만의 국가도 없이 여기저기를 떠도는 유랑민이다. 게다가 지금도 철저히 소외돼 있고 차별을 받는다. 유럽 주요 도시의 기차역은 이들이 거의 다 점령했고 구걸하고 소매치기를 한다. 

그 어떤 문명도 문화도 교육도 이성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것이 바로 집시들이다. 이들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것이다. 이런 이방인들에게 초점을 맞춰 마술적인 환상의 세상을 보여준 감독이 쿠스트리치다. 그는 본 작품을 통해 혼돈과 비이성으로 가득 찬 경계인의 세상을 경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 EBS 금요극장

◆ 감상 포인트 : 한 집시 청년이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범죄의 세계로까지 이어져서 결국의 자신의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를 대하드라마 형식으로 펼친 작품. 집시들의 고유한 생활과 사고방식을 충실하게 재현하였고, 대사들까지 전부 집시 언어로 만들어졌다. <아빠는 출장 중>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역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페란이라는 한 집시의 성장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집시들의 사는 모습을 전해주고 있는 이 영화에서, 개방 전 사회주의 국가였던 유고에도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 방영되는 재미있는 미국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는 집시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적이면서도 신비스럽고 비극적인 사실 속에 꿈과 환상이 춤추는 신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작품으로 프랑스의 영화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80년대를 대표하는 10대 걸작 중의 한편이다.

집시 특유의 민족적 정취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 <집시의 시간>은 신파조의 등장인물들의 이미지와 그들의 남루한 삶이 허공에 정지한 것 같은 환각의 가벼운 리듬과 함께 역동적으로 살아 춤춘다.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은 토속적인 미신과 신비주의를 혼합하여 모든 것이 정처없이 떠도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초월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 산문적인 것과 시적인 것들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조율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진짜 집시들을 출연시켜 만든 이 작품은 집시의 방언인 로마니어로 90% 가량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집시의 경험들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쿠스투리차 감독은 시각적인 디테일과 그들의 음악적인 재능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특히 감각적인 영상에 더하여 아코디언과 피리의 합주를 기본으로 한 로마니 집시들의 민속음악을 접목시킨 브레고빅의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세계에 보다 아름다운 색조를 선사하고 있다. 제42회 칸영화제 (1989) 감독상 수상작.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스틸컷 /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스틸컷 / EBS 금요극장

◆ 에밀 쿠스투리차(Emir Kusturica, 1954.11.24.~) 김독 : 유고슬라비아의 영화감독. 영화에 유고의 전통적인 요소들과 마술적 리얼리즘이 혼합되어 있고, 내전으로 얼룩진 조국 유고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주요 작품은<돌리벨을 아시나요?>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등이다. 칸영화제, 베네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에서 수상하였다.

1954년 11월 24일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시절에 단편영화를 만들어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으며, 프라하 영화학교에서 공부한 뒤 유고슬라비아 TV 쇼를 연출하면서 연출자로 데뷔하였다. 1981년 장편영화 데뷔작인 <돌리벨을 아시나요?>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1985년에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195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암울한 사회상을 묘사한 <아빠는 출장중>을 연출하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1989년 집시들의 삶을 통하여 유고의 현실을 바라본 작품 <집시의 시간>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1995년에 발표한 <언더그라운드>는 감독 자신이 배우로도 출연하여 다시 한 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았지만, 영화의 정치적 색깔에 대해 안팎으로 큰 비판에 직면하면서 결국 은퇴를 선언하였다. 하지만 3년 뒤인 1998년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한층 밝아진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를 발표하면서 영화계에 복귀하여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이 연출한 <길로틴 트래지디>에서 사형수 역할을 맡아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집시 음악, 떠들썩하고 풍성한 축제, 하늘을 날아다니는 환상의 세계 등 유고의 전통적인 요소들과 마술적 리얼리즘이 혼합된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외형과 달리 그의 영화는 내전으로 얼룩진 조국 유고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그 밖의 작품에 <애리조나 드림>(1993,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등이 있다. [※ 참고자료 : EBS 금요극장]

엄선한 추억의 명화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EBS1 ‘금요극장’은 매주 금요일 밤 12시 55분(토요일 0시 55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EBS 금요극장 ‘집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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