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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현 서울대 교수 "위기의 지구, 희망은 바다에 있다"
남성현 서울대 교수 "위기의 지구, 희망은 바다에 있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07.0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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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건강은 말기암 상태’



6월 5일은 환경의 날. 날씨가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는 우리가 마음껏 숨 쉴 권리는 물론 푸른 지구의 경관을 볼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후변화를 알리는 매우 작은 시그널에 불과하다. 자연 생태계 파괴가 낳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요즘.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훨씬 막강한 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회색빛 도시로 물들인 미세먼지부터 잊을 만하면 들리는 산불 소식 그리고 갈수록 빨라지는 벚꽃 개화 시기까지, 기후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이미 포착되고 있다. 지구는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태일까?

“지구 건강을 진단하자면 말기 암, 아주 중증이에요.”

남성현 교수뿐 아니라 국내외 유수한 과학자들 모두 기후 문제에 대해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수없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이 물러설 데가 없다며 ‘기후 비상’ 선언도 마다치 않는다.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각 나라들도 최근 들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적극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기후변화가 더 위태롭다


“미세먼지가 그냥 뒷골목 폭력배라면 기후 문제는 핵폭탄 급입니다.”
남 교수는 미세먼지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변화가 더 위태롭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만 봐도 그래요. 글로벌 생태계 변화를 지켜본 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감염병도 오래 갈 수밖에 없다고 수없이 지적해 왔어요. 그동안 피부로 잘 와 닿지 않으니까 계속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며 방치했던 거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근래 동아시아에 폭우가 쏟아져 이재민이 수천 명에 이르며, 재산 피해도 어마어
마하다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지난해 일본 규수엔 홍수가 산사태로 번져 큰 인명 피해를 보았다. 반대로 비가 너무 안 왔던 호주에는 대규모 산불이 오랫동안 진화되지 않아 엄청난 면적의 산림을 태워야 했다. 당시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생태계가 파괴된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으켰다.

“기후변화가 기후재난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총체적인 지구 환경의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핏속을 돌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어디 그뿐인가. 평소 바다로 흘러간 해양 쓰레기도 공포 수준이다. 바다에 배출된 쓰레기는 널리 해양을 떠돌다 해류에 둘러싸여 정체 되도록 되어 있다. 그 양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쓰레기가 모여 쓰레기 섬이 생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해양 쓰레기들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햇빛과 파도에 마모돼 잘게 부서진다는 데 있다. 이른바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을 플랑크톤은 마치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플랑크톤은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고,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간의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되는데….
“우리 핏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기후 변화의 중심에 온실가스 있다


무엇이 이러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것일까? 해양 쓰레기와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홍수, 가뭄, 지진 등 이 모든 것을 관통
하는 주요 원인은 바로 온실가스 배출에 있다.

남 교수는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를 조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니까요. 본격적인 산업혁명이 이뤄진 이후 지구 온도가 약 1도 올랐는데요. 여기서
1.5도를 더 넘기면 절대 돌이키기 어렵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IPCC 패널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대로라면 2030년쯤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 곳곳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
하는 빌런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빙하들이 녹아 2050년에는 인천공항이 다 침수되는 지경에
이른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면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수식어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될 것이다.

벌써 폭염주의보, 한파주의보, 폭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들릴 터. “인간이 하루 빨리 변화를 자처하지 않으면 지구는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겁니다.”


‘온실가스 배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는 1950년부터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처음 200ppm에 불과했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400ppm을 넘어섰다. 이는 오랜 지구 역사에서 보기 어려운 수치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구에 들어오는 이산화탄소 양은 일정한데 반해 배출되지 못하는 이산화탄소가 쌓이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온실효과다.

이에 지구 평균 온도가 자꾸 올라가는데 그 속도는 과거 몇 천 년 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온실효과가 자연기후 변동성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 90% 이상이 인간 활동에 따른 결과라는 증거가 흘러넘친다고 남 교수는 덧붙였다.

“즉 우리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장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소 잃기 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인디언 속담에 ‘지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대에게 빌려온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기후변화를 인식한 첫 세대인 우리는, 반드시 지구를 망친 유일한 세대로 남을 책임이 있어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운동으로 지구가 거주 불능해지는 날을 최대한 막아보자고요"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인디언 속담에 ‘지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대에게 빌려온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기후변화를 인식한 첫 세대인 우리는, 반드시 지구를 망친 유일한 세대로 남을 책임이 있어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운동으로 지구가 거주 불능해지는 날을 최대한 막아보자고요"

 


지속가능한 현명한 소비생활


세계 각국 정상들도 지구 온도가 2도를 넘지 않게 관리하기로 힘을 모으고 있다. 범국가적인 탄소중립 선언, 탈원자력발전소 전환과 더불어 개개인의 작은 실천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쇼핑할 때 이왕이면 지구 환경을 생각한 기업과 브랜드의 상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덜 배출한 제품을 구입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미래 환경 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어떤 기업을 살리고, 어떤 기업을 도태시킬지 소비자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소소하게는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텀블러 챙기기, 일회용품보다 다회용품 사용하기, 포장음식은 직접 용기에 담아
오기, 되도록 소고기는 멀리하고 비건을 생활화 하기 등을 실천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는 자가용보다 자전거, 도보로 이동하고, 평소 전기를 아끼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훌륭한 환경 운동법 중 하나다.

해양과학자인 남 교수 역시 직접 실천하고자 노력 중인 일들이다.
“얼마 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비트코인 투자 안 하겠다고 공표했지요. 그 이유가 비트코인 때문에 전기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이래요. 이렇듯 무슨 일을 하든 기후변화에 영향을 적게 주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게 그 시작입니다.”


자연과 호흡하는 아이들


이어 남 교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일찍이 아이들에게 환경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도 좋다고 권유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게임만 하게 두지 말고 함께 손잡고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놀러 가는 건 어때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호흡하다 보면 지구에 애착이 생기므로 절대 생태계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 반려동물과 자란 아이들의 생명 감수성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나무심기, 플로깅, 숲체험 등 이벤트를 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슬하에 두 딸을 둔 남 교수도 아이들을 집 근처 해변에서 자주 뛰어 놀게 했더니 지구 환경,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자랑했다.


희망은 바다에 있다


무엇보다 희망은 ‘바다’에 있다는 남성현 교수. 숲에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는 나무가 있다면, 바다에는 플랑크톤이 산다. 식물성 플랑크톤도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먹고 대신 산소를 공급한다.
“우리가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의 절반 이상이 다 바다에서 온답니다.”

바다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숲보다 크다. 면적뿐 아니라 육지와 달리 8000m까지 내려가는 수심 상 부피도 육지 대비 바
다가 월등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바다에는 물이 있다. 지구의 95% 이상이 바닷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굉장한 양의 물이 움직이며 증발해서 구름을 만들고 비를 뿌려 대기를 식혀주는 중대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남 교수는 매년 두세 번 해양 탐사에 떠난다. 바다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찾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움직임은 과학에서 출발합니다. 저도 바다를 깨끗한 방향으로 이끌어 푸른 행성 지구를 구하는 데 일조
하겠습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영상 양우영 기자  영상편집 안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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