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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국민대 교수 '디지털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
정은혜 국민대 교수 '디지털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
  • 송혜란 기자
  • 승인 2021.07.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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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회의원 정은혜 국민대 교수 '디지털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

 


아침 일찍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난 정은혜 교수(전 국회의원)은 곧장 현관문 밖으로 나가 박스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전날 저녁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들어 있다. 아침 식사 후 남편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 키즈 노트에 등원 시간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늦지 않게 도착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 그녀는 노트북으로 줌(Zoom)에 접속해 지인들과 일상을 나눈다. 오후에는 삼성동 연구실에서 업무를 본 뒤 근처 카페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해 마시는데…. 고단한 일정을 소화한 날엔 핸드폰 앱으로 택시를 불러 퇴근하곤 한다는 정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온택트 할 일이 잦아졌다고 운을 떼었다.


이는 비단 정 교수만이 느끼는 변화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언택트 시대, 디지털 경제가 한 걸음 더 우리 곁에 다가왔다는 걸 실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 막차를 탔던 정은혜 교수. 그녀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노력했으나 8개월의 짧은 임기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중기부에서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고민을 깊이 했다는 정 교수는, 앞으로경제는 기존 경제 구조와 다를 뿐 아니라 청년들이 창업하는 환경도 크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디지털경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은 새로운 경제 환경을 따라가기에 늘 한 박자 느리다. 이에 정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육성해 디지털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방안을 연구하고자 현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에서 전임연구교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실패에 관대한 나라가 된다면

정 교수가 최초 디지털 경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야기는 2016년부터 2년간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했을 적으로 올라간다. 케네디스쿨에는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이 모이도록 구성돼 있다. 무엇보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유일한 한국 여학생이었던 그녀는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온 친구들을 수두룩 만났다. 그중 유독 디지털 분야에서 근무한 친구들에게서 자신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많았다고 그녀는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들의 제일 두드러진 점은 무엇인가 실험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에서는 평균 2~3회 실패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해요. 한번 실패했다는 것은 한번 도전했다는 거죠. 그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를 발견한 사람이에요.”

이와 달리 한국은 어떨까? 중기부에서 청년창업을 지원할 때 A 분야에서 실패한 이들은 다시 A 분야에 지원할 수 없다. 대신 B 분야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며 권유하는 식이다. A 분야를 가장 잘 아는 그 사람이야말로 한번 더 시도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큼에도 여전히 한국은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라는 데 정 교수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미국 경제도 양극화가 심하지만 세계 인재들이 다 실리콘밸리로 몰리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기회’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생각과 창의성, 혁신적인 걸 절대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충분히 탐험해볼 수 있도록 지지해주잖아요.”


혁신을 파는 기업을 키운다

정 교수는 한국도 이렇게 점차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그 문화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할 혁신기업이 자라기 마련이다. 언젠가 그녀가 국회에서 질의한 적이 있다. ‘애플이 파는 게 뭘까요?’ 대부분 핸드폰, 컴퓨터라는 단순한 답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애플은 ‘혁신’을 파는 회사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할리데이비슨은? 역시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유’를 파는 곳이라는 게 그녀의 혜안이다.


향후 디지털 경제 시대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을 터. 그러나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기술로 인해 기업들 간 제품 퀄리티는 머지않아 상향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제 성공 여부를 가르는 주요 포인트는 제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 소비자를 만족시키느냐에 있다. 더 이상 소비자도 상품의 품질, 가격만을 따지고 구매하지 않는다. 제품이 아니라 사회 환원에 힘쓰는 기업 이미지,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를 사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욱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라

 

정은혜 교수는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는 트렌드에 집중,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
는 아마존, 중국에는 알리바바 같은 대규모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반면 국내 기업의 성장은 한참 더
딘 편이다. 정부의 규제 때문인데, 정 교수는 국회와 기업, 소비자가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혁신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디지털 강국으로 손꼽힌다. 2020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각국의 디지털 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63개국 중 미국과 싱가폴이 각각 1, 2위, 중국이 16위였다. 한국은 8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디지털화와 디지털 경제의 빠른 진전을 반영해 디지털 일자리 창출, 디지털 뉴딜, 디지털 서비스 산업육성, 디지털 통상확대 등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교육부터 건강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에 더욱 의존하게 된 요즘. 재택근무, 원격교육, 전자상거래가 일상화가 된 지 오래다. 향후 얼마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는지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지금 글로벌 기업 가치 10위 안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 기반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데이터 기반 ICT 플랫폼 산업으로 급속히 뒤바뀌면서 산업 간의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고요.”


반드시 고민해볼 문제, 소비자의 니즈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는 나라,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경제, 우리가 선도해야죠.”


특히 정 교수는 코로나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는 트렌드에 집중,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는 아마존, 중국에는 알리바바 같은 대규모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반면 국내 기업의 성장은 한참 더딘 편이다. 정부의 규제 때문인데, 정 교수는 국회와 기업, 소비자가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일 대표적인 예로 그녀는 ‘타다 사태’를 들었다. 미국 유학 시절 그녀는 자가용이 없어 우버와 리프트라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이용했다. 당시 그녀는 우버 첫 가입 프로모션으로 20 달러를 받았다. 그 다음 달에는 25달러를 미리 내면 자신의 주거지 반경 15km 내에서 이동 시 20번 정도는 1센트만 지불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좋은 게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존 경제 구조에서는 장사하려면 매대에 제품을 깔아놓고 소비자 반응을 듣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온라인으로 시시각각 데이터가 나오니까요. 우버가 리프트와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키는 마케팅을 끊임없이 하다 보니 굳이 안 타도 되는 택시를 자꾸 타게 되더라고요.”


결국 디지털 경제 시대를 이끌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라는 정은혜 교수. 그럼에도 국회는 소비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비판했다. 그 고민은 기업만 하고, 국회는 그저 기업의 공정거래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국회는 입법, 기업, 소비자 모두 고려해야지요. 그런 점에서 타다 사태를 보면 공유경제로 변해가는 시대적 흐름에 빨리 적응해야 함에도 국회의원으로서 표가 되는 조직의 편에 섰을 뿐 근본적인 갈등은 조율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네거티브 규제가 곧 분수효과로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에서 정 교수가 할 역할은 국회와 기업, 소비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이들 입장을 균형적으로 파악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와 관련된 정책적 시사점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같은 사전규제, 폭넓은 범위의 규제가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큰 목소리를 냈다.


“불공정거래와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규제는 꼭 필요하지만, 규제 자체를 네거티브로 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선거법은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고 다 하도록 돼 있어요. 이게 네거티브 규제지요. 그런데 한국 산업법은 하라는 것만 빼고 다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사람이 창의적일 수 없는데 말이에요. 더욱이 노출 순위 경쟁을 제한해버리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소비자를 잡을 수 없고, 업체도 계속해서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뿐 아니라 수수료가 비즈니스 수익 모델인 플랫폼까지 상생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거예요.”


즉 네거티브 규제가 곧 공정규제라는 정 교수. 그래야 디지털 기업이 더욱 혁신하고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그렇게 큰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 선도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감성 마케팅 등으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분수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웃음)”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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