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에도 고속도로가 있다면 아마 한강 자전거길은 ‘자전거의 아우토반’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우리가 올림픽대로나 강북 강변로를 자동차로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한강변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웅장한 줄기의 한강을 중심으로 탄천, 안양천, 양재천, 중랑천 등 지천을 따라 거미줄 같은 자전거길이 힘차게 뻗어 있다.
서울의 한강변 자전거길은 강남 지역이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 지구에서 강서구 개화동 강서지구까지 41.5㎞이며, 강북 지역은 광진구 광장동 광진교 북단에서 마포구 망원동 난지 지구까지 39.3㎞에 걸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불편 없이 한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한가로이 자전거를 즐기다보면 마치 자동차 도로 너머 저편과는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특히 저녁이면 석양에 물든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그 자전거길은 저마다의 특색과 개성이 넘친다. 강남 쪽으로 행주대교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13㎞ 구간은 길이 길게 뻗어 있어 초보자들이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다. 여의도에서 암사동까지 23㎞ 구간은 반포 서래섬, 잠원지구 생태공원 등 잘 가꿔진 볼거리가 많다. 또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로지르는 탄천·양재천 코스는 부자동네답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민 정원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더구나 지난해 마무리된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도 편리성과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먼저 한강공원과 연결하는 길이 없어 자전거의 접근이 어려웠던 성수대교 남단과 가양대교 북단에 자전거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를 설치했다. 성수대교 남단 승강기를 이용하면 잠원 한강공원에서 성수대교 북쪽에 있는 서울숲을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가양대교 북단 승강기는 그동안 자전거 접근이 어려웠던 난지 한강공원을 오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심 속 오아시스 여의도 둘레길
행주산성으로 넘어가는 길에 물이 찼지만 무시하고 달리는 자전거들.
01 아름다운 야생화길은 자연이 살아 있는 최고의 한강 자전거 코스다.
02 한강르네상스 덕에 여의도 샛강 옆으로도 자전거길이 열렸다.
한강 자전거길 여러 코스 가운데 추천할 만한 곳으로 국회의사당에서 가까운 여의도 둘레길을 꼽을 수 있다. 약 8km의 여의도 둘레길은 ‘여의도 한강공원’과 ‘샛강생태공원’ 자전거도로로 이어져 있는데, 구간이 길지 않고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여의도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여의도 둘레에는 한강변으로 ‘여의도 한강공원’이, 63빌딩부터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진 여의도 안쪽으로는 ‘샛강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코스에서는 새롭게 꾸며진 몇 가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먼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이곳의 명물로 자리한 ‘너른들판’과 ‘물빛광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50분 동안 긴 물줄기를 내뿜는 물빛광장분수를 보노라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밤섬을 눈에 넣고 본격적으로 원효대교(한강 상류)를 향해 속도를 올리면 41.5㎞의 한강을 축소해 놓은 ‘피아노물길’과 만난다.
원효대교를 지나 63빌딩을 빙 돌아 샛강으로 이어지는 연결지하통로를 지나면 넓고 푸른 잔디밭과 함께 ‘샛강생태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여의도 빌딩숲 뒤에 꾸며진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샛강생태공원에서 꼭 들러야만 하는 필수코스는 ‘창포원’으로, 잠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목재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운이 좋은 날에는 흰뺨검둥오리 등 새들의 물질도 볼 수 있다. 창포원은 붓꽃, 노랑꽃 창포, 수련, 애기부들, 미나리, 큰고랭이, 연꽃 등이 자라는 수생식물 천국이다.
01 구불구불 곡선이 아름다운 자전거길.
02 해거름이면 석양이 한강변을 붉게 물들여 장관을 연출한다.
03 가양대교에 설치된 자전거엘리베이터.
자연이 숨 쉬는 야생화길
개인적으로 한강변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강북쪽 성산대교에서 행주산성 앞 방화대교에 이르는 구간이다 구석구석 아름다운 서정을 간직한 명품 코스이기 때문이다. 산책코스로 많이 찾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연결되어 있고, 담양의 그 유명한 메타쉐콰이어길에 뒤지지 않는 멋진 가로수길도 숨어 있다.
이 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가양대교에서 방화대교까지의 4㎞ 구간이다. 한강의 자전거길이 대부분 너무 인공적인 것에 비해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서정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강 건너편에는 아파트촌이 즐비하지만 이곳에는 사철 야생화가 만발해 있고, 작은 갯벌과 백사장, 습지 등 개발 이전 한강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 사이사이로 예쁜 색깔을 입힌 포장길이 나있고 때로 포장 안된 흙길도 만날 수 있어 질주본능을 주체할 수 없다.
사람 손이 덜 타서 아름다운 들판에는 일부러 심지도 않았는데 지천으로 야생화가 피고진다. 봄에는 하얀 찔레꽃이 라이더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니, 여름에는 노란 야생화가 들판을 수놓았다. 얼마 전부터는 보라색 꽃이 지천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지 궁금해 얼마지 않아 기어코 다시 찾게 만드는 비밀의 화원이다. 지난여름 이 비밀의 화원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폭우 속에 떠밀려온 쓰레기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생채기로 남아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위대하고, 본 모습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아름다운 길을 달릴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조금씩 다가오는 개발의 그림자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곳에 뭔가 꾸미고 만들어 놓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개발의 논리에 밀려 인공의 정원으로 바뀌는 일이 없기를, 자전거로 달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코스안내
* 8km 정도인 여의도 둘레길은 여의도와 한강 자전거길과 만나는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국회의사당 부근 서강대교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시계방향으로 돌면 된다.
* 여의도한강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마포대교, 원효대교 아래를 지나 직진한다. 원효대교를 지나 63빌딩 주변을 따라 돌면 노량진수산시장 근처에서 오른쪽으로 샛강생태공원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를 만날 수 있다.
* 그대로 직진하면 다시 한강과 만난다. 여의도와 강서구 쪽으로 갈라지는 자전거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 성산대교에서 방화대교에 이르는 야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