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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도 3차례 올림픽 태극마크와 작별 … "연경 언니 등과 행복했다"
양효진도 3차례 올림픽 태극마크와 작별 … "연경 언니 등과 행복했다"
  • 김원근 기자
  • 승인 2021.08.17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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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희진(왼쪽부터), 양효진, 김연경이 2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5차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상대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셋은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21.8.2 (사진 뉴스1)
배구 김희진(왼쪽부터), 양효진, 김연경이 2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5차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상대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셋은 2012 런던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21.8.2 (사진 뉴스1)

 

3차례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비던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센터 양효진(32·현대건설)이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세르비아 0-3 패)을 마친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현대건설에서 V리그 챔피언에 올랐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양효진이었지만 이날이 자신의 대표팀 마지막 경기이자 김연경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했기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양효진은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마치고)국가대표를 은퇴한다고 생각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며 "마지막 날에 정말 많이 울었다. 숙소에 와서도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운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뒤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그는 14년 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치고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했다. 190㎝의 장신 센터인 양효진은 V리그 여자부에서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대표적인 '거미손'으로 불린다.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양효진에게 도쿄 올림픽은 국가대표로 치른 마지막 대회였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그는 이미 도쿄로 가기 전부터 대표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배인 김연경, 김수지 등과 10년 넘게 함께 했던 양효진에게 도쿄 올림픽은 '라스트 댄스' 무대였다.

양효진은 "베이징 올림픽 예선 때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13, 14년을 뛰었던 것 같다"며 "재작년부터 언니들과도 대표팀을 잘 마무리하고 내려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더 많이 노력했기에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니 허무하고 시원섭섭했다"고 말했다.

양효진은 10년 넘게 V리그 시즌을 마치면 대표팀에 차출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는 "시즌 끝나고 대표팀에 들어가면 힘들었지만 연경 언니 등과 함께 즐겁게 뛰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언제부턴가 아픈 곳이 많다보니 '내가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밑에 좋은 선수들도 계속 나오기 시작하고, 올림픽 가서 잘 마무리 하고 내려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양효진에게 국가대표 생활은 '희로애락'이 함께 했던 곳이었다. 런던 올림픽 4강을 비롯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우 올림픽 8강, 도쿄 올림픽 4강까지 양효진은 쉼 없이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대표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하고, 더 애틋함이 느껴진다.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힘든 걸 이겨내서 동료들과 해나갔던 기억이 많았다"고 했다. 나아가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만 해도 많은 것들이 열악했다. 여러 국가를 돌면서 낯선 환경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추억도 많이 쌓였다"고 전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등 많은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양효진에게 이번 대회는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1년 미뤄졌고,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대표팀 훈련, 도쿄 대회까지 4개월 가깝게 사람들과 격리돼 운동에만 매진해야 했다. 올 4월 결혼했던 양효진은 남편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다.

양효진은 "VNL을 마치고 난 뒤 냉정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면서 "마음을 비우고 갔다.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는데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라바리니 감독님부터 언니들, 동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한국에 돌아온 뒤 양효진도 달라진 인기를 실감했다.

그는 "도쿄에 있을 때만 해도 딱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감사 드린다"고 했다.

영광스러웠던 대표팀에서의 기억을 잠시 내려놓고 양효진은 다시 소속팀인 현대건설에서 합류해 다가올 시즌을 준비한다. 양효진은 짧은 휴가를 마치고 16일 팀 훈련에 복귀했다.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양효진은 V리그 코트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시즌에도 무관중 경기가 많아서 너무 아쉬웠다"면서 "배구 선수로 가장 뿌듯함을 느낄 때가 팬들의 함성을 들을 때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여 상황이 괜찮아지면 꼭 다시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Queen 김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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