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2:25 (금)
 실시간뉴스
증권가 “헝다 디폴트 위험, 단기 충격 불가피…제2 리먼사태 가능성은 낮아”
증권가 “헝다 디폴트 위험, 단기 충격 불가피…제2 리먼사태 가능성은 낮아”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9.23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권가는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그룹(Evergrade)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과 관련 중국 금융시장 및 경기에 주는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디폴트 위험에 휩싸인 헝다그룹은 중국 최대 역외 채무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부채 규모는 1.95조 위안(3000억 달러)이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350조원이 넘는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1998년 LTCM 사태와 2008년 리먼 사태는 대규모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이 야기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신용과 유동성 경색이 동반됐다"며 "그러나 헝다 사태는 금융기관의 손실 익스포저가 예측 가능하고 제한적 수준이어서 신용위험이 유동성 경색과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리먼 사태와 달리 부동산 대출 관련 파생상품이 거의 없다는 것도 큰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사태는 외부 충격이 아닌 중국 정부의 선제적인 디레버리지 규제에 의한 측면이 크고, 중국 단기금융시장에 심각한 이상 조짐은 없으며, 중국 주요지역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중이기 때문에 헝다그룹이 파산한다고 해도 중국 전체 금융시스템 대비 규모 및 대손충당금 비율을 고려하면 감내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가 무질서한 기업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헝다 리스크 전염의 파급효과가 아직 신흥 시장의 하이일드나 미국으로는 미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준의 매월 1000억달러 이상의 자산 증가효과와 중국 GDP 대비 대외부채 수준이 10.13%으로 상당히 낮고 단기외채 비중도 5.3%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헝다그룹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경제가 중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이 이미 과도한 부채에 대한 상환능력이 상실됐을 공산이 높고 중국 정부도 구제보다는 파산 용인으로 기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23일 헝다그룹의 이자 결제에도 불구하고 디폴트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헝다그룹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중국 경기의 냉각, 즉 경기 경착륙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3년 테이퍼링 당시 이머징 긴축발작의 원인이 중국 경기둔화였음을 고려할 때 테이퍼링 실시가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 또 다시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를 맞는다면 이머징 시장을 중심으로 한 단기 충격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관련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 역시 단기적으로 헝다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헝다는 올해말까지 5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달러채권 이자지급이 예정돼있어 한고비를 넘겨도 올해 내내 디폴트 리스크에 노출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새로운 정책기조로 제시하면서 과거와 달리 정부가 헝다그룹의 디폴트를 용인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헝다 디폴트 리스크에 원화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가뜩이나 약세 압력을 받고 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80선을 넘어섰다"며 "원화 약세 압력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는 국내 증시의 단기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뉴스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