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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건보료 상하한 격차 368배 … 일본 24배, 대만 12배에 비해 부담 편중
韓 건보료 상하한 격차 368배 … 일본 24배, 대만 12배에 비해 부담 편중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1.08.17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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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가 368.2배로 부담이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24배나 대만 12.4배에 비해 과도한 수준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장인 가입자가 전체 건강보험료 수익의 85.6%를 부담해 쏠림현상이 컸다. 반면 지역가입자가 낸 비중은 14.4%에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국과 유사한 형태로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일본·독일·대만 등 4개국을 비교분석한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요인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17일 이같이 밝혔다.

건강보험 재원을 사회보험료로 조달하고 재정은 통합관리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 정부 관장 건강보험, 독일 법정 건강보험, 대만 건강보험 등이다.

2021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월 상한은 704만8000원, 하한은 1만9000원으로 상하한 격차가 368.2배에 달했다.

건강보험료율이 우리나라(6.86%)보다 높은 일본(10%)과 우리나라보다 낮은 대만(5.17%)의 2021년 보험료 상하한 격차는 각각 24배, 12.4배로 집계됐다. 국가별 보험료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보험료 상하한 격차가 과도한 수준이다.

경총은 우리나라 건강보험료가 일본, 대만에 비해 상한은 너무 높고 하한은 너무 낮게 설정돼 형평성 측면에서 적정 부담을 위해 설정된 보험료 상하한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상한(월 704만8000원)은 일본(월 141만3000원)의 5배, 대만(월 86만2000원)의 8.2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 소득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상한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또 건강보험료 하한(월 1만9000원)은 일본(월 5만9000원)의 37.5%, 대만(월 6만9000원)의 27.6%에 불과해 소득이 낮더라도 의료이용에는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기 힘든 수준이다.

이에 경총은 과도한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가 건강보험 부담자와 이용자 간 불일치 문제를 심화해 '저부담자 과다 의료이용→건강보험료 인상→특정계층(고소득자) 부담 심화'라는 악순환과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가 54조원으로 2017년(42조4000억원)보다 27.3%(11조6000원) 증가했다며 보험료 급증 원인으로 보장성 강화대책(2017.8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2018.7월)을 지목했다.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강도 높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으로 2017년 6.12%였던 건강보험료율은 2021년 6.86%로 12.1% 인상됐다.

또 부과체계 개편의 영향으로 2017년 478만4000원이었던 보수월액 보험료 상한액은 2021년 704만8000원으로 47.5% 인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건강보험료 하한액은 11.7% 인상된 데 그쳤다.

이외에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수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율(소득월액 보험료율)이 124.2%, 소득월액 보험료 상한액이 47.5% 인상된 것도 보험료 부담이 급증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직장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4.2%에서 2020년 85.6%로 증가해 건강보험 운영에 필요한 비용 부담이 직장가입자에게 더욱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역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는 2017년 7조9000억원에서 2020년 9조1000억원으로 14.1% 증가했으나, 전체 보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5.8%에서 2020년 14.4%로 낮아졌다.

매년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하고 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확대해 온 우리나라와 달리 비교대상국인 일본·독일·대만은 보험료율, 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상당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율을 매년 인상해 2017년 이후 5년간 12.1%의 인상률을 기록한 반면 일본과 독일은 동 기간 보험료율의 변화가 없었다. 대만은 2016년 4.91%에서 4.69%로 인하한 후 5년간 보험료율을 유지하다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올해 5.17%로 인상했을 뿐이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의 변화도 우리나라는 2017년 278.9배에서 2021년 368.2배로 급증한 반면 일본은 24배로 동일했고, 대만은 14.1배에서 12.4배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경총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의 안정적 관리, 국고지원 확대와 함께 건강보험료 상하한 격차를 일본 수준인 24배까지 단계적 하향 조정하는 등 합리적 부과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는 매년 임금인상에 따라 자동 인상되므로, 이 범위 내에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보험료율 자체를 조정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 또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상시화하고, 14%에 불과한 국고지원(일반회계) 수준을 확대하는 등 국가 책무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비교해 볼 때 현행 건강보험료 상한액(월 704만8000원)과 상·하한액 격차(368.2배)는 사회보험의 특성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넘어서서 보험료 부담의 편중성을 심각하게 야기하는 만큼 해외사례를 참조해 상하한 격차를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2019년 건강보험료 하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85.8배에 달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반면, 건강보험료 상위 20% 계층은 낸 보험료의 0.26배에 불과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며 "과중한 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과 의료서비스를 과도하게 남용하는 사람이 혼재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상한은 낮추고 하한은 올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자 부담 원칙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켜져야만 보험 재정이 고갈되지 않고 저소득층 의료지원도 지속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기업과 근로자가 납부한 건강보험료 54조원은 같은 기간 걷힌 근로소득세 40조9000억원보다 37% 많고, 법인세 55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과중한 보험료 부담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와 기업의 투자여력 저하로 이어져 국민경제 전체에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추가적인 보험료율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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