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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 뒤에 숨는 외교관 범죄 … "처벌도 못하면서 조사는 왜"
'면책특권' 뒤에 숨는 외교관 범죄 … "처벌도 못하면서 조사는 왜"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7.1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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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매장 직원들을 폭행해 논란이 됐던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대사의 부인의 폭행 당시 CCTV 영상. (MBC 뉴스투데이 제공)
의류매장 직원들을 폭행해 논란이 됐던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대사의 부인의 폭행 당시 CCTV 영상. (MBC 뉴스투데이 제공)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광주 주재 중국 영사가 면책특권을 적용받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주광주 중국 영사 A씨를 최근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2시25분쯤 광주 서구 풍암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그는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에서 서구 풍암동 해당 아파트까지 약 7㎞ 거리를 50여 분간 술에 취해 주행했다.

A씨의 음주 사실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는 한 시민의 신고로 발각됐다.

적발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19%였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그는 "병원에 입원 중인 중국인 유학생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고 주장하며 "공무 중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적발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으나 결국 면책특권을 적용해 불기소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교 관계에 따른 협약에 의해 주재국에서 외교관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체포·구금할 수 없다"며 "최근 A씨를 불기소 의견(공소권 없음)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면책 특권은 빈 국제협약에 따라 외교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주재국에서의 원활한 외교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해당 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공관이나 관사에 역시 경찰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으며 형사 법정에도 세울 수 없다. 재판도 대한민국이 아닌 본국으로 돌아가 받게 된다.

협약은 외교관 본인뿐 만이 아닌 가족에게도 해당한다. 가족이 자발적으로 경찰에 출석하거나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이 강제로 이들을 조사할 수 없다.

이에 대다수의 외교관 범죄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 처리된다.

그러나 문제는 범죄를 일으킨 주한 외교관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주한 르완다 대사관 소속 외교관 B씨가 두 차례 음주 운전으로 발각된 사례가 있었다.

그는 2019년 7월 음주 운전 적발로 면허가 취소된 뒤 1년 만인 2020년 11월 면허 취소 상태에서 음주 운전을 해 또 적발됐다.

당시 B씨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으나 면책특권에 의해 귀가 조처됐으며 역시나 형사 처벌은 적용되지 않았다.

특권을 방패막 삼아 처벌을 면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안하무인 외교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9일 주한 벨기에 대사의 아내 C씨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의류매장에서 직원 2명을 폭행했지만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됐다.

그는 사건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5일 환경미화원과의 쌍방폭행으로 또 한 번 경찰 출동 소동을 빚었다.

청소 중이던 환경미화원의 빗자루가 C씨의 몸에 닿았고 말싸움이 쌍방 폭행으로 번졌다.

결국 소피 웰메스 벨기에 외교부 장관이 이 사건을 듣고 대사와 아내 모두를 긴급 소환, 이들이 출국하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 김모씨는 "자국민이 음주 운전을 하거나 폭행을 했을 때는 강도 높은 처벌을 하면서 외교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처벌을 하지 못한다는 협약이 말이 안 된다"며 "자국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서는 똑같이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민 나모씨 역시 "대한민국 정부는 외국인 지킴이고 경찰은 허수아비 꼴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처벌을 하지도 못하는데 국민들 눈 가리는 꼴로 조사를 하는 모습이 우습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6일 최근 주한 외교관들의 불법·범죄 행위 등과 관련해 "주한 외교관 관련 불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관계기관과의 협력하에 어떤 상황에서도 엄중히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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